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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무소속' 아가씨, 안성 시의원 되다

전략공천 폐해 직시, 무소속 출마 당선 이변 낳은 김지수 안성시 시의원

등록|2010.06.10 09:44 수정|2010.06.10 17:43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본인조차 "희망은 품었을지언정 확신하지 못했다"고 했다. 뚜껑을 열고나서 안성 시민들은 "아~~"를 연발했다.

처음 그녀가 안성 시의원 후보로 등록했을 때, "후보로 등록한 것만으로 만족하는, 돈 자랑하는 후보자 한 명이겠지"라고 수군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농촌도시 안성에서 32세 아가씨가 처녀출전하면서 무소속이라니. 시민들은 가당찮은 일이라고 생각했으리라.

그동안 안성의 전적을 봐도 그렇다. 한나라당 출신이 연거푸 3번이나 시장을 지냈고, 시의원과 도의원도 거의 한나라당 쪽에서 휩쓸고 있었다. 그나마 시의원은 민주당 쪽에서 20~30%의 지분만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번 선거 결과가 그걸 또 증명해주었다. 시장, 도의원, 시의원 등 후보로 출마해서 당선된 11명 중 8명이 한나라당, 2명이 민주당 그리고 무소속 김지수 시의원 당선자다. 김 당선자를 제외한 나머지 당선자들은 40~50대의 중년들이다.

오죽하면 그녀를 찍었다는 한 유권자도 "내가 김 후보를 찍기는 찍지만, 안성에선 어려울 거여"라고 생각했단다. 결과론적 이야기지만, 다들 그런 맘으로 그녀를 찍었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아이들과 함께그녀는 이번 선거운동기간 동안 유권자가 아닌 아이들에게도 서슴없이 다가갔다. 그리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런 진실한 모습이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다. ⓒ 김지수 당선자


우연한 기적 아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우연히 주어진 기적은 아니었다. 모두 다 안 된다고 할 때, 당당히 깃발을 꽂은 것부터 이미 승리는 예고되었는지도 모른다.

"선거 운동은 유권자의 마음을 얻는 운동이다"라고 생각한 그녀는 발로 뛰었다. 다른 후보들이 선거 연설을 하지 않을 때, 단상을 마련해 무려 14회나 선거 연설을 했다. 자신의 공략을 당당하게 밝히고 한 표를 호소했다.

농촌도시답게 어르신들이 많기에 "며느리로서, 딸로서 진심으로 어르신들을 섬기겠다"며 유권자들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내놓은 공략 집엔 조목조목 시민들이 필요하고 절실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었다. 그것들은 주부들의 마음을 얻어내기에 충분했다.

그녀가 주장하는 핵심 모토는 '투명의정과 주민참여'다. 지역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예·결산특별위원회, 중소기업특별위원회 등의 활동을 보좌하면서 안성시의 문제점을 간파한 것이 출마 동기가 되었다.

어르신들과 함께그녀는 형식적인 선거운동보다 주어진 시간 내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들으려고 했다. 특히 어르신들에겐 '며느리 같은, 딸 같은' 마음으로 그들의 소리를 경청했다. ⓒ 김지수 당선자


'당당한 무소속' 이유 있었네

그녀가 '무소속 출마'를 택한 것은 일종의 시위였다. 지방 선거에서 '정당공천제'가 빚어내는 폐해를 그녀는 직시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안성에서 치른 6·2 지방선거는 '정당공천제'로 인해 엉망이 되었다.

민주당 시장 후보자 쪽에선 '정당공천제'에 불만이었던 세 후보자가 '무소속'으로 뛰쳐나갔다(관련기사 : 안성시장 선거, 드라마보다 재미있네). 시민 경선으로 당선된 민주당 시장후보가 중앙당의 개입으로 경선결과가 번복되었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였다. 한나라당 시장 후보도 결정되고 나서 중앙당의 개입으로 번복될 뻔했다.

이쯤되면 그녀가 내건 슬로건 '당당한 무소속'은 충분히 당당하다 하겠다. 그녀는 이번 결과를 '아름다운 기적'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변화를 바라는 안성시민들의 열망의 결과로서 당연한 것이었으리라.

봉사그녀는 지역의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도 아끼지 않았다. 이런 행위가 단지 선거에 승리하기 위한 요식행위인지, 아니면 진심어린 행위인지 세상을 오래 살았던 어르신들의 눈에 파악된 셈이었다. 그 결과 그녀는 해당 선거구에서 두 명을 뽑는 시의원에서 당당히 1등으로 당선되었다. '당당한 무소속'은 당적엔 당당하고, 시민에겐 섬기는 사람의 모습으로 다가왔던 셈이다. ⓒ 김지수 당선자


'봉사하는 정치인' 상을 세울 것

"나는 시민에게 봉사하려고 출마했다"는 말. 누구든 그렇게 말하지 않았으랴. 하지만, 우리나라의 체감온도는 그렇지 못하다. 후보자뿐만 아니라 시민들조차 그런 자리들은 '봉사직'보다 명예직, 나아가서 '권력직'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독일, 노르웨이 등 유럽 나라들은 선출 정치인이 서로 되지 않으려고 한다. 일단 맡으면 할 일이 태산 같다. 그들에겐 '명예나 권력' 등을 한가롭게 이야기할 틈이 없다. 그러기에 사회에 진짜로 봉사할 마음과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입후보하게 된다. 그래서 그 사회에선 선출된 정치인은 진심어린 존경을 받는다. 

김 당선자도 그런 정치인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타 도시의 모범적인 의정활동을 펼치는 시의원들을 찾아가 배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주민참여예산제' 등을 좀 더 연구하고, 지역의 단체와 협의해서 조례로 청구할 계획도 있다. 최대한 주민의 소리를 경청하기 위해 '마을 간담회' 등 다각적인 시도를 통해 주요 현안을 시민들과 함께 의논하겠다고 밝혔다.

변화를 갈망하던 안성시민의 바람이 '정당공천제'와 '예비후보자 간의 갈등'으로 인해 안성시장 선거에서는 무산됐지만, 김지수 그녀라도 '당당한 무소속'으로 당선되었기에, 안성의 희망의 씨앗을 본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그녀가 마지막으로 들려준 말이 귓가를 맴돈다.

"나의 임기 내엔 '당당한 무소속'으로 변함없이 가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김지수 당선자 블로그 http://blog.naver.com/anseong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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