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천안함 언론 보도는 "받아쓰기, 색깔 씌우기, 아니면 말기"

전국언론노조 등 언론 3단체 "합동조사단 해체하고 국정조사 실시해야"

등록|2010.06.04 18:11 수정|2010.06.04 18:24

▲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로 구성된 '천안함 조사결과 검증위원회'의 우장균 한국기자협회장(가운데)이 4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한 검증 없이 보도한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 유성호


"받아쓰기, 줄서기, 수박 겉핥기, 아니면 말고 식, 색깔 씌우기."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의 천안함 침몰 원인 발표 이후 언론이 보인 모습을 '언론'이 정리한 문구다. 전국언론노조,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이하 언론 3단체)는 4일 오전 11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조단의 발표에 대해 언론은 검증과 의문 제기를 외면했고, 일방적인 입장 쏠림을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아니면 말고'의 태도로 오보가 속출했고, 이견에 대한 정치 공세를 폈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20일, '천안함 조사결과・언론보도 검증위원회'를 꾸린 언론 3단체는 언론의 행태에 대한 쓴 소리 뿐 아니라 천안함 사건에 대한 검증위의 분석 결과도 공개했다.

언론 3단체는 결정적 근거로 제시된 어뢰 잔해에 표기된 '1번'에 대해서 "어뢰에 칠해진 페인트는 녹았는데 파란 매직 글씨만 남아 말 그대로 '매직'이 되었다"며 냉소했다. 이어 "합조단이 실험 결과를 제시하지 않았고 전문가들도 이론을 제기하고 있기에 1번 표기가 폭발열에도 견딜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합조단이 '스모킹 건'이라 자신했던 '1번'에 대해서 언론인으로 구성된 단체들이 '믿을 수 없다'고 나선 것.

▲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로 구성된 '천안함 조사 결과 검증위원회'의 노종면 검증위 책임검증위원이 4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어뢰의 페인트는 타고 '1번' 표기만 남은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유성호


합조단이 물기둥을 관측했다는 증언을 확보한 것도 "이전까지 없다고 했던 물기둥 목격자가 갑자기 나타났다"며 "지난달 2일 국방장관은 '작은 규모 물기둥이 관측되었다'고 했으나, 20일 합조단 발표에서는 '높이 100m의 물기둥을 목격했다'고 판단이 번복되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물기둥 증언은 증거 채택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조단이 제시한 증거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언론 3단체는 "추가 실험과 분석, 정보 공개를 통한 증거 가치 보강이 필요하다"며 합조단의 발표만으로는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고 결론 내렸다.

합조단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언론 3단체는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고,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합동조사단을 해체하고 민간 중심의 객관적 검증기구를 구성하라"며 "더불어 국정조사도 실시해 사건의 진실을 조사・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증인과 국내외 조사위원 신원 공개 및 접촉을 보장하고 항적・교신 정보도 전면 공개하라"며 '비밀주의'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