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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영역을 효과적으로 시각화한 전시회

민연기 개인전 'Waiting for the green flash' 리뷰

등록|2010.05.25 14:38 수정|2010.05.25 14:38
사진은 사실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외형적으로는 지시적이다. 하지만 현실 그 자체를 정확하게 재현하는 것에만 머물지 않고, 작가의 내면적인 영역과 심리적인 흐름을 표현하는데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비사실적이면서도 애매모호한 그 어떤 인덱스(index. 흔적)으로 보여 지기도 한다.

사진은 주지하다시피 매체예술이므로 작가가 매체의 어떤 특성을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결과물의 외형과 지시하는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번에 갤러리 룩스에서 전시하는 민연기는 사진의 그러한 표현매체로서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수용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결과물을 생산하여 보여주었다.

▲ 압구정동 120x80cm Digital Lamda print 2008 ⓒ 민연기





▲ 이태원 120x80cm Digital Lamda print 2008 ⓒ 민연기




민연기는 일상에서 만난 사소한 사물들과 장면을 지극히 주관적인 시선으로 재구성하여 최종 결과물을 생산하였다. 작가가 관심을 갖은 대상들은 쇼 윈도우에 진열되어 있는 인형, 바닥에 버려있는 팝콘, 정육점 진열대에 있는 돼지고기, 흔들린 나무 가지 등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의 모습들이다. 작가는 이러한 다양한 대상들의 외관을 붉은 색이 전체적으로 감싸는 자극적인 이미지로 변환하여 결과물을 생산하였다.

이번에 작가가 전시하는 작품에 담겨져 있는 대상들은 전체적으로 공통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작가가 사진적인 수사법으로 재구성하였기 때문에 언어나 문자로 표현 할 수 없는 영상언어가 생성되었다. 그래서 결과물 자체가 영상언어로서 그 어떤 심리적인 요소를 표상하고 있는 것이다.

▲ 능동 120x80cm Digital Lamda print 2008 ⓒ 민연기





▲ 신사동 120x80cm Digital Lamda print 2008 ⓒ 민연기




작가는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들을 단순하게 일률적으로 단열하지 않고 자신이 표현하고자하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시각화하기 위해서 멀티플하게 구성해서 설치하거나 작품을 두 장씩 붙여서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특정한 서사구조가 발생하여 영상언어로서의 사진의 특성과 매력을 효과적으로 드러내었다.

동시대 한국사진은 젊은 사진가들의 작품이 과거 선배사진가들의 작품에 비해서 개념적이면서도 좀 더 정교해졌다. 하지만 지나치게 작품의 표면이 일률적으로 매끈해져서 개성적이지 못한 요소들도 많이 있다. 이번에 민연기가 발표한 작품들은 그와는 다르게 자신의 감정과 개성을 솔직하게 표현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타자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을 확보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래서 전시에 대한 담론을 생산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작가의 심리적인 영역을 효과적으로 시각화한 전시다.
덧붙이는 글 2010_0519 ▶ 2010_0525
갤러리 룩스_GALLERY LUX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5번지 인덕빌딩 3층

Tel. +82.2.720.8488

www.gallerylux.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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