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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강남 3구' 몰표로 역전한 오세훈

가까스로 재선 성공한 시장... 8시간 우세 지키다 패배한 한명숙

등록|2010.06.03 16:44 수정|2010.06.04 10:36

▲ 6·2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서울시장 득표 분포. ⓒ 오마이뉴스 고정미


"강남의 개표율이 서울 전체 평균보다 덜 진행됐다. 이 추세대로라면 역전 당할 수도 있다."

3일 오전 4시가 가까워지자 단문블로그 '트위터'의 한명숙 서울시장 민주당 후보 지지자들은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강남구, 송파구, 서초구) 의 개표상황을 앞다퉈 알리며, 탄식을 내뱉었다. 서울시장 선거 개표에서 미세한 차이로 1위를 달리던 한 후보와 2위 오세훈 당선자의 격차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던 때였다.

결국 강남3구의 개표율이 빠르게 올라가자 오 당선자의 표가 대거 쏟아졌다. 한 후보는 개표 8시간여 만인 오전 4시 17분께 오 당선자에게 선두를 내줬고, 끝내 재역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서울 25개구 중 17곳에서 앞선 한 후보가 강남3구를 포함한 8개구에서 이긴 오 후보에게 서울시장을 자리를 내준 것이다. 이를 두고 "강남 3구가 오 당선자를 살렸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오 후보를 향한 강남3구 몰표는 서울시장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오세훈, 강남3구 몰표 덕에 전체 판세 뒤집어

▲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선거사무실에서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 권우성


보수 후보에 대한 강남 몰표 현상은 지난 2008년 7월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당시 공정택 후보는 모두 49만9254표(40.09%)를 얻어 47만7201표(38.31%)를 얻은 주경복 후보를 따돌렸다.

공 후보가 강남구(61.14%), 서초구(59.02%) 등 강남3구에서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것이 선거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당시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개표 80% 선까지 초박빙 양상을 보였지만, 강남3구 개표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공정택 교육감의 승리로 귀결됐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 당선자의 승리는 '공정택 데자뷔'를 연상하게 할 만큼 강남3구 몰표 덕이 컸다. 오 당선자는 25개구 중 17곳에서 열세를 기록했지만, 강남3구의 몰표를 발판으로 전체 판세를 뒤집어 2만6412표(0.6%P) 차이의 극적인 승리를 이뤄냈다.

오 당선자의 득표율이 가장 높은 곳은 역시 강남구(59.95%), 서초구(59.07%), 송파구(51.28%) 등 강남 3구였다. 이에 반해 한 후보는 서초·강남구에서 서울 전체 득표율(46.83%)을 10%p 이상 밑도는 30% 중반대의 득표율을 거두는 데 그쳤다.

득표수를 따지면, 오 당선자를 향한 몰표 경향은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오 후보는 강남 3구에서만 39만7064표를 얻어 한 후보(27만134표)보다 12만6930표를 더 받았다. 이 때문에 한 후보는 17개구에서 오 당선자보다 앞섰지만 힘을 잃고 말았다.

결국, 오 당선자가 강남3구에서 받은 몰표는 나머지 지역에서 뒤진 표차를 상쇄하고도 남았다는 뜻이다. 한 후보는 관악구와 마포구에서 오 당선자보다 각각 3만5260표와 1만615표를 더 받았을 뿐, 다른 우세지역에서는 수천 표를 더 얻는 데 그쳤다.

또한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서울구청장 싹쓸이 바람 속에 중랑구와 함께 강남3구의 구청장을 수성하며 강남3구 몰표의 위력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오 당선자는 3일 오전 당선소감을 밝히면서 "상처뿐인 영광이고 상처뿐인 승리"라며 "사실상 패배했다는 겸허한 마음으로 오늘의 승리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트위터 등에서는 강남 몰표 덕에 가까스로 당선된 오 당선자를 두고 '강남시장', '강남통합구청장'이라고 비꼬는 의견이 많았다. 반면, "강남의 계급투표가 문제가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계급투표를 못한 게 문제"라는 반론도 눈에 띄었다.

자산 현황과 투표율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대한민국 정치사회지도>의 저자 손낙구씨는 "단순히 강남3구 몰표 탓에 오 당선자가 한 후보를 따돌렸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왜 한 후보는 이긴 17개구에서 강남3구에 비해 적은 표차로 우세를 보였는지도 살펴야, 선거 결과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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