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시국선언 교사 징계보류가 직무유기? 동의 못한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첫 공판... 검찰과 변호인 직무유기에 대해 공방

등록|2010.06.08 20:58 수정|2010.06.09 09:30

▲ 시국선언 교사 징계를 보류해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8일 첫 공판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야길 나누고 있다. 이날 공판에는 김승환 전북도교육감 당선인,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인, 문규현 신부 등이 참석해 김 교육감을 격려했다. ⓒ 박상규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징계를 유보해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김상곤(60) 경기도교육감에 대한 첫 공판이 8일 오후 2시 수원지법에서 형사11부(유상재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이날 공판의 쟁점은 징계를 유보한 김 교육감의 결정이 직무 유기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적법한 절차를 따른 교육감 고유 권한인지로 모아졌다.

검찰은 김 교육감을 고발한 교육과학기술부 교원단체협력과의 박아무개 사무관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김 교육감의 위법 행위를 입증하려 노력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증인으로 나온 경기도교육청 공보담당관실에서 근무하는 안아무개 교사를 통해 김 교육감이 징계를 유보하기까지 어떤 절차를 밟았는지 설명했다.

우선 김 교육감은 본격적인 공판 시작 직후 "검찰의 공소사실에 동의할 수 없다"며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는 말 외에 달리 할 말이 없다"고 짧게 말했다. 김 교육감은 공판이 진행된 약 4시간 동안 무표정한 얼굴로 피고인석을 지켰다.

김 교육감을 고발한 박아무개 사무관은 "2009년 6월 교사들의 시국선언 내용에는 미디어법 처리 반대, 대운하 반대 등 첨예한 정치적 내용들이 담겨 있어 정치활동을 금지한 공무원법을 위반했다"며 "해당 교사들에 대한 검찰의 범죄처분결과통보서를 받고도 김 교육감이 징계위원회에도 회부하지 않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변호인 측 증인 안아무개 교사를 심문하며 "공무원의 징계 공소시효는 2년이라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즉 김 교육감의 징계 유보 결정은 공소시효를 넘겨 징계 자체를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 아니냐는 추궁이다.

또 검찰은 "김 교육감이 법률 자문을 받았다고 하는데, 어디서 추천을 받은 법률전문가들이었냐"며 "교육청의 자문 변호사 3명 중 2명은 징계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교육감의 변호를 맡은 김칠준 변호사는 "교사들의 시국선언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법률전문가 9명의 자문 결과도 7대 2로 시국선언은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도교육청이 검찰에게 범죄처분결과통보서를 받았어도 징계를 보류할 수 있는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징계를 미뤄도 된다"며 "징계의결 요구를 안 하면 무조건 직무유기가 된다는 검찰의 판단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안아무개 교사 역시 "도교육의 감사담당관 등 여러 실국장이 모여 시국선언 교사 징계 문제를 논의했었다"며 김 교육감이 독단으로 징계를 유보한 것이 아니라고 증언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인과 김승환 전북도교육감 당선인, 그리고 문규형 신부 등이 나와 김 교육감을 격려했다. 법학자라는 공통점이 있는 곽노현, 김승환 두 당선인은 공판 시작 전 기자들과 만나 "100% 무죄를 확신한다"며 "이번 사건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고 주장했다

특히 김승환 당선인은 "검찰권의 관점에서 볼 때 이번 기소는 수치스런 사건으로 18세 미만의 청소년도 판단할 수 있는 일"이라고 검찰을 비난했다.

또 '김상곤 교육감 탄압 저지와 민주적 교육자치 수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 50여 명은 공판에 앞서 수원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교육감의 시국선언 교사 징계 유보 결정은 헌법과 법치를 지키려는 공직자들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충실한 직무 수행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인 법원은 오로지 양심에 따라 심리하고, 검찰 기소의 타당성 여부를 엄정하게 판단해 사법 독립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다음 공판은 오는 21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2차 공판에는 검찰 측 증인으로 박효진 전교조 경기지부장이, 변호인 측 증인으로는 전교조 경기지부 전 간부 김아무개 교사와 시국선언에 참가한 이아무개 교사가 출석할 예정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