모든 시민은 기자다

"검찰의 노림수는 '한명숙=비리' 연상 위한 시도"

[진단] 검찰은 왜 잊을만하면 한번씩 한명숙 때리나

등록|2010.05.13 21:19 수정|2010.05.13 21:19

▲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 ⓒ 뉴시스


"이번 사건은 한명숙 전 총리와 무관하다."

검찰은 13일 <한국일보>가 보도한 '檢, 한명숙 수사 관련 은행 압수수색' 기사는 사실과 다르다고 전면 부인했다. 이번 사건은 한명숙 전 총리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건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한국일보>는 이날 "검찰이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 측에 건설업체 H사가 불법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12일 H사에 대출을 해준 시중은행 지점을 압수수색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은행 지점장을 지낸 김모씨의 개인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이고, 김씨의 혐의는 H사 대표인 한모씨(49·구속수감 중)가 경기도 일산에 상가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해준 뒤 그 대가로 한씨로부터 2억여 원을 받은 것이라고 전했다. 

한명숙 "정치적 린치...모욕주기 공작하는 비열한 정권" 비판

이 같은 보도가 나온 직후 검찰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검찰의 주장대로 이번 사건은 한명숙 전 총리와 전혀 관계없는 일로 일축할 수도 있겠지만 지방선거가 채 2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보도가 터져 나온 데 대해 검찰이 언론 탓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명숙 선거대책위원회와 민주당이 즉각 발끈했다. 지방선거 후보등록 첫날인 13일 검찰이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비난이 솟구쳤다. '정치적 린치'이자 '흠집 내기', '음해공작'이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이해찬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통운 곽영욱 회장의 뇌물수수 사건) 선고 하루 전날 있지도 않은 별건 수사 내용을 흘려 판결에 부당한 영향을 주려고 하더니 이번엔 후보 등록일에 맞춰 흠집내기용 거짓사실을 유포해 선거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며 김준규 검찰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명숙 전 총리도 "검찰이 언론과 함께 저를 음해하고 사실도 아닌 것으로 모욕 주려는 공작을 재개했다"며 "매우 사악하고 비열한 정권이란 점이 다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한명숙 선대위와 민주당이 김준규 검찰총장을 항의방문 하는 등 즉각적인 행동에 나섰다. 이 같은 상황이 빚어지자, 검찰은 <한국일보> 보도가 잘못된 것이라고 무마에 나섰다. 오보라는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만일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이었다면 '확인해줄 수 없다'거나 '알 수 없다'는 등으로 피해가지 직접 나서 '관련 없다'고 못 박겠느냐"며 "이번 보도는 <한국일보>가 잘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감한 선거 시기에 검찰이 정치적으로 오해를 받을 짓을 왜 했겠느냐면서 검찰 스스로 곤혹스러울 짓을 했을 리 만무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국일보> 기자 "지점장 개인비리? 검찰해명 믿기 어렵다" 반박

그러나 이 사건을 취재한 박진석 <한국일보> 기자는 "여러 이유로 검찰이 있는 사실을 모두 얘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외적으로 발표되는 공식 입장과 달리, 있는 그대로 다 얘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이번 사건이 한명숙 전 총리와 관계됐다는 것을 검찰에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H사가 관련된 파생사건인 것이 분명한데 관련이 아예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며 "지점장 개인비리라고 밝힌 검찰의 해명을 믿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이 기사를 쓰기 전 마지막으로 검찰에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검찰 관계자는 한명숙 전 총리와 무관하다고 말하지 않았다"면서 "검찰 수사는 1개 사건을 수사하면 점차 뿌리를 뻗어나가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 전 총리와 완전히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금 전혀 관계없다고 주장할지 모르나 시간이 지나면 여전히 이 수사는 한명숙 전 총리와 관계된 '한 묶음'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검찰 출입기자들도 검찰의 해명과 달리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검찰 수사는 김준규 총장의 지시와 관계없이 지속해왔던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검찰이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 대해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다고 보지 않는 것이다.

한명숙 선대위 "예상 했다...검찰 몇 차례 더 공격할 것"

▲ 김준규 검찰총장은 4월 21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공안부장검사회의에서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수사 유보 뜻을 내비쳤다. ⓒ 유성호


한명숙 선대위에서도 검찰의 치고 빠지기 전략에 대해 혀를 내둘렀다. 한명숙 선거대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예상했던 바"라며 "며칠 전부터 법조계를 중심으로 이 같은 소문이 돌았던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마치 한 편의 드라마처럼 후보등록 직전에, 선거운동 돌입하기 전에 몇 차례 검찰의 흔들기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적중했다"며 "선대위 내부는 이 사건으로 상당히 격앙된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달했다. 또한 그는 "한 시중은행 지점장의 개인 비리가 마치 한명숙 후보와 관계돼 있는 것처럼 보도돼 선거에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며 "신속히 <한국일보>에 정정보도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 관계자는 "<한국일보>는 한 전 총리 측 인사가 H사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사용했다는 새로운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이 확인에 나섰다고 보도했는데 이것이야말로 사실관계를 확인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며 "검찰이 아니라고 하면 <한국일보>는 그 대상이 누구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보도로 한명숙 전 총리를 지지하는 일부 세력의 결집은 가능해지겠지만 평범한 서울시민들은 여전히 정치적 인물로 평가하면서 등을 돌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검찰개혁에 앞서 자신들의 스폰서 문제를 물 타기 하려는 술수 아니겠냐"고 분개했다.

곽영욱 사건을 꾸준히 함께 해온 한명숙 측의 한 변호사는 "김준규 검찰총장이 수사유보를 약속해놓은 사건에 대해 검찰 스스로 약속을 깨고 위약한 것이라면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결국 검찰의 노림수는 '한명숙=비리 등식'을 연상하게 하기 위한 시도가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또한, 이 변호사는 "지방선거 후보 등록 첫날 이 같은 보도가 나온 것은 매우 부적절해보인다"면서 "특정 정치인을 흠집 내려는 수사기관의 정치플레이가 참으로 걱정스럽다"고 개탄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