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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한 줄에 천 원? 싸다고요?

차라리 제값 받고 제대로 만들지

등록|2010.06.14 14:39 수정|2010.06.14 14:39

아니, 단무지가 왜 이리 크대?김밥 한 줄에 천 원! 값이 싸다고요? 글쎄요. ⓒ 손현희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보면, 늘 점심 먹을 걱정을 해야 하지요. 어떤 곳이든지 갈 곳이 잡히면, 길도 잘 알아놔야 하고, 거기에 점심을 먹을 수 있는 밥집이 어디에 있는지도 미리 알아야 한답니다. 보통 나가면 온종일 자전거를 타게 되고,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못해도 80~90km는 달려야하니까요. 우리가 가는 곳은 흔히 시골마을로 다니기 때문에 그 둘레에 밥집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마땅한 곳이 없다면 도시락을 싸서라도 점심을 챙겨가야 한답니다.

자전거 나들이자전거 나들이를 할 때, 가장 큰 즐거움이 뭘까요? 먹는 즐거움도 한 몫을 차지한답니다. ⓒ 손현희




어제(13일)는 자전거를 타고 나가면서, 칠곡군 신동 쪽에 임도를 두어 개를 넘어 돌아올 생각이었어요. 그곳에 밥집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시간을 가늠하니 산속에서 점심 때를 맞을 듯했지요. 그래서 도시락을 따로 준비해서 갑니다. 돌아올 길이 멀기 때문에 아침은 대충 김밥 몇 줄 사서 가다가 먹을 생각으로 이른 아침에 나섰지요.

마을을 벗어나면서 분식집에 들어가서 김밥 석 줄을 따로 샀습니다. 가게 앞 간판에는 커다랗게 '김밥 한 줄 천 원'이란 글자가 붙어 있네요. 아직도 김밥이 천 원이라니, 싸게 파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샀어요. 꼭 값이 싸다고 산 건 아니었고, 길을 가다가 산 것이라 눈에 보이는 대로 들어간 분식집이었어요.

한참을 달리다가 그늘진 곳에 가서 간단하게 아침을 때우며 쉬기로 했지요. 김밥 집에서 사온 김밥을 풀어놓고 맛있게 먹습니다. 그런데 먹다보니, 뭔가 이상하네요. 김밥이 몹시 가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틀림없이 김밥 안에 들어간 재료도 제대로 들어있습니다. 오이, 달걀부침, 단무지, 우엉, 햄, 당근까지….

밥은 너무나 얇게 깔렸군요.밥은 얼마 되지도 않고 단무지와 달걀만 큼직하게 썰어 넣었다. 저 단무지도 먹다보니 엄청 짜다. ⓒ 손현희



단무지가 왜 이리 크지?이미 한 줄 정도는 먹었는데 아무리 봐도 단무지가 너무 크다는 생각에, 단무지는 빼서 먹기로 했다. ⓒ 손현희



김밥 두 줄에서 따로 빼낸 단무지한 줄은 이미 먹었고 나머지 두 줄 정도에서 나온 단무지이다. 이렇게 빼고 보니 속이 메스껍다. 그냥 먹었다면 저걸 다 먹고도 따로 싸 주는 단무지도 다 먹었을 거다. ⓒ 손현희



가만히 보니, 밥을 얼마나 얇게 깔았는지 너무 적었어요. 게다가 단무지와 달걀부침 크기가 김밥 크기 반은 되겠더군요. 벌써 한 줄 쯤은 먹었는데, 왠지 너무 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바로 단무지 때문이었어요. 먹다보니 영 꺼림칙하군요.

한 줄은 모르고 그냥 먹었지만, 단무지를 모두 빼고 먹습니다. 김밥 두 줄에서 빼낸 단무지를 보니, 수북하네요. 너무 화가 납니다. 한 줄에 천 원을 받는다고 값이 싸니까 좋아할 일이 아니더군요. 차라리 제대로 만들고 제값을 받지. 이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여요.

김밥을 사면서 한 줄에 천 원을 받는다고 하기에 밥집임자에게 물어봤던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아직도 천 원인데 값은 안 올리세요?"
"다른 데는 다 천오백 원인데, 우리는 안 올렸어요. 손님들이 우리가 파는 김밥이 싸다고 많이 찾으니까요…."

우린 차라리 값을 올리더라도 제대로 만든 김밥을 사먹고 싶어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따로 싸가지고 간 도시락가방에 짊어지고 가야 하기에 힘들기는 하지만, 이렇게 따로 도시락을 싸가지고 가면 입이 즐겁답니다. 아침으로 대충 때우려고 김밥을 사먹었지만, 기분만 상하고 아직 점심 때도 되지 않아 도시락을 까먹고 말았습니다.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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