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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표 '명품신도시'에 서민주거복지는 없다?

[수도권 광역단체장 개발공약 검증②] 광교신도시의 빛과 그늘

등록|2010.05.26 10:12 수정|2010.05.26 10:12

▲ 광교신도시 개발 현장에 나란히 들어선 두 모델하우스. 광교 내에 있는 e편한세상은 10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한 반면, 광교 경계 밖에 있는 극동 스타클래스는 미분양돼 현재 4순위 청약을 받고 있다. ⓒ 김시연


지난 6~7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광교신도시 내 대림 e편한세상 모델하우스는 청약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1929세대 모집에 1순위에서만 2만 명이 청약해 평균 경쟁률 10대 1을 넘긴 것이다. 2차 보금자리 청약과 겹친 데다 모두 100㎡(약 39평) 이상 중대형에 3.3㎡당 1390만 원으로 고분양가 논란까지 불거져 고전이 예상되던 상황이었다.

'청약 불패' 광교, 경계만 벗어나도 '미분양'

청약이 일찌감치 끝난 탓인지 지난 17일 오후 찾아간 광교 모델하우스는 한산했다. 뒤늦게 집 구경 온 청약자들만 가끔 눈에 띌 뿐이었다. 시공사인 대림산업 유제규 분양소장은 "계약까지 다 끝나봐야 한다"고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녹지율과 입지, 광역 교통성 등이 좋아 수원, 용인 등 인근 실수요자들의 청약이 많았던 반면 주변 집값이 떨어지며 가격 메리트가 줄어 프리미엄을 노린 투기 수요는 줄었다"고 분석했다.
 
대림 바로 옆에선 '광교 신대역' 극동 스타클래스가 '4순위 선착순 청약'을 받고 있었다. '광교신도시' 단지는 아니지만 광교 후광을 노리고 이곳에 따로 홍보관을 마련한 것이다. 극동 안내원은 "광교신도시가 아니라 미분양됐지만 단지가 광교 경계에 바로 붙어 있고 평당 분양가도 1230만 원 대로 대림보다  3.3㎡당 100만 원 이상 싸다"면서 투자 가치를 강조했다.  

"거기 할인 들어갔대요?" 광교 경계인 용인시 상현동 부동산중개업소에선 극동 스타클래스 얘기에 대뜸 이렇게 물었다. 그는 "광교 주변 30평대 시세는 평당 1000만 원 정도로 떨어졌다"며 "차라리 명의 변경이 가능한 광교신도시 내 물량을 잡는 게 낫다"고 귀띔했다. 해외 이주 등으로 합법적인 명의 변경 물량이 종종 나오는데 50평대 프리미엄은 5천만 원 정도고 30~40평대는 1억 원까지 간다는 얘기였다.    

이처럼 경계선 하나로 미분양이 속출하는 요즘 유독 광교만이 '청약불패 신화'를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림 모델하우스 바로 뒤쪽에 있는 경기도시공사 광교신도시 안내센터에서 그 해답을 찾아봤다. 

▲ 광교신도시는 수원 도심과 가깝고 경부, 영동, 용인서울고속도로 교차지점에 있어 교통 요지로 꼽힌다. ⓒ 김시연


중소형-임대 비율 낮으면 '명품신도시'?

"업체에서 나오신 분인가요?" 이달 초 대림 청약으로 한바탕 북새통을 치른 뒤론 관람객이 뜸했던지 안내원이 반갑게 말을 건넸다. 지난해 9월 광교사업본부 2층에 문을 연 광교신도시 안내센터엔 '명품신도시'의 장밋빛 청사진이 가득했다. 2018년 광교 모습을 담은 축소 모형에 주변 공사 현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까지 마련돼 있었다.

국내 신도시 중 최고의 녹지율(41.7%)과 경기도 일산의 호수공원보다 2배나 큰 자연 호수(20만 평), 경기도 신청사와 비즈니스파크 등이 들어서는 자급자족형 도시, 국내 최저 인구밀도(69인/ha) 등 '명품신도시'를 자랑하는 안내판들을 돌아보다 토지이용계획도 아래 표가 눈에 들어왔다.  

