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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드디어 논에 뿌리 내리다

이천쌀의 한살이(6)

등록|2010.05.30 18:31 수정|2010.05.30 18:31
아까시나무의 달콤한 향이 은은한 5월 중순, 들녘은 모내기가 한창이다. 예전처럼 못줄에 맞춰 십수 명의 사람들이 손모내기를 하는 풍경은 이제 구경할 수 없다. 하지만 격자무늬 논은 민숭한 대머리에서 송송한 까까머리로 모자이크를 만들어 간다. 밤마다 우렁각시가 논에 다녀간 걸까? 인기척은 드문데 칸칸의 논은 나날이 연둣빛으로 채워진다.

모내기는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울력다짐 노동이다. 품앗이를 통해 여럿이 모내기를 하는 날이면 들녁은 시끌벅적 흥겹다. 하지만 이것은 예전의 모내기 풍경이고, 지금은 이앙기가 대신하는 외로운 작업이다.

이천지역의 모내기는 99%를 이앙기로 한다. 그것도 걸어다니는 보행이앙기가 아니라 농부가 기계에 타서 운전하는 승용이앙기가 대부분이다. 너른 논들은 볼 때 어느 세월에 저 들에 모를 다 심을까 하는 염려도 들지만, 승용이앙기는 수십 명의 몫을 거뜬히 감당한다.

이앙기가 모를 싣고 논을 지나가면 한번에 6모숨의 모가 쏙쏙 심겨진다. 한 마지기의 논을 10분이면 마칠 수 있다. 손모내기를 한다면 대여섯 사람이 시간 남짓 걸릴 면적이다.

▲ 기계이앙기로 모내기하는 장면 ⓒ 박종인



이천지역에서 추청품종의 최적 모내기일은 5월 18일 전후이다. 이천시농업기술센터에서는 벼의 병해충 및 생육상태 등을 살피기 위해 30a의 논을 운영하고 있다. 그곳에 모내기를 했는데, 대부분의 면적은 지역의 대표품종인 추청을 이앙기로 심었다.

일부에는 품종비교를 위해 직접 파종하여 기른 다양한 품종을 직원들이 손으로 심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손모내기를 하는 직원들도 몇몇 있었다.
이것이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적인 모내기 풍경이었다.
예전엔 고된 <노동>이었던 손모내기가 지금은 즐거운 <체험>이 되었다.

▲ 손으로 모내기 하는 장면 ⓒ 박종인



▲ 모내기 ⓒ 박종인




모내기 전에 써레질 후 깊게 댄 물을 적당히 빼서 모가 잠기지 않을 정도(2~3cm)로 논물을 유지한다. 그 전에 밑거름과 규산질비료 시비는 마쳐야 하며, 논바닥이 균일하도록 평탄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내기 당일에는 육묘상자에 약제를 처리하는데, 이는 물바구미 등 해충과 병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육묘상자당 50g의 약제를 처리하며, 1kg들이 농약 1봉으로 20상자를 처리할 수 있다.

▲ 육묘상제에 농약을 상자처리 ⓒ 박종인



모는 한 모숨에 서넛 줄기만 심는다. 허전해 보이기도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모는 줄기의 마디에서 새로운 줄기가 나오는데, 이를 분얼(새끼치기)이라고 한다. 모의 분얼은 1차, 2차, 3차까지 계속되어 이론상으로는 1개의 모에서 40개 까지 가지가 나올 수 있다.
한 모숨에 많은 줄기를 심으면, 벼는 새끼를 많이 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서 가지를 적게 낸다. 반면에 적은 줄기를 심으면, 벼는 더 많은 새끼를 쳐야겠다는 생각에서 더 많은 가지를 낸다. 그러므로 굳이 많은 줄기를 심어서 모를 낭비할 필요는 없다. 서넛 줄기만 심어도 나중엔 20개 정도의 적당한 줄기로 늘어난다.

그리고 모 심는 간격은 1평방미터당 21모숨을 심는다. 평당 70모숨 정도이다. 예전에는 더 촘촘하게 모를 심었지만, 점차 단위면적당 적게 심는 추세이다. 벼에게 충분한 생육공간을 보장하면 벼도 충분한 수량으로 농부에게 보답한다. 조바심에 일찍 심으면 벼는 몸살나고, 욕심에 많이 심으면 벼는 부대끼며 비실하게 자란 수밖에 없다.

모내기 후 며칠 동안은 물을 깊게 대어준다. 그 동안에 모가 논에 뿌리를 내려 자리를 잡는 시기이다. 뿌리를 내려 자리를 잡은 모는 본격적으로 새끼치기를 시작하며 벼로 자란다. 생명력이 있다는 것은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 생명력을 곁에서 지켜보노라면 덩달아 생의 기운이 움튼다. 갈색 논이 얼룩얼룩 모자이크로 변하다가 연둣빛 논으로 변한 모낸 후의 논엘 가보라.  꿈틀대는 생명의 기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바야흐로 오월, 생명의 달이다.

-종이인형- 

▲ 모 낸 후 논 풍경 ⓒ 박종인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DAUM 블러그 <시골뜨기의 잠꼬대>에도 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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