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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목마름으로' 압도한 아바의 '댄싱 퀸'

[현장] 덕수궁 앞에선 6.10항쟁 기념 촛불예배... 서울광장에서는 아바의 노래 나와

등록|2010.06.11 11:45 수정|2010.06.11 11:45

▲ 10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촛불을 켜는 그리스도인들' 주최로 '유가협, 민가협과 함께하는 6월 항쟁 기념예배'가 열렸다. 참석자들이 열사들을 추모하며 묵상기도를 드리고 있다. ⓒ 홍현진


6·10 민주항쟁 23주년을 맞은 10일 오후. 서울광장은 뮤지컬 배우들의 노랫소리로 가득 찼다. 이날 서울시 주최로 열린 '문화와 예술이 있는 서울광장' 공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덕수궁 대한문 앞까지 울려퍼졌다.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는 '전국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유가협)·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회원들과 함께하는 6월 민중항쟁 기념 촛불예배'가 열리고 있었다. 

숙연해야 할 예배의 흐름은 서울광장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 때문에 계속 끊겼다. 추모 발언과 노래는 '초여름을 적시는 뮤지컬 명곡의 향연'에 모두 묻혔다. 결국, 발언을 하던 김경호 들꽃향린교회 목사가 한 소리 했다.

"6월 항쟁, 이 뜻 깊은 날에 (서울시에서) 다른 때 안 하던 짓을 한다. 집회 있을 줄 알면서도 저렇게 음악 크게 틀어놓고 방해 작전을 한다. 역시 오세훈 시장은 강남구청으로 보내야 맞다. 그가 역사를 아나? 그 의미를 아나?"

6·10기념예배 방해한 뮤지컬 명곡... "오세훈, 역사 아나?"

대한문 앞에 앉은 50여 명의 참석자들은 박수로 동의했다. 하지만 다시 서울광장 쪽에서 뮤지컬 배우의 음성이 크게 들려왔다.

예배를 인도한 최헌국 평화교회 목사는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고귀하게 죽어간 열사들의 뜻도 모르는 몰지각한 서울시를 향해 더욱더 힘차게 기도하자"고 외쳤다. 하얀 종이를 든 최 목사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최 목사는 용산참사범국민대책위 기독교 대표이기도 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서울광장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막나간다, 막나가!"라는 탄식을 내뱉었다.

▲ 고 이한열씨의 어머니 배은심씨가 10일 저녁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유가협, 민가협과 함께 하는 6월 항쟁 기념예배'에 참석해 예배를 드리고 있다. ⓒ 홍현진

이날 예배는 '촛불을 켜는 그리스도인들' 주최로 열렸다. '평화'를 상징하는 초록색 천을 목에 두른 참석자들은 대한문 앞에서 서울시의회 쪽으로 난 돌담길을 따라 촛불을 들고 줄지어 앉았다.

대규모 인파가 운집했던 2008년 '6.10 촛불집회', 2009 '6.10 범국민대회'와 비교하면 조촐한 규모였다.

고 이한열씨의 모친 배은심씨도 이날 예배에 참석했다. 배씨는 "6월 2일 지방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그래도 (중요한) 뭔가를 잊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씨는 앞으로 있을 다른 선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승리했다고 생각하지 말자. 앞으로 재보궐 선거는 물론이고 곧 총선, 대선도 있다. 이번 지방선거 분위기를 이어 또다시 민주정권을 만드는 국민이 됐으면 좋겠다. 그렇게 돼야 먼저 가신 많은 분들의 뜻이 조금이나마 이어지는 것 아니겠나."

배은심 "민주주의는 누가 가져다주지 않아, 우리 스스로 만들자"

배씨는 "23년 전 오늘, 내가 서 있던 자리는 연세대학교 병원 중환자실이었다"며 "그날 이후 다시 6월이 오면, 그 중환자실 앞에서 내가 무엇을 염원했는지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씨는 "우리 스스로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우리가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 모여서 스스로 민주정부와 민주주의를 만들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누가 가져다 주는 게 아니다. 또 '이것이 민주주의다'라고 누가 우리 손에 놔준 적도 없다. 우리들의 힘으로 추구하고 만들어야 한다."

예배가 진행될수록 서울광장의 열기도 뜨거워졌다. 서울광장의 커다란 스크린에서는 유명 뮤지컬 배우의 모습이 보였다. 스웨덴 그룹 아바의 명곡 'The Winner Takes It All' 'Dancing Queen'이 크게 울려 퍼졌다.

반면 대한문 쪽에 모인 예배 참석자들은 조용히 '타는 목마름으로'를 불렀다. 이어 이들은 촛불을 들고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서울시의회 쪽으로 행진했다. 배씨에게 다가가 조용히 "분위기가 너무 어수선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배씨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쩔 수 없죠. 어쩔 수 없는 거예요. 양심에 맡겨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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