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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금융의 95%가 투기거래... 잔혹 사기극

등록|2010.05.26 10:57 수정|2010.05.26 10:57
지난 3월 한국은행 산하 금융경제연구원은 1980년대부터 여러 나라에서 해외로부터 과도한 증권투자유치나 은행차입을 한 경우 오히려 경제에 독(毒)이 되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반면 장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외국인직접투자(FDI)는 당연히 좋은 경제행위로 인정해 왔다.

세계금융의 95%가 투기거래

그러나 최근 직접적 생산투자인 경우에도 투기자본의 속성이 드러나고 있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에서 드러났듯이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이나 금융기관조차도 정상적인 금융흐름이 아니라 거품(bubble)과 비이성적 과열 속에서 붕괴하거나 휘청거렸다. 그 결과 시장에 대해 개별 국가가 아닌 G7을 넘어 G20까지 확대되었다. 1970년대 초만 하더라도 세계금융거래의 90%가 장기투자와 무역거래였는데 1990년대 말에 이르러서는 95%가 투기거래로 변화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8년 미국 금융위기, 2010년 그리스 재정위기 등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미국정부가 직접 발행하는 주화(동전)는 전체 통화량의 1만분의 1에 불과하다. 여기에 민간은행인 연방준비은행이 발행한 달러지폐를 합쳐봐야 미국전체통화량의 3% 미만이다. 나머지 97%는 컴퓨터화면에만 존재하며 대출이라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2007년 말 현재 파생상품은 전 세계 생산량의 10배나 되는 681조 달러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파생상품은 투기자본으로서 시장을 왜곡시키고 기업을 빼앗고 국가경제를 혼란에 빠뜨린다.

J.M 케인즈조차 1929년 세계대공황 직후 자신의 재산을 23배나 늘린 투기꾼이었다. 투기적 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금융)자본은 국가에 의해 통제되기는커녕 역으로 국가를 뒤흔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6년 OECD조기가입을 위해 금융시장을 개방한 결과 1997년 IMF외환위기를 초래했고 이후 전개된 신자유주의 개방정책은 해외투기자본의 천국으로 만들었다. IMF외환위기 당시 '눈물의 비디오' 사업장이었던 제일은행은 15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급 투입 후 뉴브릿지캐피털에 넘어갔고 1조 1천 5백억 원에 달하는 차익을 남기고 팔면서도 세금 한 푼 물지 않았다.

G20 의장국 자격 있는가?

2003년 외환은행을 불법으로 인수한 론스타 역시 외환은행 지분매각, 주식배당, 부동산 투기 차익 등으로 2조 8천억 원을 벌었고 이제 지분과 경영권 매각으로 세금 없이 약 5조원의 차익을 예상하고 있다. 5조원이면 최저임금 노동자 50만 명의 1년 임금이다. 작년 '함께 살자!'고 외치며 77일간의 파업을 전개했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역시 완전고용보장과 장기투자 약속을 위반한 채 기술만 빼나간 투기자본 상하이자동차의 수탈의 피해자였다. 거기다 국가권력까지 나서서 노동자를 탄압하였다. 현실적으로 국가가 자본에 대한 통제와 규제를 하지 않는 한 기업별로 노동자들의 대응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인수합병(M&A)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자본시장통합법까지 개정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도입과 사모펀드(PEF)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려 한다. 오는 12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한국의 현실이다. '잔혹한 사기극'으로 불리는 국제금융통화시스템 하에서 벌어지는 통화전쟁과 자본의 이윤사냥을 끝장 낼 새로운 제도는 가능한가? 이는 자본주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문제이고 따라서 누가 주체가 될 것인가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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