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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의 발레 <심청>, 9년 만에 무대

[인터뷰] <심청>으로 다시 무대 선 문훈숙 단장

등록|2010.05.29 15:24 수정|2010.05.29 15:24
"역시 무대에 서 보니까 해설하는 것 보다는 춤 추는 것이 저한테 더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새는 밥 한끼만 먹어도 배가 고프지를 않아요."

유니버설 발레단이 가장 아끼고 자랑하는 발레, <심청>이 6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지난 24일 월요일부터 30일 일요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상연되고 있는 발레 <심청>은 현재 유니버설 발레단을 이끌고 있는 문훈숙 단장이 9년만에 무대에 서게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9년전 발목 부상이 재발하는 바람에 <심청> 공연을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은퇴무대도 가지지 못한채 무대를 떠나게 되었던 문훈숙 단장. 비록 초반 프롤로그에만 카메오로 출연하는 것이지만 무대 위에서 해설이 아니라 다시 춤을 추게 되어 너무 기쁘다며 요즘은 하루에 밥 한끼만 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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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만에 무대에 선 유니버설 발레단 문훈숙 단장 ⓒ 문성식


발레 심청은 이날 문훈숙 단장이 자랑하였듯이 우리 한국 사람들이 너무나 잘 아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아무런 자막도 해설도 필요없고 따라서 사전에 뭔가를 알고 봐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정말 쉽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공연이다.

공연 시작날인 지난 24일 오후, 문훈숙 단장을 만나 9년 만에 무대에 서게 된 소감과 발레 <심청>의 주요한 볼거리를 들어 보았고 지난 목요일인 27일 직접 공연을 보았는데 실제 공연을 보기 전에 문훈숙 단장에게 들은 것과 거의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2막의 용궁 장면이 가장 인상적인 편이긴 했지만 1막 선원들의 춤과 심청이 인당수 바닷 속으로 빠지는 장면, 3막 달밤의 파드되(pas de deux, 2인무)가 볼 만 했다. 이번에 이 공연을 위해 포천에서 찍었다는 수중에서의 발레 장면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 한 장면을 위해 무려 14시간 동안을 촬영했다고 한다.

이 공연은 지난 24년간 10개국 40여개 도시에서 150회 이상을 했다고 하니 한국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문화사절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한 셈이다. 문훈숙 단장은 특히 서양 사람들에게 익숙하고 친근한 쟝르인 발레 공연에 우리 전통의 한복을 입히고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 주는 것이 우리의 문화를 알리는데 매우 효과적으로 기여한다고도 했다.

아래는 문훈숙 단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

▲ 유니버설 발레단 문훈숙 단장 ⓒ 유니버설 발레단

- 이번이 9년만에 무대에 서신거라고 하던데요?
이번에 무대에 서게 된 건 제가 심청을 초연 때부터 했고 그리고 은퇴 공연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냥 상징적인 출연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은데요, 워낙 짧은 까메오 출연이라서 크게 부담스럽진 않지만 역시 무대에 서 보니까 해설하는 것 보다는 춤 추는 것이 저한테 더 맞는 것 같습니다.

- 오랜만에 무대에 서시니까 좀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첫날보다는 둘째날이 더 편안하고 지금 3일째 연습인데 워낙 오래 안 서다 보니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한 것 같은데 워낙 수년동안 섰던 곳이기 때문에 크게 어려움은 없는 것 같습니다.

- 당시 어떤 부상으로 무대를 떠나게 되셨는지요?
2001년 예술의 전당에서 심청공연 미국 순회공연을 마치고 귀국 공연을 했는데, 그 해 연말 예전에 입었던 부상이 재발하면서 자연적인 방법으로 두세달 동안 노력을 했지만 안 되어서 2002년도 여름에 작은 수술을 했고 또 물리치료를 하면서 낫는데 그 과정이 좀 오래 걸렸습니다.

- 그런데 그 부상이 아예 무대에 설 수 없는 정도였던가요?
그건 아니었죠. 지금 토슈즈는 신을 수 있는데 그 때, 제가 결정을 했죠. 두가지 일을 하는 것은 좀 아닌것 같아서 한가지를 포기하고 대신 한가지에만 몰두하려고 제가 선택한 것입니다.

- 그럼 이번 무대에 서고 나서 앞으로 또 무대에 설 계획이 없으신지요?
지금 당장 그런 계획은 없구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무대에 서 본다는 생각으로 지금 서고 있는데 모르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저도 미래는 모르지만 지금 당장 그런 계획은 없습니다.

- 발레 심청은 이번 공연이 몇 번째인가요?
저희가 지난 24년 동안 10개국 마흔개 도시에서 150여회 한 것 같아요. 올 해 심청이가 스물 네살이 되었습니다. 창단 2년 뒤인 86년 아시안 게임때 초연을 하고 그 이후로 88올림픽 문화축전으로 재공연되면서 한번 더 업그레이드 되었고, 지난 24년동안 올릴 때 마다 예술 감독들이 손을 보면서 계속 수정‥보완해 오면서 가꾸어 왔으니 유니버살 발레단과 함께 성장한 작품이라고 볼 수가 있죠.

- 그럼 유니버살에서 제일 많이 상연한 작품인가요?
아마 그럴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희가 해외 공연 갈때도 늘 고전 클래식 명작 하나를 가져가고 파트너로 늘 항상 심청을 가져 갔기 때문에 해외에서 가장 많이 공연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는 2004년도가 마지막이었고 해외에서는 2006년 일본 공연이 가장 최근 공연이었습니다. 새로운 레퍼토리를 개발하다 보니 저희가 이번에 한국에서는 6년만에 한건데 그 전까지는 자주 공연을 올렸었습니다.

