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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시] 먼 기다림

매일 매일 보따리를 싸는 어머니

등록|2010.06.08 16:40 수정|2010.06.08 16:40

어머니밖을 살핀다 ⓒ 전희식



기다리는 것이 사람일까
과거일까
미래일까
목을 멀리 빼고 골목을 바라보는
눈길
세월만이 속절없다

어머니기다림 ⓒ 전희식




끝내 이루어지지 못할
염원
끝끝내 오지 못할 과거
머나먼 기다림
뒷걸음질 치는
앞 날

어머니보따리들 ⓒ 전희식



이 많은 보따리들
사연 덩어리들
몸뚱이 하나 의탁 할
도구들
무겁고 무거운 업연들

어머니보따리들. ⓒ 전희식




어머니 보.따.리.

가로 막을 수 없는
굳센 의지
둘둘 뭉쳐 넣은 맹렬한
기다림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

어머니약을 꺼낸다 ⓒ 전희식




비밀 하나를 연다
검은 비닐봉지 속에서 꺼내는
새하얀 비닐봉지


어머니그 속의 비닐봉지를 연다 ⓒ 전희식




새하얀 비닐봉지 속에서
비밀이 풀려 나온다
어렴풋이 알듯 말듯
한 순간 꿈인듯
비닐 봉지 속에서 비치는
비밀

어머니파우다 ⓒ 전희식




파우다.
4년 전 내가 사다 드렸던 파우다.
아기들 속 살에나 바르는 파우다를
팔십 중반에 사타구니에 바르며
울던 바로 그것.
세기의 명약이 되어
어머니의 재산목록 1호로 숨어 있다.

어머니길 나선다 ⓒ 전희식




휠체어 두 바퀴에
기다림을 싣고
과거를 싣고
어지러운 나이를 싣고
출발했다
무릎위에 차곡차곡 포개 싣고
길 비켜라
보따리 대장 나가신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모를 모시는 사람들(cafe.naver.com/moboo)>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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