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대리만족하듯 키워선 안된다
이원홍 외 13명이 쓴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의 엄마가 알았더라면〉
▲ 책겉그림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의 엄마가 알았더라면〉 ⓒ 글담출판사
우리 집 첫째 딸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둘째와 셋째 녀석은 아직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셋 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는 괜찮았는데, 요즘은 무척 바쁘고 힘이 든다. 아내와 내가 맡은 일이 다르다 보니 딸아이가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점검하지 못할 때도 있고, 학교에서 내 주는 과제물이나 수업 준비물도 결코 만만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아내와 나는 딸아이가 준비하는 준비물들을 대부분 챙겨주려고 한다. 물론 그 몫은 아내가 나서서 해결해 줄 때가 많다. 그런데 어떤 때는 딸아이가 만들 수 없는 과제물을 학교에서 요구할 때도 있는데, 그때마다 아내는 나는 그냥 가라고 해도 아내는 딸아이를 대신해 모든 준비에 만전을 기한다. 그 일로 나와 아내가 다툴 때도 있다. 내 딴에는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만 하도록 하는데, 아내는 딸아이가 못하는 것까지 다 해주고 싶어 하는 까닭이다.
"이 책은 그런 책의 긴 목록에 추가되는 그저 그런 책이 아니다. 등산에 비유하자면, 양육 수기는 정상까지 올라가면서 겪은 일을 시간순서대로 죽 적어 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정상에 오른 후에 아래 봉우리들을 내려다보면서 그 중 가장 고비가 되었던 한 지점을 골라 진땀나게 고군분투했던 시간들을 회고하고 있는 것이다."(추천의 글, 문용린)
여기에는 미스코리아 진에 하버드생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금나나 어머니의 사연을 비롯해,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 어머니의 사연, 10살과 11살 된 딸아이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려고 마흔한 살의 나이에 가족 세계 여행을 다녀 온 솔빛별 가족의 아버지 사연, 아이들의 조기유학을 위해 두 아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떠났지만 아버지의 부재와 가정의 붕괴로 정신적인 충격을 안고 돌아 온 어머니의 사연 등 다양한 고백들을 엿볼 수 있다.
이 분들의 아들이나 딸들을 보면서 공통적으로 느낀 게 있다. 성공한 자식들 곁에는 훌륭한 부모가 있기 마련이라는 점이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가르침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할 수 있었다. 물론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의 어머니나 장애인 국가대표 수영선수 김진호의 어머니 경우엔 자식을 향한 남다른 애착과 열정이 숨어 있었고, 다른 부모들은 자식들이 잘 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역할에 충실했음을 알 수 있다. 이른바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주도학습법을 체득하도록 곁에서 도와준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눈에 띄는 엄마가 있었다면, 2009년 2월 <퀴즈 대한민국>에서 열 한 살의 나이로 퀴즈영웅이 된 경국 고령 초등학교 신정한 학생을 둔 어머니였다. 그 어머니는 정말로 사교육을 거의 시키지 않았고, 오히려 아이 스스로 책을 꼼꼼하고 정확하게 읽었는지 워크북을 손수 만들어 체크하기도 했고, 아이의 형편과 실력에 맞게 문제집을 골라 아이 스스로 공부하게 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정한이가 읽은 책은 무려 3천여 권에 달한다고 한다. 벌써 대학을 세 군대나 나온 것과 맞먹는 수준일 것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부모들과 그 자녀들을 보노라면 당연히 내 자식들과 내 교육수준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나는 이 책에 등장하는 부모들과 함께 어떤 가치관을 갖고 내 자녀들을 교육시키고 있는 것인지, 앞으로는 또 어떤 교육 방침으로 내 자식들을 가르치고 이끌어 주어야 할지, 그것을 고민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된 것이 있다면, 내 아이들은 내 자신의 욕망의 도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을 내 아이들을 통해 대리만족하듯 키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만 나는 하늘이 점해 준 내 아이들이 세상을 올바르고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내 아이들의 길을 터주는 역할에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성경에서 말하는 청지기 자세인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가 있다면 내 자식들이 훌륭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매순간마다 고민하되, 아이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그 결정권을 아이들에게 맡기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은 종종 딸아이의 과제물과 학습준비물을 두고서 나와 아내가 다투는 부분에 대한 지침이기도 했다. 딸 아이에 대해 너무 방치하는 내 입장에 대해선 조여주는 듯했고, 딸아이의 자기 주도권을 빼앗고 있는 아내의 역할에 대해선 제동을 거는 일이었으니, 가히 우리 부부의 교육관에 적잖은 조율책이었던 셈이다.
"세상에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않겠습니까? 또 자식이 훌륭하게 성장하기를 바라지 않겠습니까? 자녀들이 훌륭하게 잘 자라도록 매 순간 고민하고 결정하고 애써 온, 책 속에 등장하는 부모님들의 고니와 결단이, 모쪼록 그와 유사한 고민과 결정과 노력을 하고 계실 이 땅의 많은 부모님들께 조금이나마 위로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에필로그, 조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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