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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세 가지 고마움을 안겨준 아이

등록|2010.06.15 15:57 수정|2010.06.15 15:57
아파트에서 살다보면 로비에서 간발의 차로 엘리베이터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바쁜 상황이든 아니든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한 순간 엘리베이터가 올라가 버리면 참 얄밉고 약이 오르기도 합니다. 그게 위층에서 불러 올린 경우가 아니고 로비에서 누군가 타고 올라가는 경우라면 누군지 모를 그가 괜히 미워지기도 하지요.

한 번은 로비 안으로 들어선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닫혀버려서 "아이쿠!" 소리를 하며 또 한 번 '간발의 차'를 실감할 순간 다시 문이 열리더군요. 그리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사내아이가 버튼을 누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고맙다, 야. 내가 오는 걸 어떻게 알았니?"

내가 이렇게 감사를 표하자 10층에서 사는 초등학교 5학년인 그 아이가 어깨에 멘 책가방을 추스르며 대답했습니다.

"아저씨 오시는 걸 보구 기다리다가 잠깐 손을 놓았더니 문이 닫혀서 얼른 다시 눌렀어요."

아저씨? '아저씨'라는 호칭에 나는 이상하게 힘이 솟는 것 같았습니다.

"이야, 초등학생인 네가 어른도 지니기 어려운 소견을 지녔구나. 참 기특하다, 야."
"저번에 아저씨가 가르쳐 주셨잖아요?"
"내가?"
"네.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탈 때는 같이 탈 사람이 없나, 한번 뒤를 돌아보고 타야 한다구요?"
"아, 내가 그랬구나. 생각난다, 야. 그런데 네가 그걸 다 기억하고 그렇게 실행까지 하니 고맙다, 야."

하며 녀석의 어깨를 두드려 주니 녀석은 기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8층에서 먼저 내리자 녀석은 깍듯이 인사를 했습니다. 이틀 후 녀석을 다시 만났을 때 나는 또 녀석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엊그제는 네가 참 고마웠다. 날 아저씨라고 불러준 것도 고맙고, 내가 가르쳐준 걸 잊지 않고 실행한 것도 고맙고, 또 나로 하여금 고마운 마음을 갖게 해준 것도 고맙고…."

그러자 녀석은 "감사합니다"하며 꾸뻑 머리를 숙이고는 롤러스케이트를 굴려 먼저 로비를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언젠가 녀석에게 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지요.

"엘리베이터를 탈 때 현관 밖을 한번 둘러보는 것은 남에 대한 배려도 되고, 마음의 여유를 길러주는 일도 되고, 또 전력 낭비를 줄이는 일도 되니 바로 일석삼조가 된단다."

내가 했던 그 말을 상기하면서, 나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그 아이를 떠올리며 '본받기로' 다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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