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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차려진 시민분향소 "6·2 투표로 복수하자"

[현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모 시민분향소

등록|2010.05.22 21:57 수정|2010.05.22 22:16

▲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를 하루 앞둔 22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한 어린이가 조문을 하고 있다. ⓒ 최윤석


▲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를 하루 앞둔 22일 오후. 서울 대한문 앞에 마련된 분향소앞에서 한 학생이 6월2일 투표 참여를 촉구하는 선전활동을 펼치고 있다. ⓒ 최윤석


"벌써 1년이 흘렀다. '복수'라는 단어가 좀 거칠지만, 솔직한 심정이기도 하다. 일반 시민이 정치권에 할 수 있는 복수는 투표뿐이다. 가장 소극적이면서도, 또 가장 적극적인 나만의 복수는 투표밖에 없다."


김호철(가명. 38)씨는 아내, 두 딸과 함께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섰다. 왼손은 7살 딸의 손을 잡았고, 오른손으로는 종이 피켓을 들었다. 검은 바탕에 노란 글씨가 선명했다.


▲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를 하루 앞둔 22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어르신께서 국화꽃을 든채 조문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최윤석


"6·2 복수할 거야!"


김씨 가족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정 앞에 흰국화를 올렸다. 헌화를 마친 김씨는 "작년에는 많이 울었는데, 올해는 안 울겠다고 다짐했다"며 웃었다. 김씨는 "감정이 말라서가 아니라, 쉽게 좌절하지 않고 세상을 바꾸는 작은 실천을 오랫동안 하고싶다"고 말했다.

삼삼오오 모여든 시민들 "잊지 않겠습니다, 노무현"

▲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를 하루 앞둔 22일 서울 대한문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 노무현 대통령의 영전사진이 올려져 있다. ⓒ 최윤석


23일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가 되는 날이다. 이에 앞서 22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 시민분향소가 다시 차려졌다.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은 다시 흰 국화로 둘러쌓였고, 시민들은 그 앞에 길게 줄을 섰다.

작년 장례식 기간에 비하면 시민분향소 앞에 줄 선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헌화 분향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의 행렬은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약 200m까지 이어졌다. 연휴를 맞아 가족들과 함께 온 사람들이 많았다.

오후 3시께부터 비가 내렸지만 현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시민들은 우산을 들거나 우비를 입고 오랫동안 자신의 차례를 기다린 뒤 헌화·분향했다. 대한문 앞에 삼삼오오 모여 앉은 시민들은 '잊지 않겠습니다, 노무현'이라 적힌 손펫말을 들고 현장을 지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들도 돌담길을 따라 전시됐다. 비가 내리자 시민들은 사진위에 비닐을 덮었다. 또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이 담긴 동영상도 10여 대의 TV를 통해 상영됐다.

▲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를 하루 앞둔 22일 오후. 서울 대한문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워 하는 글씨가 새겨진 노랑띠를 매달고 있다. ⓒ 최윤석


양미현(34)씨는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고향에 내려가 "이야, 기분 좋다!"라는 외치는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저런 대통령을 또 만날 수 있을까"라고 혼잣말을 했다. 양씨는 노란색 천에 "좋은 곳에서 편히 쉬세요"라고 적은 뒤 그것을 가로수 사이에 연결된 줄에 묶었다.

이미 줄에는 수천 개의 노란색 천이 묶여 있었다. 비에 젖은 천에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과 투표에 대한 다짐들이 가득했다.

"벌써 1년이 갔네요. 10년이 지나면 그리움이 좀 덜할까요?"
"투표를 포기하지 않는 깨어 있는 시민으로 살게요." 

▲ 대한문 분향소를 찾아 절을 올리고 있는 한명숙 후보. 왼쪽은 배은심 이한열 열사 어머니, 오른쪽은 이상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 ⓒ 이주연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지자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후보, 최문순·김진애·천정배 민주당 의원,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등이 시민분향소를 찾았다.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은 5시께 현장을 찾았다.

시민분향소의 한 자원봉사자는 "저녁 8시까지 약 1만여 명의 시민들이 추모 행렬에 동참한 것 같다"며 "내일 밤 11시까지 분향소를 운영할 예정인데, 작년만큼은 아니라도 많은 시민들이 다녀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0여 명 시민 분향소 지켜...
경찰도 대한문 앞에 차벽 설치 안해

오후 9시가 넘었지만 대한문 앞에는 약 2000여 명의 시민들이 현장을 지키고 있다. 일부는 촛불을 들고 있다. 간간히 현장에 설치된 TV에서 "이야, 기분좋다!" "우리 아이들에게, 불의와 타협하지 않더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하나의 사례를 남기고 싶다"는 노 전 대통령의 육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빗줄기는 여전한데 사람들은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대한문 앞에 차벽을 설치하지 않았다. 주변에 교통경찰만 배치했다.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는 23일 밤 11시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23일 6시부터 서울광장에서는 노 전 대통령 추모 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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