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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아들을 군대에 보내 보았는가

전쟁을 말하는 세력에게

등록|2010.06.07 10:59 수정|2010.06.10 11:45
지난 3월 26일 서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천안함이 침몰하면서 46명의 젊은이들이 안타깝게 스러졌다. 석 달가량 흐른 5월 20일에 MB정부는 천안함 침몰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침몰 원인을 북한의 기습적 어뢰 공격이라고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6월 2일에 실시된 지방선거 운동이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다음날인 24일에는, 용산의 전쟁기념관에서 대통령이 담화문을 발표했다. 대북심리전 전개, 해상통행로 봉쇄, 북측 선박의 남측 해역 진입 차단 등 대북 초강경 대처를 내놓았고, 남북 간 교역과 교류를 중단할 것을 천명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선거를 집권 세력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려고 천안함 침몰 사건을 이용하려는 의도를 확실하게 읽을 수 있었다. 북측과 대립각을 세워서 전쟁 분위기를 조장하면 불안해하는 국민들이 여당에게 표를 몰아 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이끌고 보수 언론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여론몰이를 했다.

하지만 만약 전쟁이 일어나면 누가 나가서 싸우는가? 병역미필 내각이라는 빈정거림을 받는 장차관들이 나가서 싸우겠는가? 아니면 전쟁 분위기를 조장하는 여당의 국회의원이나 보수 언론 사주들이 자녀들을 끌어 모아 별동대라도 조직해서 총알받이로 내보내겠는가? 결국 서민들의 자제들인 젊은 군인들이 아까운 청춘 바쳐가며 싸워야 할 것이다. 임진왜란 때 선조는 백성들 내팽개치고 피난을 가고, 한국전쟁 때 이승만 당시 대통령은 거짓말로 국민들 안심시켜 놓고 남쪽으로 내빼면서 한강철교를 폭파했다고 한다. 결국 힘 있는 사람들은 다 도망가고 서민들만 남아 고통당하고 싸울 것이다.

5월 말쯤 학생들이 불안감을 드러내면서 전쟁이 일어나느냐고 물었다. 또 군에 가 있는 아들은 전화를 해서 전쟁이 정말 나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불안감에 휩싸인 젊은이들을 보면서 슬펐다. 나라를 왜 이 지경으로 만드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나라를 전쟁 분위기로 몰아가는 당신들에게 묻는다.

당신들은 군에 아들을 보낸 부모들의 심정을 아는가?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전쟁이 일어난다면 군에 가 있는 우리의 아들들은 총을 들고 방아쇠를 당겨 살상을 해야 할 것이다. 잘못되면 부모 곁으로 영영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식탁에 마주앉아 다시는 밥을 같이 먹지 못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심하게 다쳐서 가족들을 애타게 생각하며 무주공산에서 헤매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상상에 젖어드는 부모들의 심정을 아는가?

당신들은 아들을 군대에 보내 보았는가? 머리를 빡빡 깎은 아들을 데리고 훈련소 입소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눈물을 훔쳐 보았는가? 서민들의 아들들이 인간적 수모까지 당해 가면서 병역의 의무를 치르고 있을 때, 당신들은 힘을 써서 아들을 병역 면제시키고 외국 유학까지 보내어 기득권을 물려주고자 하지는 않았는가?

당신들은 군대생활을 해 보았는가? 30여 년 전 육군 보병으로 군대생활을 할 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우리는 인간이기보다는 총이나 담요나 쌀과 같은 소모품에 가까웠는지도 모른다. 사단훈련소에서는 식기를 물고 오리걸음으로 식당으로 가던 일이 잦았다. 한미합동 군사훈련인 '팀스피리트 훈련'에 참가했을 때는 15일 동안 이른 아침부터 해가 질 무렵까지 행군을 했다. 한여름의 유격훈련장에서 M16 소총을 철모 위에 거꾸로 세우고 오리걸음으로 산비탈을 오르기도 했다. 연대전투단 훈련에서는 피곤해 죽겠는데도 명령 한마디에 한밤중에도 장교들에게 라면을 끓여 바쳐야 했다.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열릴 때 병역 문제로 사람들 사이에 많은 말들이 오갔다. 대통령도 병역 미필, 국무총리도 병역 미필, 여당대표도 청와대 안보수석도 병역 미필이라고. 병역 미필의 이유가 뭔지는 몰라도 국민들은 이런 사실에서 분명 상실감과 허탈감 그리고 불신을 뼈저리게 느꼈다. 서민들만 의무를 다 하고, 의무는 다 하지 못하면서 권리를 누리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박탈감도 국민들을 힘 빠지게 했다.

MB정부와 여당 국회의원들은 '잃어버린 10년' 운운하면서 지난 정권 때는 북한에 퍼주기만 했다고 몰아붙였다. 정부의 발표대로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고 가정하더라도, 햇볕정책을 계속 유지했더라면 천안함 사건이 일어났을까?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것도 한나라당이 권력을 차지하는 데 실패했다는 주관적인 해석에서 나온 오만한 말일 뿐이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추진해온 햇볕정책으로 '퍼주기만 하고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우리는 많은 것을 얻었다. 남북화해 분위기로 인한 안보 불안 해소, 개성공단과 같은 남북 경제 협력, 금강산과 개성 관광으로 인한 인적 교류 등이 직간접적으로 남쪽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을 경제적으로 환산한다면 어마어마할 것이다.

국가는 국민들에게 희망찬 미래를 제시하고, 평화와 안정을 지켜 주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현실은 국가가 앞장서서 전쟁 분위기를 조장하고 불안에 휩싸이게 하고 있다. 국가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불안해하고 나라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의 뜻은 전혀 헤아리지 않고 엄청난 세금을 쏟아부어 가면서 4대강 정비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고, 지난 정부에서 합의로 통과시킨 세종시법을 누더기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국가는 기업이 아니다. 국민들은 서로 소통하고 미래를 열어갈 대통령을 원하지 효율성과 이윤 극대화에만 관심을 두는 CEO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들은 부메랑을 던졌다. 그 부메랑이 눈에 보이지 않는 국민들의 마음 구석구석까지 날아갔다가 당신들에게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 징조를 이번 지방 선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계속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소통을 거부한 채 당리당략에만 빠져 있다면, 내년이나 내후년쯤 되돌아와서 당신들의 목덜미를 칠 것이다. 부메랑의 쓰나미가 밀려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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