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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1주기] 추모분향소 빗속에도 추모객 줄이어

[충남 서산] 추모분향소 22일 밤 10시에서 23일 오후 6시까지 연장키로

등록|2010.05.22 21:17 수정|2010.05.22 21:17

▲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모분향소가 서산에서 차려졌다. 추모분향손은 지난해 분향소가 섰던 그자리다. ⓒ 안서순


'영원히 나의 대통령입니다'

'누가 대통령이 된다한들 노무현 대통령 같은 사람이 또 나오겠어요?'
'봉하마을에 가려고 일년을 별렸는데, 못가게 되어 여기 분향소가 문을 열자마자 한걸음에 달려 왔습니다.'

22일 지난해 분향소가 섰던 그 자리에 다시 추모분향소를을 차려졌다.

오전 9시 30분, 그 시간부터 분향객들을 맞기 시작해 한 시간 반 정도나 지났나, 잔뜩 흐리던 하늘에서 급기야 빗방울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전 11시께다. 추모위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얼굴에 난색이 가득하다.

"천안함에다, 6.2 선거로 사회분위기가 어수선해 가득이나 추모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는데 비까지 오시다니, 참, 하늘도 무심하시다"며 안인철 목사와 함께공동추모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신환 위원장이 답답해 한다.

게다가 오후 7시부터 '추모 문화제'가 준비되어 모든 작업이 마무리된 상태인데 낭패도 그런 낭패가 없다. 추모방명록이 추모분향소 천막안으로 들어오고, 노 전 대통령 사진전을 위해 이젤 위에 가지런 하던 사진들도 안으로 들어다 놓았다.

'이대로 파장인가' 어지럽도록 심란한데, 각 정당 후보자들이 비로 인해 각 지역에서 벌이던 유세활동을 중단하고 서산 시내 가운데 유세하기 가장 좋은 장소로 첫 손가락에 꼽는 시청 앞 분수대으로 몰려들면서 추모분향소는 시장 한가운데에 들어서 있는 것 같이 정신사납다.

볼륨 높은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오는 연설원들의 유세와 로고송, 선거종사자들의 현란한 몸짓, 그리고 점차 끍어지는 빗방울. 그런데도 분향객들이 찾아주었다.

우산을 받쳐들고 부부가 오고, 중학생들이, 고등학생들이 오고, 엄마가 아이들 손을 잡고 왔다.

▲ 노무현대통령을 추모하는 고등학생들. 고등학생들은 가장 호감이 가는 대통령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꼽았다. ⓒ 안서순


서산 모 고등학교 1학년인 박아무개군은 친구 4명과 함께 와서 "지난해 중3 때 엄마와 함께 분향소를 왔었는데 올해는 반 친구들과 함께 왔다"고 말했다.

추모분향소를 찾은 고등학생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가장 훌륭한 대통령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아이들을 데리고 온 엄마. 추모본향소를 찾은 엄마와 아이들이 나란히 절을 올리고 있다 ⓒ 안서순


절을 한 후 그 자리에 엎들여 10여 분간 울음을 멈추지 않던 30대 직장 여성, "대통령님" 하며 큰소리로 외치며 절을 하던 40대 노동자, 막걸리를 한 병 사들고 와서 영정 앞에 한 잔 올리고 곡을 하며 절을 하던 70대 노인, "분향소를 차려주어 정말 고맙다"며 추모위원들의손을 부여잡고 흔들던 50대 농부.

우산 없이는 서너 걸음만 걸어도 옷이 젖을 정도인데, 대부분 분향객들은 방명록에 글을 쓴 다음 노란 리본에 '노 전 대통령을 기리는 글'을 써서 줄에 매달았다.

오후 6시, 갈수록 빗방울이 굵어지자 추모위원회는 '추모문화제'를 취소키로 결정했다. 그 대신 22일 오후 7시까지 운영하려던 추모분향소를 다음날인 23일 오후 6시까지 연장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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