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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가 국제경기 출전금지한 첫국가 남아공이 월드컵 개최?

[서평] 2010 남아공 월드컵 개최 숨은 주역 다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

등록|2010.06.13 17:47 수정|2010.06.13 17:47
"목표는 남아공 국민 중에 단 한 명의 흑인도 남지 않는 것이다."
- 코르넬리우스 멀더(남아공 각료)

제2차 세계대전 중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각 도시에 수많은 공장들과 일터가 생겨나 군수품과 군사장비에서부터 군복, 군화, 군용 텐트까지 모든 것을 생산하게 된다. 이렇게 경제가 급성장함에 따라 더욱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다. 이에 수천 명의 가난한 흑인들과 아시아인들이 더 좋은 임금과 직업을 약속받고 노동력이 필요한 각 도시로 이주하게 된다.

남아공의 주요 도시마다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요하네스버그, 프리토리아, 포트엘리자베스, 케이프타운과 같은 도시에 판자촌과 불법 주거촌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에는 남아공 역사상 처음으로 도시 인구 중 흑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백인보다 높아지게 된다.

세상 그 어떤 드라마도 이보다 감동스럽지 못할

▲ 요하네스버그 소피아타운. 아파르트헤이트 기간동안 흑인,아시아인,유색인 노동자들은 그들의 집에서 쫒겨나 강제이주를 당했다. 각 인종에게는 그 인종이 살 수 있는 지역이 정해져 있었다.6만명 가량이 정부가 보낸 트럭에 짐을 싣고 떠나야 햇다(책속 설명 중) ⓒ 생각의나무


▲ 백인 전용 택시. 아파르트헤이트 체제하에서는 결혼,집,교육,집업에서부터 버스나 택시를 타는 사소한 일까지 모든 면에서 인종에 따라 분리된 생활을 해야했다. ⓒ 생각의나무


이렇게 되자 남아공 내 백인 우월자들은 이런 현상을 '검은 위험'이라고 지칭하며 '아파르트헤이트' 즉, '인종차별정책'을 제안하기에 이른다. '모든 백인은 흑인이나 유색인(아시아 인등)보다 우월하므로 국가가 전력을 기울여 그들의 특별함을 보호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라는 것이었다.

아파르트헤이트는 남아공 내 모든 사람들을 백인, 흑인, 아시아인, 유색인 등으로 나누어 인종에 따라 거주지, 출입구역제한, 인종간 결혼금지와 같은 차별정책을 폄으로써 사상 유례  없는 백인지상주의를 지향하던 터였다. 인종 간 통혼금지 정책을 내세우며 정부가 부부침실까지 서슴없이 침입하는 등 온갖 어처구니없고 파렴치한 일들이 벌어진다.

또한, 남아공 곳곳에 '백인 전용'을 알리는 표지판들이 속속 생겨났다. 그리하여 인종에 따라 각각 다른 학교와 병원, 대학교 등이 세워졌으며 수영장이나 해변부터 공중 화장실이나 공원, 극장이나 버스, 식당, 영화관 등 모든 공공시설들과 생활 편의시설들이 백인용과 비백인용으로 분류되었다.

어떤 혜택이나 우수한 것들은 모두 백인이 차지했음은 물론이다. 직업이나 경제적 이익은 모두 백인들이 차지했다. 남아공의 땅 80%를 12%의 백인들이 차지했다.

또한 통행법이란 것으로 흑인들에게 자신들의 모든 개인정보가 담긴 통행증을 지니고 다니며 백인 경찰이나 공무원 등이 요구하면 즉각 제시함으로써 흑인들을 사실상 자국민이 아닌 외국인 이주노동자로 전락시키고 만다. 나아가 미국원주민보호구역과 유사한 바투스탄을 설치하여 흑인들을 그곳으로 내쫓아 집단생활을 하게 한다. 그리하여 정부가 임명한 어용 단체장에게 감시하게 한다.

수십 년간 남아공의 수많은 흑인들을 핍박한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은 '남아공 백인정부와 흑인대표인 ANC와 넬슨 만델라 간의 4년간(1990~1993년)에 걸친 협상' 끝에 해체되기 시작, 1994년 넬슨 만델라가 민주적 선거에 의해 대통령으로 당선됨으로써 완전 폐지되었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겉그림 ⓒ 생각의나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의 배경은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이 악명을 떨치던 1960년대, 죽음의 감옥으로 유명한 로벤섬 수용소에서 시작된 마카나 축구협회와 그들의 인권 투쟁을 그린 실화소설이다.

주인공들은 아파르트헤이트의 인종차별정책에 반대하거나 백인들에게 위험한 인물로 지명되어 로벤섬에 수용된 정치범들이다. 제이컵 주마(현 남아공 대통령), 토쿄 섹스웰레(현 남아공 국토부장관 겸 남아공 월드컵 조직위원), 딕강 모세네케(현 남아공 헌법재판소 부소장), 마커스 솔로몬(현 국제아동지원센터장), 세딕 아이잭스(현 남아공 국제의료정보학협회 부회장) 등이 주요 인물들이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을 가능하게 한 이 소설은 유색인 교사 세딕이 백인들을 위협하고자 폭발물을 제조, 백인구역에 설치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때문에 그는 12년형을 선고받고 로벤섬에 수용된다. 이미 넬슨 만델라를 비롯한 수많은 정치법들이 이 로벤섬의 또 다른 감옥에 수감 중이어서 포화 상태였다.