광교와 판교, 동탄, 양주, 파주 등 다른 신도시들의 공동주택 규모별 배분과 임대주택 비율을 정리해 놓은 표였다. 광교는 이들 가운데 85㎡ 초과 중대형 세대 비율이 42.8%(판교 32.4%)로 가장 높은 반면 임대주택비율은 31.1%(판교 48%)로 가장 낮았다. 이 표는 경기도가 강조해온 '명품신도시'의 또 다른 조건을 말해주는 듯했다. 

▲ 광교는 5개 신도시 가운데 85㎡ 초과 중대형 세대 비율이 42.8%(판교 32.4%)로 가장 높은 반면 임대주택비율은 31.1%(판교 48%)로 가장 낮았다. ⓒ 김시연


김문수, '명품신도시' 내걸고 중대형 비중 높여

광교는 2002년 2기 신도시로 선정되며 경기도청사 이전 등 '경기첨단행정신도시'란 밑그림이 그려졌지만, 2006년 당선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자족 용지를 확대하고 시장 수요를 반영한다며 중대형 분양아파트 중심의 '명품신도시'로 탈바꿈시켰다. 

그 결과 경기도 수원시와 용인시 경계에 있는 1128만2천㎡(약 341만평)에 들어설 공동주택 3만158세대 가운데 일반 분양은 2만759세대로 70%에 이른다. 나머지 19%는 분양 전환되는 공공임대주택(5618세대)이고 국민임대는 13%(3781세대)에 불과하다. 이마저 LH공사가 짓는 것이 대부분이고 경기도에서 짓는 임대주택은 단 한 채도 없다. 

또 중대형 비중이 다른 신도시보다 커진 것도 수도권 공공 택지 개발시 31%를 짓도록 한 60㎡ 이하 소형 주택을 3693세대나 줄여 18.8%로 낮춘 결과다. 이에 수원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선 "명품신도시 계획은 국민임대주택과 소형 주택 비중을 줄여 서민주거안정을 외면한 계획"이라고 비판해왔다.

2008년 9월 광교 주택 첫 분양 이후 고분양가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경기도는 애초 주변 시세 80% 정도에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중대형 평당 분양가가 1300만 원대를 상회하며 오히려 주변 시세(평당 1200~1300만 원 대)를 뛰어넘은 것이다. 

이계삼 경기도시공사 광교사업본부장은 "명품신도시는 수도권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은 상황에서 이젠 손님에게 자랑할 수 있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답고 품위 있는 도시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기획된 것"이라며 "광교 열기는 일단 계획이 살기 좋게 됐고 저 동네 살면 품위 있을 것 같다, 저기 살면 '일류'고 못 살면 '이류'라는 최종 소비자들의 냉엄한 시장 선택이 작용한 결과"라고 밝혔다. 결국 '명품신도시'라는 브랜드 가치가 광교 청약 열풍을 가져왔다는 얘기다.

반면 박완기 수원경실련 사무처장은 "광교가 분양에 성공한 이유는 좋은 정책 때문이 아니라 수도권 녹지축 중심에 있는 보존가치 큰 자연 녹지면서 대도시 바로 옆에 3만 세대가 넘는 대규모 신도시를 만든다는 논란을 샀을 정도로 출발부터 좋은 입지를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주변 시세보다 비싼 데도 청약자들이 몰리는 건 그만큼 프리미엄 기대 심리가 높다는 것이다.

▲ 주변 시세보다 비싼 평당 1390만 원으로 고분양가 논란을 낳은 광교 대림 e편한세상 모델하우스 안 ⓒ 김시연


경실련 "김문수와 경기도시공사는 '시프트' 본받아라"

문제는 이렇듯 프리미엄 기대 심리에다 중대형 분양 위주의 공급이 이뤄지다보니 신도시 공공택지 개발의 본연 목적인 국민 주거 안정과는 거리가 멀어졌다는 것이다.  

