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격해진 오세훈-한명숙 "그런 정책으론 망한다"
[SBS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 심판론·교육·경쟁력·복지예산 놓고 격돌
▲ 6.2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와 민주당 한명숙 후보가 19일 밤 서울 목동 SBS 스튜디오에서 SBS 주최로 열린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에 앞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유성호
"선출직 정치인은 공약이행으로 평가받는다. 서울시의 공약이행률은 96%에 이르고 있지만 한 후보의 17대 선거 당시 공약이행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본인이 발의했던 무상급식법도 결국 시행되지 않고 사실상 폐기했다. 과거 무책임한 공직생활에 대한 사과부터 있어야 한다." -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오세훈 후보는 겉치레만 하고, 예산은 낭비하고, 속 빈 강정이었다. 이런 방향을 갖고 서울시장을 앞으로 4년 더 하게 되면 서울시가 큰일 난다. 오 후보는 나에게 사과하라고 했지만 오 후보가 한 일 자체가 너무 방만하고, 책임감 없고, 겉치레만 했기 때문에 오 후보가 서울시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오세훈 후보와 한명숙 후보가 토론 초반부터 서로에게 강공을 날렸다. 지난 이틀 간 KBS, MBC 토론회에서 맞섰던 이들은 19일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SBS시사토론, 오세훈-한명숙 서울시장 후보 맞장토론'에서 그간 다져진 맷집과 공격력을 선보였다.
토론을 초반부터 뜨겁게 달구게 만든 것은 오세훈 후보의 적극적인 공세였다. 오 후보는 한명숙 후보가 주도권을 갖고 자신의 정책을 검증하는 시간에도 할애된 답변 시간 외에 반론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나서 '난상토론'을 이끌어냈다.
두 후보는 결국 격해진 토론 끝에 서로 "총리까지 지낸 분이 품격에 맞지 않는 말은 한다(오세훈)", "나를 폄하하고 있다, 무례한 질문 같다(한명숙)"며 감정 섞인 반응을 주고 받기도 했다.
"총리 재임 때도 사람중심 국가 아니야" VS "국민들은 민주정부 10년 그리워 해"
▲ 6.2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 ⓒ 유성호
그는 "한 후보가 총리하던 시절에도 사교육비가 증가했고 가계부채가 200조원이 늘었고 빈곤층이 100만명 늘었다, 민주당 지지자들도 참여정부가 무능한 정권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면서 "그때의 책임을 함께 통감하셔야 하는 게 아니냐"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이 최근 펴고 있는 '친노 심판론'을 닮은 논리의 공격이었다.
한 후보는 "참여정부가 100%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시행착오도 있었다"며 "그러나 현재 국민들은 민주정부 10년을 그리워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또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2년 반, 오세훈 시정 4년 동안 파헤치고, 부수고, 해야 할 것은 안 하고 겉치레만 했다"며 "참여정부의 부채는 87조 원이었지만 현재 이명박 정부는 2년 반 동안 109조 원을 부채로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오 시장은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있었고 그를 극복하기 위해선 확대재정을 펴야 한다"며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주면 보따리를 내놓으라고 한다는 옛 속담이 있는데 총리를 지내신 분께서 품격에 맞지 않는 말을 한다"고 역공을 취했다.
또 "실제로 전 세계가 대한민국의 경제위기 극복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있고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큰 공헌을 했다"며 "한 후보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분이 서울시를 맡게 되면 경제위기를 또 다시 맞이할 때 어쩌겠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명숙 후보도 지지 않았다. 한 후보는 "오 후보가 참여정부 비판을 통해 저를 폄하하고 있다"며 "오 시장이 강조한 디자인 서울, 한강르네상스, 광화문 광장, 가든파이브 는 모두 실패다"고 일갈했다.
"외국 홍보비는 투자, 국내 홍보비는 소통" VS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니깐 문제"
두 후보는 서로 각자 주되게 내놓은 교육·복지 분야와 도시경쟁력 분야에 대해서도 날선 공방을 벌였다.
▲ 6.2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한명숙 후보. ⓒ 유성호
상대방의 교육철학의 진정성에 의문을 던지는 동시에 앞서의 토론회에서 오 후보가 "돈을 쓰는 것을 보면 사업의 주안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던 것을 예리하게 파고 들어간 공격이었다.
이에 오 후보는 "학교용지부담금 추가 비용이 들어갈 필요가 없어 전체적인 증가율이 낮아진 것"이라며 "시장 재선에 대비해 미리 예산을 반영해놔야 한다는 뜻인가"라고 받아쳤다.
그는 또 "이번에 당선될 교육감과 함께 논의해 유기적으로 편성해야 할 예산이기 때문에 미리 반영할 수 없는 것"이라며 "지난해 계획을 세워놓지 않았다고 해서 (선거에)나가지 말라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고 맞섰다.