각각의 사람들은 수감번호로 구별되었다. 세딕의 수감번호는 883/64였다. 그건 1964년에 883번째 유죄판결을 받은 수감자라는 뜻이었다. 유색인과 아시아인 수감자들의 죄수복은 윗도리, 긴  지, 양말, 신발로 구성되어 있었다. 전반적으로 그나마 나은 상태였다. 흑인들에게 반팔티셔츠와 반바지만이 지급되었다. 백인 우월론자들의 눈에 흑인들은 어린아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의도였다. 그들의 발에는 자동차폐타이어로 만든 거친 고무샌들만이 허락되었다. 양말은 지급되지 않았다. 인종 간의 차별은 섬의 모든 일상생활 곳곳에서 드러났다.…사실 세딕이 받은 것도 별로 나을 게 없었다. 신발이 지급됐지만, 짝짝이였다. 한 짝은 7사이즈였고, 다른 짝은 9사이즈였다. 새로 도착한 사람들은 지급된 옷을 입은 지 몇 분 만에 가려움으로 고통스러워했다. 안을 들여다보면 이가 들끓고 있었다.
- 책 속에서

인권은 전혀 없었다. 갖은 박해와 수치심, 고통뿐. 채석장에서 온종일 일을 하고 돌아온 수감자들은 매일 발가벗고 풀쩍 뛰어오르다 혀로 딱!소리를 내는 춤을 춰야만 했다. 또한 정치범들과 함께 남아공의 악명 높은 살인자와 폭력범, 갱단두목이나 납치범 등을 함께 수용했다. 이 모든 것들은 최소 인력으로 최고의 감시효과와 모멸감을 주려는 의도였다.

▲ 2007년 7월 18일 러벰섬. 카메룬의 전설적인 스트라이커 사무엘 에투(왼쪽)과 피파 부회장 잭 워너(오른쪽)가 넬슨 만델라의 89번째 생일을 축하하기위한 89개의 골 중 제일 처음으로 2개의 공을 차고 있다. 이날 행사중에는 마카나 축구협회가 국제축구연맹의 영광스런 회원자격을 얻는 기념식도 거행되었다.-책속 설명 ⓒ 생각의 나무


아파르트헤이트 정권 이전 수십 년 동안, 남아공의 비백인들 사이에 축구는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였다. 축구 인재들도 많았다. 어느 날 축구에 미친 토니 수즈와 마크 시너스가 자신들의 셔츠를 둘둘 말아 수감자들에게 축구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점차 간수들의 눈을 피해 5인 혹은 8인으로 구성된 미니 경기를 하기에 이른다.

수감자들은 교도소 당국으로부터 체계적인 축구를 할 수 있도록 허가받는 데 꼬박 4년이란 긴 세월을 보내야 했다.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헌신적으로 이 일에 몰두하여 얻어낸 결과였다. 더욱 놀라운 건 그들이 '마카나 축구협회'라는 이름의 리그를 만들어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운영했다는 사실이다. 국제축구연맹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했고, 리그 경기, 컵 대회, 친선경기 등을 개최했다.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이 단순한 스포츠는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는 저항의 열정적인 상징이 되었던 것이다. - 책 속에서

때마침 남아공의 가혹한 인종 차별 정책에 반대하던 국제 사회와 적십자사의 압력 때문에 교도소 당국은 축구 경기를 허락한다. 리그가 시작된 후 회색빛의 잔인한 수용소에는 활기가 넘쳐나고 경기가 지속됨에 따라 노선에 따라 갈라져 있던 정치범들이 뭉치는 계기가 된다. FIFA규정대로 엄격하게 치러진 이 리그는 감옥이 폐쇄(1991년)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FIFA가 국제경기 출전 금지한 첫국가 남아공 어떻게 월드컵 개최를?

▲ 섬에 있던 수백 명의 정치범들이 고통스러운 생활을 견디는데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 (왼쪽부터) 리조 시토토, 마커스 솔로몬, 토니 수즈, 세딕 아이잭스가 관광객들을 섬으로 실어나르는 '마카나'호 앞에 서 있다. (필자 주:이들은 소설 속 실제 주인공들이다) ⓒ 생각의 나무


▲ 2006년 토니 수즈가 교도소를 둘러싼 가시철조망 앞에 서있다. 수즈는 뛰어난 축구선수였다. 섬에 있는 동안 그는 경기를 하기위한 투쟁에 앞장섰을 뿐 아니라 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활약했다.((필자 주:그는 로벤섬에서 처음 축구를 시작했다) ⓒ 생각의나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은 2010 남아공 월드컵을 탄생시킨 남아프리카공화국 로벤섬 수용소의 전설적인 위대한 축구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책에는 FIFA 역사상 처음으로 국가나 개인이 아닌 단체 이름으로 피파 회원이 된 마카나 축구협회 섭립에 관한 이야기를 비롯하여 지난날 로벤섬에 수용되었던 정치범들의 인권투쟁 과정을 담고 있다.

축구경기를 통해 어떻게 역경을 이겨낼 수 있으며 사람과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이 책 한 권을 통해 실감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2010년 6월 현재 전 세계의 뜨거운 시선이 몰려있는 월드컵 개최국 남아공은, 1961년 FIFA에 의해 모든 국제경기는 물론 친선경기에까지 출전을 금지 당했었다. FIFA 역사상 출전이 금지된 첫 나라가 된 것이다. 이런 남아공이 어떻게 월드컵을 개최할 수 있을까? 혹자들은 치안이 엉망인 남아공이 어떻게 월드컵이라는 거대한 국제경기를 치를 수 있는지 의아해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을 읽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으리라.
덧붙이는 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마빈 클로스 |척 코어|생각의나무|2010-01-20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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