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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404)

우리가 쓰기에 알맞지 않은 말 '가외'

등록|2010.05.18 14:30 수정|2010.05.18 14:30
우리 삶을 담아내기에는 부족한 낱말 '가외'

.. 아이들을 현장 탐사에 데려가기 위해선 늘 가외의 특별한 계획을 짜야 했지만, 그 결과 제임스와 에디는 자연과의 특별한 만남으로 풍요로운 유년기를 보낼 수 있었다 ..  <마거릿 D.로우먼-나무 위 나의 인생>(눌와,2002) 180쪽

"데려가기 위(爲)해선"은 "데려가려면"으로 다듬고,  '특별(慝別)한'은 '남다른'이나 '남달리'로 다듬습니다. "그 결과(結果)"는 "그리하여"나 "이리하여"나 "그래서"로 손보고, "자연과의 특별한 만남으로"는 "자연과 남달리 만나며"로 손보며, "풍요(豊饒)로운 유년기(幼年期)"는 "넉넉한 어린 날"로 손봅니다.

 ┌ 가외(加外) : 일정한 기준이나 정도의 밖.
 │    '표준 밖', '필요 밖', '한도 밖'으로 순화
 │   - 가외로 물건을 더 받았다 / 가외의 금전 빚으로 형편이 아주 말 아니게 되었다
 │
 ├ 가외의 특별한 계획을 짜야
 │→ 그밖에 남다른 계획을 짜야
 │→ 좀더 많이 남다른 계획을 짜야
 │→ 더욱더 남달리 계획을 짜야
 │→ 훨씬 많이 남달리 계획을 짜야
 └ …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는 한자말 '가외'는 다른 낱말로 고쳐쓰도록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쓰기에는 알맞지 않은 낱말이요, 우리 삶을 담아내기에는 넉넉하지 않은 낱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표준 밖-필요 밖-한도 밖'으로 고쳐쓰기에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입니다. 고쳐서 써야 할 낱말이라면 좀더 손쉽거나 살갑게 손질해야 하지 않느냐 싶습니다.

 ┌ 가외로 물건을 더 받았다
 │→ 그밖에 물건을 더 받았다
 │→ 여기에다가 물건을 더 받았다
 ├ 가외의 금전 빚으로
 │→ 꽤 많은 빚으로
 │→ 그밖에 더 지게 된 빚으로
 │→ 거기에 더 얹힌 빚으로
 └ …

알맞지 않아 다르게 고쳐써야 하는 낱말이라 한다면, 이런 자리와 저런 때에 어떻게 어울리게 되는가를 곰곰이 살펴야 합니다. 올바르지 않아 달리 손질해야 하는 낱말이라 한다면, 이 자리와 저때에 어찌 어우러지는가를 찬찬히 헤아려야 합니다.

"필요 밖으로 물건을 더 받았다"쯤으로 고쳐써 볼 수 있습니다만, "없어도 되나 물건을 더 받았다"쯤으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이만큼도 괜찮은데 물건을 더 받았다"쯤으로 고쳐써도 됩니다. "그리고 물건을 더 받았다"라든지 "군더더기 물건을 더 받았다"쯤으로 고쳐써도 어울립니다.

"한도 밖으로 금전 빚으로"처럼 손질해도 나쁘지 않을 터이나, "버거운 빚으로"처럼 손질할 수 있습니다. "더 얹힌 빚으로"처럼 손질해도 됩니다. "이밖에 더 있는 빚"처럼 손질해도 잘 어울립니다.

 ┌ 아이들을 데려가려면 늘 이런저런 생각을 더 해야 했지만
 ├ 아이들을 데려가자면 늘 더 많은 놀잇거리를 생각해야 했지만
 ├ 아이들을 데려갈 때에는 늘 여러모로 더 살펴야 했지만
 └ …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를 생각해 봅니다. 누구와 어떤 생각을 나누려 하는지를 가늠해 봅니다. 어느 자리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나누려 하는가를 짚어 봅니다. 좀더 알맞게 쓸 말을 헤아리고, 좀더 넉넉히 나눌 말을 살피며, 좀더 슬기롭게 들려줄 말을 곱씹습니다. 생각을 한 번 더 하면 한 군데 말투와 말씨를 한껏 북돋울 수 있고, 생각을 두 번 더 하면 두 군데 말결과 말매무새를 한결 알차게 가꿀 수 있습니다.

올바른 글월 찾아야 글맛도 살아

.. 그래서 당직 외투는 집이라기보다는 단순한 덮개이거나 몸을 한 겹 더 감싸는 가외의 피부일 뿐이다 ..  <허먼 멜빌/김석희 옮김-모비딕>(작가정신,2010) 235쪽

'외투(外套)'는 '겉옷'이나 '덧옷'이나 '덧겉옷'으로 다듬습니다. '단순(單純)한'은 '한낱'이나 '그저'나'고작'이나 '기껏'으로 손보고, '피부(皮膚)'는 '살갗'으로 손봅니다.

 ┌ 한 겹 더 감싸는 가외의 피부일 뿐이다
 │
 │→ 한 겹 더 감싸는 살갗일 뿐이다
 │→ 한 겹 더 감싸는 덧살일 뿐이다
 │→ 한 겹 더 감싸는 얇은 살갗일 뿐이다
 └ …

보기글을 살피면 "한 겹 더 감싸는"이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 대목이 있기에 보기글 끝쪽에 "가외의 피부"처럼 적지 않아도 됩니다. 이렇게 "가외의 피부"라 적으면 얄궂게 겹말입니다. 굳이 "가외의 피부"를 뜻하는 글월 하나 적고 싶다면 '덧살'이나 '군살'이라 적어야 알맞습니다.

이리하여 이 보기글은 "그래서 당직이 입는 겉옷은 집이라기보다는 고작 덮개이거나 몸을 한 겹 더 감싸는 살갗일 뿐이다"나 "그래서 당직 덧옷은 집이라기보다는 그저 덮개이거나 덧살일 뿐이다"처럼 손질할 수 있습니다.

가만히 보니, 앞쪽에 나오는 '외투'하고 뒤쪽에 나오는 "가외의 피부"가 서로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덧옷-덧살'로 고쳐서 쓸 때가 한결 낫겠구나 싶습니다. 뜻을 올바로 나타내고 느낌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글월을 찾아서 알맞게 가다듬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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