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파독>겉표지 ⓒ 부키
중요한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다. '그들은 어떻게 전 세계 선거판을 장악했는가?'라는 부제의 책 <알파독>이 그 주인공이다. 선거철에 선거 전략에 관한 책이 나오는 일이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눈에 띈다. "김대중과 코라손 아키노를 대통령으로 만들고"라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전략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논픽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여 밀러 그룹은 달랐다. 이들은 케빈 화이트의 이미지를 오만하면서도 못됐지만 능력 있는 시장으로 만든다. 정당이나 정책의 문제보다 이미지를 더 중시했던 것이다. 나아가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펼친다. 그 결과는 어떠했을까? 소여 밀러 그룹의 승리였다. 그 후에도 소여 밀러 그룹은 미국의 주요한 선거뿐만 아니라 남미나 아시아 등의 중요한 선거에도 참여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그들의 '전략'을 펼치기 시작하고 세계의 정치는 그것에 물들어간다.
그들이 펼치려했던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텔레비전의 위력을 누구보다 빨리 깨달은 터였다. 또한 후보의 이미지와 인물을 강조하는 선거 캠페인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정당이나 정책 같은 건 그 다음 문제였다.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는 건 어떨까. 그들의 전략은 유효했다. 독재에 대항하던 아키노와 필리핀 국민의 모습을 텔레비전 방송에 보내 독재자를 쫓아내게 만들거나 칠레에서 독재를 두려워하는 국민들의 두려움을 자극해 피노체트의 연임을 막는 등 그들의 활약은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관해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소여 밀러는 곧바로 김대중을 평화라는 대의를 위해 헌신하는 민주투사이자 정치가로 부각시키기 시작했다. 김대중은 진심으로 정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소여 밀러가 보기에는 이미지를 새롭게 할 수 있는 중대한 기회였다. 그들은 1997년 선거에서 김대중이 불사조처럼 재기할 수 있으리라고 예상하고 김대중 재단의 설립을 돕고 김대중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올리기 위해 대대적으로 로비를 펼쳤다. 1995년 무렵 소여 밀러는 김대중이 정계로 복귀할 것인지, 복귀한다면 언제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알파독> 中에서-
<알파독>은 각종 인터뷰 등을 통해 소여 밀러 그룹에 대한 활동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 생생함이 더할수록 불편함도 커진다. 책에 관한 불편함은 아니다. 그보다는 '알파독'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현재의 정치판에 대한 불편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소여 밀러 그룹이 원한 것은 간단했다. 정치인을 '상품'으로 만들고 유권자를 '소비자'로 만드는 것이다. 좋은 뜻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의 전략은 성공했다. 그것은 요즘의 선거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요즘은 후보의 정책은 물론이거니와 정당에 대한 것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후보의 이미지다. 사람들도 그것을 안다. 알면서도,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정당을 옮기든, 지난 선거 때의 공약을 지켰든 지키지 않았든 상관하지 않는다. '인물'의 '이미지'로 선거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알파독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이 책이 선거 전에 나왔다는 것이다. 책의 의도와는 다르게, <알파독>이 '알파독'을 이야기함으로써 '유권자'가 '소비자'로 전락하는 걸 조금이나마 방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우리는 '알파독'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질문과 답을 동시에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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