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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5.18' 대신 방글라데시 총리 택했다

하시나 총리 3일간 체류, '일정 조정' 가능성 없었나?

등록|2010.05.18 16:29 수정|2010.05.18 16:29

▲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이 5·18 30주년에 기념식장 방문 대신 방글라데시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것을 놓고 뒷말이 많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청와대 세종실에서 셰이크 하시나 총리를 만나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정오의 협정 서명식, 12시 20분 공식오찬으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이 방글라데시 답방을 약속하는 등 회담 분위기는 훈훈하게 흘러갔지만, 5·18 30주년을 맞은 광주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기념식에 불참한 터라 올해는 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실망감은 더욱 컸다.

방글라데시 총리는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국내에 체류하기로 한 상태였다. 16일 오후 방글라데시 페스티벌, 17일 유엔 아태경제사회위원회(UNESCAP) 총회 개막식, 경제4단체 초청, 18일 정상회담 및 오찬 등의 일정이 이어졌는데 대통령이 정상회담 때문에 5.18 기념식에 불참하는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을 지낸 정용화 한나라당 광주시장 후보는 "2월 말까지 이 대통령이 5.18 30주년 기념식에 당연히 오시기로 했으나 국가적인 일로 무산된 것에 대해 저로서도 상당히 아쉽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양국의 일정 조정이 쉽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대통령이 광주행을 포기하고 외국총리와 정상회담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가 오후 공개한 양국의 공동언론발표문에도 양국 정상이 반드시 이날 만나서 얘기할 현안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낳게 한다.

정운찬 총리가 대독한 대통령의 5.18 기념사도 문제다.

이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은 오늘날 우리에게 '화해와 관용'에 기초한 성숙한 민주주의의 실현을 요구하고 있다"며 "민주주의의 출발점인 생산적인 대화와 토론이 뿌리내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은 이어 "법을 무시한 거리의 정치와 무책임한 포퓰리즘에 기대는 일이 적지 않다"며 "중도실용주의는 시대에 뒤떨어진 이념의 굴레를 벗고 우리가 당면한 현실로부터 출발하여 열린 눈으로 세계를 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특정 사건을 언급한 것이 아니다"고 말하지만, 이 대통령의 '촛불시위 트라우마'를 드러낸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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