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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관계의 답은 '솔직함과 공감'

[서평] <비폭력 대화>를 읽고

등록|2010.06.09 18:12 수정|2010.06.10 11:36
대학을 다니면서 친구들과 1학년 때 만든 동아리가 있다. 인문대 학생을 중심으로 인문·사회과학과 관련된 책을 보고 토론하는 학회다. 입학(06년도 입학)하자마자 만들어 올해 5년째인데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지난 5년 동안 참 우여곡절이 많았다. 동아리 회원들과 다툼도 많았고, 모임이 공중분해될 정도로 상황이 어려웠던 적도 있었다. 이럴 때마다 좋지 않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동아리 회원들과 치열하게 토론했던 기억이 문득 난다.

매번 토론할 때 나는 학회원들을 다독여가며 미래에는 잘될 거라며 "현재 좋지 않은 상황 때문에 힘을 빼지 말자"고 말했다. 하지만 토론이 끝나고 나의 머리 속에는 XX 때문에, 다 같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에, 회원들이 책을 읽지 않기 때문에 상황이 나쁘다고 불평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학회에 대한 소식을 물을 때마다 남 탓과 상황 탓을 하며 '힘들다'고 말하고 있었다. 내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회원들의 감정을 공감하기보다는 비판하기에 바빴던 것이다.

내 감정과 판단을 솔직히 표현하지 못하니 토론을 할 때마다 속이 시원하지 않았다. (토론 중) 이야기는 겉으로 돌거나, 서로 간 오해와 오해가 쌓여 불신의 벽만 높아갈 뿐이었다. 이렇다 보니 회원들 사이의 관계는 진전되지 못할 뿐더러 동아리가 공중분해 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동아리의 문제에 대한 나의 솔직한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계속되는 남 탓, 상황 탓 속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비폭력적 대화는 자신에 대한 솔직함과 타인에 대한 공감



▲ <비폭력 대화> ⓒ 바오


미국에서 비폭력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NVC)를 개발하고 그것을 연구하기 위한 NVC센터를 설립한 마셜 로젠버그는 저서 <비폭력 대화>(캐서린 한 옮김, 바오 펴냄) "관계에서 오해와 불신이 쌓이는 것의 문제를 대화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관계 속에 갈등이 발생했을 때 대부분 사람들은 타인 혹은 상황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갈등이 일어난 상황과 그것을 겪으면서 자신이 느낀 감정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가 관계에서 갈등을 풀기 위해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비난과 비판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NVC를 위한 4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비폭력 대화의 시작은 비판과 비난이 없는 대화를 구성하는 것이다. 먼저 저자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상황을 온전히 관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상황에 대한 관찰은 관찰자의 관점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자는 내가 본 상황에 대한 관찰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상황도 관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상대방을 관찰할 때 그 상황에 대해 비난이나 비판의 방법이 아닌 공감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두 번째로 관찰에 대한 나의 느낌을 표현하고 상대방의 느낌을 물어봐야 한다고 말한다. 관찰한 상황에 대해 '나는 ~게 느낀다'라는 식의 대화 방식을 통해 나의 느낌을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상황을 관찰한 후 상대방이 느낄 것 같은 감정에 대해 '당신은 ~게 느끼십니까?'라고 물어야 한다. 저자는 이런 대화 방식이 나와 상대방의 느낌을 공감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고 말한다.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상대방의 감정을 공감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세 번째로 나와 상대방의 느낌 뒤에 있는 욕구·필요에 주목해야 한다. '나는 ~이 필요(원, 중요)하기 때문에', '당신은 ~이 필요(원, 중요)하기 때문에'라는 대화 방식을 통해 서로의 느낌 뒤에 숨은 욕구를 확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똑같은 갈등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 서로가 부탁과 요청을 해야 한다. '~게 해주시겠어요?', '당신은 내가 ~하기를 바라십니까?'라는 표현으로 상대방에게 서로가 오해하고 있었던 말과 행동을 부탁·요청 하는 것이다.

NVC를 통해 주위 관계 성장시키기

NVC를 서론에서 말한 나의 상황과 연결시켜 보자.

먼저 동아리가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 내가 보고 있는 것과 다른 회원들이 보고 있는 것을 관찰해야 한다. 그것을 통해 내가 느낀 문제점과 다른 회원이 느낀 문제점에 대해 공유해야 하며, 내가 생각하는 '회원들이 책을 읽지 않기 때문에' 'XX, YY이 계속 빠지기 때문에' 등의 문제와 다른 회원들이 생각하는 문제점이 어떤 욕구·필요를 요구하는지에 대해 공유해야 한다. 이것이 온전히 진행될 때 내가 바꾸어야 할 태도와 다른 회원들에게 요청·부탁 할 것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NVC를 나의 상황에 도식화시켜 보았는데 무엇보다 내가 당장 해야 할 것은 NVC의 기본인 솔직함과 공감이다. 저자가 말한 관찰, 느낌, 욕구·필요, 부탁·요청의 단계를 밟으며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 대해 얼마나 솔직하고, 타인을 비난하지 않고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

솔직함과 공감은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정체되고 오해가 쌓여가는 주위의 불신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뷰와 알라딘에도 게재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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