서울시의 관광산업 및 홍보비에 대한 논란도 다시 이어졌다. 오 후보는 "한 후보께서 해외 홍보비를 문제 삼는데, 일본과 중국에 86억 원의 홍보비를 쓰고 7조 원 정도의 관광수익을 얻었다"며 "이 정도면 남는 장사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 후보는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일본 관광객과 중국 관광객이 가장 많은 것은 환율 때문"이라며 "홍보비로 관광객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고 그의 주장을 인정치 않았다. 이에 오 후보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환율이 영향을 미친 점 인정한다"면서도 "환율이 완전히 똑같아진 하반기에도 중국은 관광객이 줄었는데 서울은 올랐다, 이는 서울시의 엄청난 투자 덕분"이라고 반박했다.
오 후보는 이어, "참여정부가 한미FTA로 인해 111억 원 대의 홍보비를 사용한 것처럼 갈등을 생길 수 있는 요지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홍보가 필요하다"며 "(관광객 유치를 위한)해외 홍보비가 투자라면 (시 정책에 대한)국내 홍보비는 소통"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여러 번 그 설명을 들었지만 홍보비만 따져보면 오 시장은 전임 시장에 비해 5배를 더 홍보비로 썼다"면서 "투자비, 소통비라 좋은 말 하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사람예산 10조 원, 그리스처럼 망한다" VS "겉치레 정책 쓰면 두바이처럼 망한다"
두 후보의 감정은 복지예산과 한강르네상스 사업에 대한 상호검증토론에서 더욱 격해졌다.
오 후보가 먼저 "정말 서울시민과 서울시를 사랑하는 게 맞냐"며 "시장이 되면 진두지휘해야 할 사람이 몇 명인 것 같냐"고 한 후보를 자극했다. 한 후보는 "무례한 질문인 것 같다"며 즉각 불쾌감을 드러냈다. 오 후보는 이에 대해 "심한 질문인 것 같아 안 드리려 한다"고 즉각 질문을 철회한 뒤 복지예산와 관련해 공격을 이어 갔다.
그는 "한 후보가 사람 예산에 10조원을 쓴다고 했는데 이것은 서울시의 예산 구조가 전혀 머리 속에 들어가 있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예산 짜임새"라며 "서울시 예산이 21조원이다, 일하는데 쓸 수 있는 예산 얼마인지 아는가"라고 시정경험을 바탕으로 한 공격에 들어갔다.
또 "한 후보의 공약에 따르면 전체 예산 중 13조원 가량의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 서울시는 교육·복지 관련 부서 외 나머지 부서는 손 놓고 놀아야 한다"며 "이처럼 예산을 사용하면 아르헨티나, 그리스처럼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해 망하게 된다"고 공격했다.
한 후보는 이에 대해 "한강르네상스 등 여러 가지 겉치레 사업을 줄여서 예산을 얼마나 늘릴 수 있다"며 "오 후보가 계산을 잘못한 것"이라고 맞섰다. 그는 "그리스의 경우에도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을 맞아 재정관리를 잘못해서 망한 것"이라며 "오 후보와 같은 정책을 써서 두바이가 망한 것"이라고 오 후보의 논리를 재반박했다.
한 후보는 또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한강운하사업'이라고 칭하며 ▲양화대교 구조 변경 ▲구 행주대교 철거 ▲중랑천·안양철 뱃길 공사에 따른 지하철 7호선과의 안전성 등을 공략했다. 무엇보다 한 후보는 "한강운하사업은 4대강 사업에 연계된 것"이라며 "국민의 70%가 반대하는 사업을 꼭 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오 후보는 "4대강 사업이 논란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한강르네상스 사업 명칭은 '경인아라뱃길'인데 경인운하 사업에 대해 모든 국민이 반대하냐"고 반문했다. 또 강서습지생태공원, 암사습지생태공원 등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통한 생태계 복원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갈등조장형 시장' 피해야" VS "19조 원 빚지는 대신 알뜰히 살림할 것"
한편, 두 후보는 이날 토론 마무리 발언에서 서로에 대한 감정을 은근히 드러내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앞서 "복마전 서울시의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선 수장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한 후보의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꼬집은 오세훈 후보는 "지난 4년 동안의 시정을, 조용히 서울을 바꿔가는 모습을 유심히 보셨을 것"이라며 "일만을 열심히 할 시장을 뽑아달라, 갈등 조장형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은 후보는 피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너무 자신만만해져서 그런지 (오 후보가) 국회의원을 하던 때와 많이 달라졌다"고 평한 한명숙 후보는 "시민들께서 우리 두 사람의 토론을 보고 어떤 사람이 진짜인지, 실천 가능한 약속을 하는지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오세훈 후보는 19조원의 빚을 졌지만 저는 알뜰하게 살림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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