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폭의 그림 같은 정자 홍주성 여하정
바람이 머무는 정자기행(54)
▲ 여하정홍주성 관아 뒤편에 자리하고 있는 정자 여하정 ⓒ 하주성
홍성군 홍성읍 오관라에는 옛 홍주목의 관아가 자리하고 있다. 사적 제231호로 지정이 되어있는 홍주성은 조양문과 아무, 산성 등을 합쳐 지정을 했다. 아문 뒤편에는 건물이 들어서 있고 그 뒤편에 옛 관아건물인 안회당 있으며, 그 뒤에 연못 가운데 자리한 여하정이 있다. 여하정은 고종 33년인 1896년 당시 홍주목사인 이승우가 옛 청수정 자리에 지은 정자이다.
고목과 연못이 어우러진 정자, 극치미를 자랑해
▲ 고목여하정 앞에 자라는 고목. 나무가 연목 속으로 들어갈 듯 누워있다 ⓒ 하주성
▲ 주추와 기둥자연석을 다듬은 주추에 육각기두을 얹었다 ⓒ 하주성
▲ 천정기둥에서 모인 나무들을 한 곳에 모아 꽃 봉우리로 마감을 하였다 ⓒ 하주성
정자는 6각형으로 지어졌는데, 자연석을 잘 다듬은 돌로 주초를 만들고 그 위에 육각형의 기둥을 세웠다. 지면에서 약간 띄워 마르를 깔았으며, 마루의 각 변에는 장식을 한 난간을 둘렀다. 지붕의 중앙에는 커다란 꽃 봉우리 하나가 매달려 중심을 잡았다.
정자는 그리 화려하지는 않다. 하지만 주변 경관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5월 29일 여주를 떠나 달려간 홍주성. 성을 한 바퀴 돌아 내려 온 곳에서 만난 여하정. 멀리서도 그 아름다움에 취해 한 달음에 달려갔다. 어떻게 성 안에 이렇게 아름다운 정자를 만들 생각을 한 것일까? 초여름 잎을 녹색으로 바꾸어가는 고목이 한 그루 서 있어 운치를 더한다.
▲ 현판여하정의 전면 위에 걸린 현판 ⓒ 하주성
▲ 여하정연못 가운데 축대를 쌓고 그 위에 정자를 지었다. 석교로 건너다닌다. ⓒ 하주성
12현판의 걸린 시액, 아름다움 논해
정자의 기둥에는 한 기둥에 두 편씩 열두 편의 시액이 걸려있다. 3평 남짓한 크지 않은 정자 여하정. 연못에 그림자를 느리며 서 있는 고목의 풍광도 일품이지만, 육각형인 정자의 기둥마다 걸린 현판의 글은 작자미상이나 그 내용은 아름답다.
余方宥公事 내 목사로서 공사를 보게 되어
作小樓二間 조그마한 누 두 칸을 지었다
懷伊水中央 연못의 물은 중앙으로 맴돌고
樹環焉泉縣 등나무가지는 샘가에 느렸다
開方塘半畝 반이랑 정도 수문을 열어놓으니
九日湖之湄 햇빛에 비친 연못의 물살에 아름답구나.
一人斗以南 남쪽은 한 사람의 도량으로 가하건만
捨北官何求 싫다하면 관직을 어찌 구하려하는가
環除也皆山 환제는 모두가 다 산인데
於北豈無隹 그 북쪽에 어찌 새가 없을쏘냐?
賓主東南美 손과 주인이 동남에서 만나 좋아하니
其必宥所樂 반드시 즐거움이 있을 수밖에.
▲ 시액기둥마다 두편씩 걸린 시액 ⓒ 하주성
▲ 여하정어느 곳에서 바라보든지 그 아름다움은 장관이다. ⓒ 하주성
열두 편의 편액은 모두 이어지는 내용이다. 그것을 두 편씩 기둥에 걸어놓았다.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지나는 과객들이 어찌 글 한 수 떠올리지 않을까? 아마 여하정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에 취해 시 한 수 걸어놓고 싶어 했을 것이다.
기나긴 세월 속에 많은 환난의 아픔을 겪기도 한 홍주성. 그 한편에 자리하고 있는 이 여하정이 있어, 홍주성의 복원이 하루 빨리 이루어진 모습을 그려보는가 보다. 사방 어디서 바라보아도 아름다운 여하정. 초여름의 지친 심신을 시원한 나뭇잎과 작은 연못의 물이 식혀준다. 연못 속으로 빠져들 듯 기울어버린 고목. 그 고목을 버티고 있는 석주. 그 모든 것이 여하정을 더욱 여유롭게 만든다. 나그네의 땀을 식혀주는 이런 여유가 있어 나들이 길이 좋은 것이련만.
▲ 여하정금방이라도 연못으로 빠져들 것만 같은 고목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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