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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향한 연설에 '나는'이라니!

사과 한 마디 없이 국민 '선동'하는 대통령

등록|2010.05.24 12:31 수정|2010.05.24 12:31
이명박 대통령, 그는 덕도 없고 철학도 없는, 참 못 난 대통령이다. 못 날수록 그 점을 덮기 위해 더욱 독선적이고 무자비해진다. 천안함 사태에 대한 담화문에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라고 시작하면서 "나는..."이라고 자신을 지칭했다. 설사 그런 관례가 있다 해도 오늘 듣는 그의 목소리는 더욱 오만했다.

우리 국어에서는 존칭(尊稱)과 겸칭(謙稱), 비칭(卑稱)이 엄연히 있고, 또 민주의 이념 아래서는 지도자든 공무원이든 국민의 공복(公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통령이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모르나 국민들 앞에서 한 연설에서 "나"라고 하는 것은 대통령의 오만이다. 아니면 연설문을 기초한 측근이 무식하고 오만해서일까?

오만한 대통령의 독선

특히,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 국민 앞에서 연설을 한다면, 가장 먼저, 장병을 46명이나 수몰시킨 엄청난 비극 앞에 국군의 통수권자로서 머리 숙여 사죄하며 통렬한 반성부터 해야 옳다. 그런데 마치 자신은 잘 한 것처럼 뒤로 물러나 큰소리만 쳤다.

그리고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효과적 조치는 거의 없는 줄 뻔히 알면서 이미 수차례나 북한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운운하며 마치 금방 북한으로 쳐들어갈 듯이 국민을 속이고 있다. 참으로 솔직하지 못 하고 진실하지 못 한 대통령이다.

지난 민주당 정권 10년 동안 대북 화해정책의 효과로, 개성 공단,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상봉, 남북 교류 등 북한도 도발을 자제하고 북한 내부의 온건파도 힘을 얻는 중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만일 그런 대북정책을 강경으로 전환하려면 그만한 절실한 상황과 이유와 타당성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대북 관계 자체에는 그럴 까닭이 없었다.

국민을 전쟁으로 몰아가려는 지도자

굳이 이명박 정부가 태도 전환하게 된 이유를 찾자면 북한과의 대결 정책을 통해, 또 미국에 의존함으로써 우선은 자신의 국내 통치를 편안하게 할 수 있다는 계산밖에 없다. 지금은 또 하나만 덧붙인다면, 지난 정부에 대한 맹목적인 반발 때문이었다.

지난 정부는 갖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북한과의 정상 회동을 이끌어 냈고 60년 만에 역사적으로 전작권을 회수하여 국혼(國魂)을 찾을 즈음이었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가 찬물을 끼얹고 정당한 이유 없이 방향을 바꾼 것은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반역행위가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오늘날 중동과 이라크, 아프간에서 끝없는 전쟁으로 영문도 모르는 수많은 생명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남북관계를 다시 대결로 몰아가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가?

안으로는 안보를 굳건히 하면서 밖으로는 평화를 조성하는 것이 우리 국민들의 안녕과 행복에 가까워지는 길이 아닌가? 안보는 허술히 하여 전투함이 어뢰를 맞고도 영문도 모를 지경이면서 말로만 북한과의 대결을 부르짖는 대통령은 참 나쁜 사람이다. 그는 오늘도,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습니다"고 엄포를 놓았다.

자기 책임은 회피하면서 국민에게 덮어씌우고

그는 이번 천안함 뿐만 아니라 임기 시작 후 지금까지 내내 그랬다. 스스로가 책임져야 할 부분은 마치 모르는 양 감추고 그것을 호도하기 위해 주변의 다른 대상을 공격했다. 지도층의 잘못을 감추고 힘없는 국민을 몰아붙였다.

용산 철거민이 경찰의 공격으로 처참히 죽었을 때도 사과 한 마디 없이 오히려 그들을 범죄자로 몰았다. 촛불 사건이 일어난 배경에 대해 반성하고 고민하기는커녕 그것을 우려한 방송을 때려잡고 지식인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도대체 국민이 우를 범하더라도 이미 수만, 수십만이라면 대통령은 국민을 비난할 게 아니라 왜 국민이 저토록 우를 범하는지 아파해야 옳다.

삼성 총수 이건희의 범죄는 수 천 억의 경제범이 분명함에도 제대로 처벌을 받기도 전에 사면해 버렸다. 탤런트 장자연씨 사건에서도 이 사회 지도층의 추악함을 그대로 덮었다. 지금 검찰의 추악한 행태도 교묘한 방법으로 희석시키고 있다.

철학도 없고 국가 미래 비전도 없어

그는, 자기 보신(保身)을 위한 요령과 충언을 기피하는 독선만 가득하다. 도대체 국가 지도자로서 어떤 철학을 읽을 수가 없다. 그가 국가 미래의 비전을 우리 국민들에게 제시한 것을 듣지 못 했다. 후보 때부터 지금까지 오직 하나, 언제나 경제를 입에 담고 있을 뿐이다.

철학까지는 아니라 미래 외교의 비전만 해도 그렇다. 미국은 지금 물질적 팽배로 국내 혼란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오직 대외적 팽창과 전쟁으로 만회하려는 부도덕한 국가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미국을 우호국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런 미국과 떼던 손을 다시 잡으려고 중국을 놓치는 건 대한민국 외교사의 치욕스런 실책이 될 것을 우리 대통령만 모르고 있다.

남북한 문제의 해결도 미국으로는 안 된다. 미국에 의존하면 또 우리 민족끼리만 처참한 피를 흘려야 한다. 중국은 남북한 문제의 평화적, 점진적 해결 대안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실리적인 국가이며 미국과는 미래의 경쟁국이다. 우리와 친하다 해서 북한을 놓치려 하지 않으며 우리가 미국과 결탁하는 한 중국은 우리의 우호국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중국을 통해 우회적으로 북한을 유화(宥和)하게 할 수 있다. 사실 지금 북한의 생명줄을 잡고 있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이번 천안함 사건 직후의 중국 태도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미국은 이 시점에서 대안이 결코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을 원망할 생각은 없다. 그가 설마 이렇게 할 줄은 몰랐을 국민을 어떻게 원망하랴? 지금이라도 이명박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게 우리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를 정확하게 알려주고, 그리하여 대통령을 견제하고 꾸짖는 것만이 국민이 할 일이고 그 일은 오직 국민밖에 해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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