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요동치는 금융시장....'경제 대통령' 어디 갔나?

MB의 천안함 무리수, 불거지는 '한반도 리스크'

등록|2010.05.28 22:05 수정|2010.05.28 22:05
20일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민군합동조사단의 발표 이후 한반도에서의 위기의식이 고조되어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잇달아 강경한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하고, 북한 역시 남북관계 전면 중단 등으로 대응하면서 남북간의 긴장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에 들어와 있는 자본들이 위기감을 느끼며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발 재정위기에 한반도 리스크까지... 요동치는 금융시장 

정부는 천안함 발표에 따른 한국 금융시장의 파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 과거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리스크)이 발생했을 때 한국 경제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었다는 점 ▲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지 두 달이나 지나 관련 악재가 국내 경제에 이미 반영돼 있다는 점 ▲ 한국경제의 경상수지 흑자기조, 재정건전성 등을 감안하면 외부영향을 충분히 흡수할 능력이 있다는 점 등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예측과는 다르게 한국 금융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극도로 긴장되며 한반도에서의 위험이 커지자 금융시장에서의 불안감이 정부의 예상과 달리 크게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원-달러 환율은 1100원 선이 무너져 수출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던 상황에서 이제는 한때 1300원 선을 넘을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1100원에서 1150원 선을 오가던 원-달러 환율은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가 있은 직후 폭등하여 1200원 선을 돌파, 27일 1224.0원까지 올랐다. 지난 26일엔 달러당 1253.3원까지 오르며 천안함 발표 이전과 비교해 4거래일 만에 약90원 가까이 급등했다. 물론 27일 환율이 하락하긴 했지만 그동안 급등한 데 따른 반작용의 성격이 강한 데다 금융당국의 개입이 작용했다는 점에서 안정화되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환율이 불안하자 금융당국은 "현재 쏠림현상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개입에 나섰고, 25일에만 30억 달러 가량을 시장에 매각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규모가 2억~3억 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는 것과 비교해 보면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주가도 크게 흔들렸다. 2010년 들어 1750선(4월26일 1752.2)까지 올랐던 코스피(KOSPI)지수가 5월 25일 1560.83을 기록하며 1600선이 무너졌다. 26일, 27일 코스피 지수는 1607.5까지 상승했지만 여전히 외국인은 26일 2200억원, 27일 3000억원 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5월 들어 27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5천억원 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주가급락을 우려한 정부의 인위적 개입이 있었다는 점에서 금융 불안이 해소되었다고 평가하기는 힘들다. 주가가 급락했던 25일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2952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정부가 주가 급락을 우려해 연기금을 동원해 개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연기금은 26일에도 950억원, 27일에도 770억원 가량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주식시장을 떠받쳤다.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급등하고 있다. 한국정부 발행 5년 만기 외화채권에 대한 CDS 프리미엄은 19일 117bp(1bp=0.01%포인트)에서 천안함 발표일인 20일 146bp로 급등한 이후 25일 170bp까지 급등했다. 2009년 7월17일 178bp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26일 다시 160bp(오후3시기준)로 떨어졌으나 천안함 발표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진다는 것은 채권 등에 대해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일종의 수수료(프리미엄)가 높다는 것으로 그만큼 부도위험이 높다는 것을 나타낸다.

'한반도 리스크' 얼마만큼 작용했나

물론 현재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원-유로 환율 추이를 보면 한반도 정세상의 위험이 크게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유로화는 현재 유로당 1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좌측 그래프에서 보여지 듯 유로화의 가치는 하락추세에 놓여있고 유로-달러 환율은 1.22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그에 따라 원-유로 환율도 하락세를 보였다(우측 그래프). 하지만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가 가시화된 19일부터 원화가치는 유로화보다 약세를 보이며 원-유로 환율이 1550원선 가까이 폭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5월 19일 1유로당 1400.08원이던 환율은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이후 원화가치가 급락해 26일에는 1유로당 1549.30원을 기록했다. 이는 현재의 금융시장 불안이 유럽발 재정위기에 영향을 받는 측면도 있지만 한반도 리스크가 상당히 많이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좌)유로화당 달러 가치 추이 (우)유로화당 원화 가치 추이 (2010년3월~5월27일)유로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고 원화는 20일을 기점으로 약세를 보이는 유로화에 비해서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임. ⓒ 한국은행











