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아쉽게 치러지는 전북청소년연극제

등록|2010.06.03 17:39 수정|2010.06.03 17:39

▲ 지난해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전주영상미디어고등학교의 '아카시아 꽃잎은 떨어지고' 장면. ⓒ 김상기



전북 연극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전북연극협회 주관의 '제14회 전북청소년연극제'가 8일부터 14일까지 7개 학교에서 7개 팀이 참여한 가운데 전주 창작소극장에서 열린다.

전주솔내고등학교 리허설, 한별고등학교 이데아, 전주대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 산목, 전주여자고등하교 Since1996, 호남제일고등학교 하제, 무주푸른꿈고등학교 호담피시, 전주영상미디어고등학교 ING 등이 그들.

이들은 각각 선생님 뭐하세요, 꼴찌를 사랑해요, 우리읍네, 안녕 오아시스, 방황하는 별들, 행복을 부르는 비밀, 우리집 변소간 옆 감나무 아래는 등의 작품을 통해 청소년 시기에 민감한, 혹은 그들이 공유하는 이야기들을 풀어내게 된다. 전문 연극인은 아니지만, 그 시기의 청소년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신선함을 맛볼 수 있는 자리다.

하지만 올 청소년연극제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먼저, 지난해 참여했던 전주근영여자고등학교 나루지기와 전북여자고등학교 카르페디엠이 이번 연극제에 불참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연극층이 얇아졌다. 청소년 연극은 학교의 적극적 관심이 없다면 학생들만으로는 유지되기 힘들고, 학업과 3년이라는 제한된 기간으로 인해 한번 맥이 끊기면 다시 잇는 것이 어렵다는 특징을 보인다. 이번에 불참한 두 학교의 내년 연극제 참석 역시 불투명한 이유가 그렇다.

공연이 이뤄지는 무대도 적절치 않다는 평가다. 지난해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이었지만, 올해는 창작소극장이다. 이번에 공연장이 바뀐 건 해마다 10월에 개최되던 전국청소년연극제가 갑작스레 8월로 앞당겨졌기 때문이다. 전북청소년연극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1개 학교가 본선무대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6월 안에 모든 예선을 마쳐야만 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 이에 따라 전북 예선도 9월에서 6월로 앞당겨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소리전당의 경우 6개월 전에 미리 대관신청을 하지 않고서는 무대를 대관할 수가 없다. 창작소극장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셈.

지난해의 경우 유효좌석 206석의 명인홀 무대는 매 공연 자리를 꽉 채웠다. 무료공연이기도 했지만, 자신들의 학교 연극팀이 무대에 설 경우 해당 학교의 응원부대가 대거 참여했던 것. 그래서 환호소리가 오고가는 축제 같은 분위기도 연출되곤 했었다. 하지만 창작소극장의 경우 최대한 공간을 활용해도 100명 이상의 관객을 들이기 힘들다. 일반 관객은커녕 학교의 응원부대마저 관람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무대를 세팅하는 것도 학생들로서는 부담스런 대목이다. 아무래도 사설 극장인 창작소극장은 오래되기도 했지만, 명인홀 만큼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지난해는 하루에 두 팀씩 공연을 했지만 올해는 하루 한 팀으로 제한하고, 공연시간도 오후 2시가 아닌 5시로 늦춘 것도 무대준비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류경호 전북연극협회장은 "협동적 팀워크가 중요한 연극을 학생들이 경험하는 것은 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공동체 생활의 밑거름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연극에 대한 학교의 적극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또한 "갑작스럽게 일정이 앞당겨져 진행상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지만, 청소년들의 열정만큼은 시들지 않고 좋은 무대를 선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전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