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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테러분자를 욕해야지 왜 대통령을..." 유시민·심상정 "참패 당하고도 의기양양?"

[경기도 후보 토론회] '천안함 침몰' 극명한 시각차, 3인3색 불꽃 튄 정책 대결

등록|2010.05.21 11:40 수정|2010.05.21 12:40

▲ 6.2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왼쪽부터)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가 20일 밤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스튜디오에서 열린 '100분 토론, 경기도지사 후보 초청토론'에 앞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유성호


문자 그대로 불꽃 튀는 대결이었다. 20일 밤 MBC <100분 토론>이 준비한 6.2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한나라당 김문수, 국민참여당 유시민,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는 열띤 공방을 주고 받았다.

토론 시간 100분간 어떤 후보도 다른 두 후보를 누르지 못했다. 또 어떤 후보도 다른 두 후보에게 밀리지 않았다.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논객들답게 질문도 치밀했고, 답변도 빈틈없었다. 다만, 모든 공약과 정책마다 '보수와 진보'의 차이점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진보 쪽에 선 유시민 후보와 심상정 후보의 시각차도 컸다.

'색깔론' 공격-'책임론' 방어... 천안함, 극명한 시각차

▲ 6.2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 ⓒ 유성호

김문수 후보와 다른 두 후보의 차이를 가장 크게 부각시킨 이슈는 역시 천안함이었다. 김 후보는 북한책임론을, 유-심 후보는 정권책임론을 주장하며 팽팽하게 맞섰다.

포문은 김 후보가 먼저 열었다. 그는 유 후보를 향해 "범인의 지문, 혈흔 모든 게 다 나왔는데, 아직도 과학적 수사 결과(북한 어뢰)를 못 믿느냐"고 몰아붙였다. 또 "테러가 일어났는데, 왜 테러분자를 욕하지 않고 대통령을 욕하냐", "친북 반정부적 태도"라고 색깔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유 후보도 지지 않았다. 그는 "정부 발표가 사실이라면 군 복무한 대한민국 남자로서 치욕", "해전사에 가장 치욕스런 패배를 당하고도 무슨 무공을 세운 것처럼 말하느냐"고 정부를 비난했다.

심 후보 역시 "진 싸움을 놓고 의기양양하는 정권은 이명박 정부밖에 없을 것", "야당 탓 말고 대통령한테 가서 군 통솔이나 잘하라고 따지라"고 유 후보를 거들었다.

두 후보의 공격이 거세지자 김 후보는 뒤에 "이명박 정부가 안보무능을 자랑하는 게 아니다, 취임 후 안보를 더 강화했다"면서도 "정확히 원인을 밝혀내야 국가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게 아니냐"고 한발 물러섰다.

김문수 "댐에 고인 물이 맑아"- 유시민 "새로운 물리학 이론이냐"

▲ 6.2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 ⓒ 유성호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천안함 못지 않은 설전이 벌어졌다. 유 후보는 "4대강은 제2의 IMF를 불러올 수 있다", "보 공사로 고인 물은 썩는다", "한강 물고기 떼죽음도 포크레인으로 모래톱에 파묻어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며 파상 공세를 펼쳤다.

김 후보는 "팔당댐, 청평댐이 고인 물이지만 제일 맑고 그 물을 마신다", "댐이 많을수록 물이 맑다"는 반박을 내놨다. 그러자 유 후보는 "댐이 있어 물이 맑다는 얘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새로운 물리학 이론이냐"고 코웃음을 쳤다.

심 후보는 팔당유기농단지 폐쇄 조치를 맹비난했다. 김 후보가 앞장 서 유기농단지를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갈아엎으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후보는 "비닐하우스에서 쓰는 퇴비가 녹조의 원인", "오래 전부터 철거하려 했다"고 반박했다.

심 후보는 '4대강을 막겠다'는 유 후보의 약속에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는 "유 후보와 야권연대를 한 민주당 소속 전북도지사는 새만금 감사 편지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고, 호남 영산강에서는 단체장들이 줄줄이 나와 축사를 했다"며 "민주당과 지방공동정부로 4대강을 막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유 후보는 "영산강 사업에 찬성한 단체장들이 저도 마떵치 않다"면서도 "야권연대룰 하면서 다른 당에 싫은 일이 있다고 무조건 반대하면 힘을 못 모은다, 대신 남한강 공사는 막겠다, 양해를 구한다"는 답변으로 공세를 비껴갔다.

▲ 6.2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 ⓒ 유성호

이 밖에도 세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GTX(대도심 고속철도) 건설, 서민주택 정책, 교육예산 확충, 무상의료 등 복지, 수도권규제 완화 등 경기도 현안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수도권규제 완화에 대해 유 후보는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과반수를 점하고 있고, 대통령도 한나라당 출신인데 왜 지금까지 수도권정비계획법 하나 못 바꾸느냐, 4년 더 한다고 바꿀 수 있겠느냐"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김 후보를 당황스럽게 했다. 김 후보는 "앞으로 차츰차츰 개정해 나갈 예정"이라는 답변만 내놨다.

무상의료와 관련해서는 유 후보와 심 후보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다. 심 후보는 "이명박 정부 아래 윤증현 장관이 추진하는 의료민영화가 사실은 참여정부 때 추진한 정책"이라고 유 후보를 몰아붙였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냈다.

하지만 유 후보는 "진보신당의 보건복지 개념이 과거의 것인 듯 하다, 보완이 필요할 것 같다"는 말로 가볍게 응수했다.

유시민의 '강적'-김문수의 '꿈'-심상정의 '야구 사랑', 결과는?

이날 토론에서는 또 패널들이 재치 있는 질문을 던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 패널은 유 후보에게 "가장 토론하기 어려운 논객이 누구냐"는 질문을 던졌다. 유 후보는 "진중권 교수와 같이 앉으면 긴장된다"고 답했다.

또 다른 패널은 김 후보에게 "도지사를 떠나 개인적으로 재밌는 일탈을 한다면 어떤 게 하고 싶으냐"는 질문을 했다. 처음 질문을 잘못 알아들은 김 후보는 "꼭 해보고 싶은게 남북 통일"이라고 답했다가, 뒤에 "비리, 부패한 공무원 찾아서 바로잡는게 굉장히 통쾌할 것 같다"고 수정했다.

"고교 시절 야구팬이었는데, 도지사가 되면 경기도에 연고를 둔 프로야구단을 만들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심 후보는 "고교 야구 쫓아다니다가 재수했다, 도지사가 되면 생각해 보겠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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