27일 주가는 1600선을 다시 회복했고, 환율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한반도 리스크가 잦아들었다고 평가하기는 힘들다. 앞서 언급했듯 정부가 금융시장에 적극 개입한 영향이 크다. 특히 지방선거가 코앞이라 정부당국은 금융시장 안정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위험요인을 일시적으로 정부가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향후 금융시장에 대한 충격이 계속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전의 한반도 리스크의 경우 일회성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에 비해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언제 추가 악재가 다시 생겨날지 모르는 형국이다. 현 상황은 단기간의 주가 반등 등으로 금융시장 안정을 점치기에는 한반도상의 정세가 너무나 긴박하다. 지금과 같은 정세라면 향후 불안감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남북 간의 긴장은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으로까지 치닫고 있고, 앞으로 어떤 강경한 조치들이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태다. 북한은 심리전 수단 설치 시 조준 격파사격을 하겠다고 발표했고, 이에 대해 25일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심리전 강행 입장을 재확인하며 북한의 심리전 장비 공격 시 자위권을 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측의 심리전 방송→북측의 격파사격→남측의 자위권 발동'으로 이어지는 등 최악의 상황을 포함해 언제 새로운 악재들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미국의 <타임>지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고조로 국지전이 발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말 대 말의 대치를 넘어 실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다면 금융시장이 받을 충격은 지금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지금의 정세는 이러한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을 만큼 얼어붙어있다.  

끝을 알 수 없는 천안함 리스크...'경제 대통령'은 어디로 갔나?

또한 남북 간의 강경 대응조치들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26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추가 제재조치를 할 수 있음을 이야기했고,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북한에 대한 추가적인 대응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27일 남북 간 모든 군사적 보장조치를 전면 철회할 것이라며 동·서해 군 통신 폐쇄, 개성공단 통행 전면 차단 검토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남북 양국 간의 대응 수위는 점점 올라갈 것이고 그에 따른 금융시장의 충격도 클 수밖에 없다.   

현 정국으로 봤을 때 단기간에 남북 간의 관계가 개선될 실마리를 찾기도 어렵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위기감이 좀 풀리지 않겠는가하는 의견들이 있지만, 이미 정세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모습이다. 천안함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명확히 규정한 정부와 한국 정부가 거짓을 말하고 있다며 강력히 부정하고 있는 북한 양국 모두 입장을 변경할 가능성은 없다. 남북 간에 '대화'라는 것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인다. 남북 간의 팽팽한 긴장 속에서 향후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요인들이 언제 어디서 터져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현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도 문제다. 이전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과는 다르게 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기본방향은 적대정책이다. 이명박 정권 들어 남북간의 신뢰란 찾아보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북한도 줄곧 이명박 정권을 공식적으로 비난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거지는 한반도 리스크는 이전의 것과 다를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가 주장하듯 단기간에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단기간의 주가 상승 등으로 한반도 리스크가 진정되었다고 판단 할 수 없는 국면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한국 금융시장의 지금과 같은 혼란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나? 그렇지만도 않다.

야권에서는 조사결과 발표를 선거 뒤로 미루자고 제안했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선거용', '북풍'이라는 의혹의 눈초리를 뒤로한 채, 지금까지의 제기되어온 의혹들을 해소하기엔 부족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어뢰에 맞아 산화했다고 발표했던 가스터빈실과 디젤엔진실이 새롭게 발견되었고, 이미 2달여의 시간이 지났고 초기에 대응을 못한 만큼 의혹들을 완전히 해소할 좀 더 명확한 조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 결과 여전히 조사결과에 대한 의혹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고 있고,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봐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기엔 힘들어 보인다.

이렇기에 정치적 일정에 맞춘 무리한 발표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무리한 조사결과 발표는 유럽발 악재로 흔들리던 금융시장에 충격만 가중시키는 꼴이 되었다. 그렇게 경제대통령, 실용정부를 내세우던 이명박 대통령이 오히려 더 정치적 문제에 매달리며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모습이다. 누구보다도 경제를 잘 안다던 대통령은 지금 어디로 갔나?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