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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노동쟁의를 주시해야 하는 이유

등록|2010.05.31 14:45 수정|2010.05.31 14:45
혼다 자동차의 노동쟁의가 10일째를 넘기면서, 그리고 폭스콘의 의례적인 연속 자살 소동이 중국 매스콤에 연일 소개되면서, 중국 정부의 노동정책이 변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일요일 인터넷판에서 혼다의 노동쟁의에 대한 각계의 분석을 소상히 전하면서, 과거 노동쟁의에 대하여 즉시 공권력을 투입해 해결해 왔던 중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혼다의 노동쟁의를 장기적으로 놔두고 있는 것을 새로운 정책 변화의 일부로 조심스레 분석했다.

중국의 노동시장이 처하고 있는 구조적 모순이 서서히 표면화되고 있다는 증거는 여러 차례 보도되고 있다. 전국 각지의 공장에서 노동쟁의가 거의 매일 일어나고 있다고 할 만큼 국내기업과 외자기업에 대한 노동자의 불만은 눈덩이처럼 커져가고만 있다. 이에 비해 노동자의 임금은 아직 20만~30만 원의 월급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70년대 수준보다 낮다고 할 수 있다.

혼다는 현재 초임 노동자들에 한해서 월급 $220(한화 약 27만 원선)을 제시하고 있지만, 노조측은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대졸이상의 고급 노동력의 임금은 현저히 삭감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세계의 금융위기로 인해 중-고가 중국 제품의 아웃소싱이 줄어 들었기 때문이다. 저가 중국 제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 나고 있으나, 정작 공장 노동자들은 인금 인상을 요구하면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 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연스레 외자 기업을 선두로 하여 블루칼라 노동자의 임금 인상을 유도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 기업들은 벌써 베트남이나 캄보디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아직 인프라가 중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미약하나, 블루칼라 노동자의 임금 인상을 감수하면서, 중국의 생산라인을 가동할 수 있을지 미국 본사가 의문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임금 노동력에 바탕을 둔 저가 공산품의 아웃소싱 혹은 수출로 고도성장을 해온 중국이 이제는 갈림길에 서있다. 늘어나는 고학력자들과 저출산으로 인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노동자들 때문에, 산업 전반에 걸쳐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조만간에 인도나 베트남등지에 경쟁력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또한, 빠른 시일 안에 고학력자 중심의 하이텍 산업을 발전시키지 않으면, 소위 전반적인 노동시장의 불균형이 양날의 칼로 중국 산업정책을 위협할 수도 있다. 반면, 이러한 구조적 모순은 한국 산업계에 희망이 될 수도 있다. 하이텍 분야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상당히 높은 반면, 임금은 일본이나 구미보다 싸기 때문이다. 이제껏 중국에 집중되었던 중고가 하이텍 산업을 한국에 다시 불러 들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물론, 중국의 고학력 노동자의 임금이 떨어지고는 있지만, 생산력에서 한국이 막강히 앞서고 있다는 사실을 묵과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번 혼다 공장의 파업과 같이 하이텍의 트랜스미션 공장을 한국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일 뿐만 아니라, 중국과 FTA가 성립이 되면, 중국 내의 자동차 공업을 한국으로 끌어오는 것도 가능한 이야기다.

반대로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중국의 상황을 좌시하고만 있다면, 언제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노동 쟁의라는 불씨가 튈지도 모른다.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중국의 노동시장을 관찰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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