- 처음 초연에 비해서는 많이 업그레이드가 된 것인가요?
장치는 서너번 바뀐것 같구요. 의상은 마을 장면과 탈춤 의상도 초연 그대로이고 3막 궁녀들의 의상도 2006년 일본에서 할 때 까지는 초연때 의상 그대로였습니다.

안무 역시 선원들의 춤은 일체 바꾼게 없고, 3막의 군무, 2인무도 바꾸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대신 중간 중간에 연출적인 부분이라든지 조금 시대적으로 이부분은 재미를 더 해 주어야겠구나 하는 부분들을 계속 그때 그때 손을 보고 공연을 올렸습니다.

- 이번 공연에서 직전에 비해 달라진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이번에 달라진 것은 3막 의상이 다 바뀐 것입니다. 1막 선원들의 의상, 그리고 2막 바닷 속의 의상 중에서 용왕과 동무를 추는 물고기들이 있는데 그 의상들도 좀 바뀌었고, 그리고 가장 크게 바뀐 것은 1막이 끝날 때쯤 심청이가 인당수에 빠지는 장면에서 배에서 뛰어 내리게 되는데 여기에 영상 촬영을 통해 물 속에 빠지는 장면을 굉장히 리얼하게 보여 주려 노력했습니다. 이번 공연에 영상이 추가된 점이 가장 크게 바뀐 점입니다.

- 심청하면 굉장히 다양한 장르로 만들어져 있는데요, 유니버설에서 발레로 표현한 심청은 어떤 점이 특징인가요?
저희 유니버살 발레단의 심청은 1막의 서민적인 것과 3막 궁궐 장면이 크게 대조가 됩니다. 1막에서는 남성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춤, 3막에서는 궁녀들의 아름답고 우아한 춤들이 굉장히 대조가 되는데, 미국에서 공연할 때 뉴욕타임스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호평을 많이 써 주셨습니다.

또한저희 심청은 음악이 매우 잘 된 것 같습니다. 백조의 호수나 호두까기 인형도 성공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차이코프스키 음악인데, 심청 역시 캐빈 바버 빅타드의 작곡이 정말 이 작품 성공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무용수들도 춤을 추며 음악에 동하면서 표현력이 절로 감정이 우러난다는 얘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 춤을 추는 무용수나 객석에서 보는 관객들이나 음악이 공연 전체를 끌고 가는 힘은 굉장히 큰 것 같습니다.

- 발레 심청은 우리의 전통적인 이야기를 서양의 것 발레로 표현한 것인데 그러다 보니 한복, 특히나 궁중의상의 경우 율동이나 안무를 하면서 어려움이 있었을것 같은데 의상 작업 할 때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 유니버설 발레단 문훈숙 단장 ⓒ 유니버설 발레단

일단은 2인무를 할 때 들어 올려야 하는데 한복의 경우는 천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일단 한복식 형태(shape)는 살리면서 허리 부분을 좀 더 가늘게 만들었고 이번에 좀 더 한복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서 쾌자라든지 조끼 등을 좀 더 추가했습니다.

한삼 같은 경우도 초연 때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마 2001년도 공연때 한삼을 추가 하면서 좀 더 한국적인 소재를 위해 좀 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한복으로 발레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좀 더 슬림화도 했습니다.

이번에 의상을 새롭게 하면서 저희 발레단의 또다른 작품인 <춘향>과는 다른 느낌으로, 같은 한복이지만 심청의 의상은 부피감 보다는 찰랑 찰랑 몸에 따라서 흔들릴 수 있도록 우아하게 의상을 했습니다. 반면 <춘향>에서는 좀 더 부피있게끔, 천의 기질도 소프트한 것 보다는 갑사 등을 많이 쓰는 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 새로 보시는 관객들은 특히 어떤 점에 주목해서 보면 좀 더 흥미로울지 주요한 볼거리를 소개해 주신다면요?
보통 발레 하면 여성 무용수 발레리나, 백조 등 굉장히 우아한 것들을 생각을 하게 되는데 심청에서 볼만한 건 오히려 1막 선원들의 춤인 것 같아요. 정말 힘 있고 역동적이고 남성미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춤들이 굉장히 매력적이라 볼만합니다.

2막 바닷 속 장면은 한국도 아니고 서양도 아니고 환상의 세계기 때문에 굉장히 아름답게 환상의 세계로 꾸몄다는 것, 특히 이번에는 바닷속 장면에 영상을 더 해 그 장면도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물 속 의상들을 보시게 되면 정말 물 속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날개가 달려 있고 특히 무용수들이 머리에 쓰는 관에 물고기의 지느러미가 많이 장식되어 있는데 그 관들은 2001년도에 마린스키 발레의 예술감독이시자 저희 발레단에 예술감독으로 계셨던 올레그 비나그라도프 선생님이 직접 비행기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디자인을 한 헤드피스인데 상당히 독특합니다.

또한 많은 분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3막에서 왕과 심청이 달 밤에 벌이는 2인무라고 합니다. 음악이 아름답고 낭만적인데다 안무도 잘 되어 있어서 그 장면을 많이 기억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이, 해설도 자막도 필요 없고 가장 편안하게 보실 수 있는 작품이란 겁니다. 심청이라는 이야기를 잘 모르는 서양 사람들도 이 작품은 참 이해하기 쉽다라고 얘기를 합니다. 해외에서 공연을 할 때 특히 3막에서 아버지와 심청이가 상봉하는 그 장면에서 많은 외국분들이 울면서 공연을 보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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