박완기 사무처장은 "중대형 위주 분양으로 경기도시공사와 시공사가 수조 원대 개발이익을 가져간 반면 20년 이상 장기임대나 공공보유임대주택은 김문수 지사가 취임한 2006년 이후 한 번도 신규 공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경실련 경기도협의회는 공공택지 내 공공보유주택 대폭 확충과 중소형 비율 확대를 지방선거 경기도 핵심정책과제로 제시했다. 경실련은 광교신도시 문제점을 집중 거론하면서 서울시 SH공사의 공공택지 개발 방식과 장기전세주택(시프트)를 대안으로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경기도와 경기도시공사가 개발한 광교(A22블럭)와 SH공사가 개발한 상계 장암지구의 경우 택지조성원가는 각각 평당 800만 원과 770만 원으로 비슷했지만 경기도가 조성원가 110%인 평당 1000만 원에 민간에 되팔아 고분양가(평당 1246만 원) 논란을 부른 반면, SH공사는 85%인 660만 원에 직접 개발하면서 분양가를 775만 원으로 크게 낮췄다는 것이다.

결국 경기도시공사도 중소형 택지에 직접 집을 지어 무주택서민에게 직접 공급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한편 중산층과 실수요자를 위한 장기전세주택도 적극 도입해 '공공보유임대주택'을 늘려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기는 '시프트' 안 하는 이유? "단체장 철학 차이"

▲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안상수 인천광역시장 후보, 김문수 경기도지사 후보가 '서울.인천.경기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공동협약식'을 갖고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유성호


이에 대한 경기도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지형 경기도 신도시정책관은 "'서민주거복지'를 전면에 내건 서울과 달리 경기도는 도로, 기업 유치 등 다른 할 일도 많고 주거복지 문제를 다루기엔 재원 확보 등 한계가 많다"면서 "대신 경기도에선 LH공사가 보금자리 차원에서 국민임대, 장기전세, 매입임대 등을 통해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교신도시에서 임대나 소형 비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이 정책관은 "광교신도시 계획 당시 중대형 수요가 많아 늘린 것"이라면서도 "소형은 수원 호매실 지구 등에서 받쳐주고 광교는 명품신도시 개념으로 개발한 것"이라고 광교의 차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완기 사무처장은 경기도에서 '시프트' 같은 공공보유임대를 도입하지 않는 이유는 '단체장의 철학 문제'임을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원가 공개와 공공의 역할 찾기에 적극 나선 반면 김문수 지사는 명품, 자족 기능에만 포커스를 맞췄다는 것이다.

박 사무처장은 "경기도는 신도시로 이루어져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공공택지 개발이 이뤄지고 있어 경기도가 서민주거복지로 갔을 때 서울시보다 더 큰 파급효과가 가능하다"며 "이번 지방선거와 광교신도시 개발을 계기로 경기도 주택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한편 19일 경실련 경기도협의회는 경기도지사 후보 3인의 공약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재선에 도전하는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는 주택/도시분야 공약으로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맞춤형임대주택) 20만호 공급 계획'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경실련은 "예산 배분 계획 및 재원 확보 방안 등이 나타나 있지 않고 중앙정부의 보금자리 주택정책에 의존한 공약으로 기존 공공주택을 외면하고 명품신도시, 분양 위주의 사업을 진행했던 경기도시공사 등의 사업에 대한 전환 계획 없어서 단순한 구호성 공약에 그칠 가능성 존재"한다고 따끔한 평가를 내놨다.  

▲ 광교신도시 공사 현장 ⓒ 김시연


재선 행보에 '광교명품신도시'가 발목 잡나

"대한민국 금수강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야 하고, 만들 수 있다. 좋은 땅, 자연과 훌륭한 설계자, 건축가, 일꾼들이 다 있는데 왜 못하나,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광교신도시다."

지난 2007년 11월 광교신도시 기공식에서 김문수 지사가 한 말이다. 하지만 '명품신도시'를 만들겠다는 김문수의 꿈이 지방선거에선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에 출연한 김문수 후보가 경기도 신청사 '호화청사' 논란과 관련, 신청사 광교 이전 계획 보류를 시사해 큰 파문을 낳았다. 당장 광교신도시 분양을 앞둔 건설사뿐 아니라 입주 예정자들도 가슴 철렁한 발언이었다.    

이에 박완기 사무처장은 "신청사 건립비 5000억 원 가운데 택지비만 2000억 원에 달해 결국 광교신도시의 높은 택지공급가격이 호화청사 논란을 자초한 셈이 됐다"이라며 "김 지사가 보류 발언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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