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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폴리오 인생 통해 남과 다른 삶 구성하기

[서평] <코끼리와 벼룩>을 읽고

등록|2010.06.15 18:03 수정|2010.06.15 18:03
고등학교 시절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학생 카드를 작성한다. 학생 카드를 작성하다 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장래희망 란이다. 고등학생 때 뿐만 아니라 공교육 12년 동안 줄기차게 장래 희망을 학생 카드에 적어야 한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사회에서 권위와 여유가 있는 직업을 많이 쓴다. 과학자, 대통령, 스포츠 선수, 피아니스트 등 남들과 다른 돋보이는 직업을 꿈꾼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자 주위 친구들의 꿈은 초라하게 짝이 없이 작아 졌다. 대기업 취직, 공무원, 교사, 정규직 사원되기 등 똑같은 일을 하며 평생을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한 꿈을 꾸게 된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세상의 중심이 '나' 이며 나의 삶을 중심으로 사회가 구성 될 거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세상의 중심인 나라는 사람이 사회에서 가장 권위 있는 직업을 가져야 하고 여유롭게 살기를 원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똑같아 지는 것은 지옥에 빠지는 것과 똑같기 때문에 남과 다른 삶을 꿈꾼다.    

하지만 세상 물정을 알게 된 고등학생들은 그렇지 않다. 단지 많은 사람들 속에 소속돼 있는 '나' 라는 존재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권력과 자본을 가진 집단에 들어가 초라한 '나'의 존재를 보존하려고 한다. 만약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도 정치인, 스포츠 선수, 예술가 등을 장래희망 칸에 적는다면 주위 친구들에게 세상 물정을 모르는 바보라고 놀림 받기 십상이다. 오직 사회에서 정해진 잣대에 나의 삶을 잘 맞추는 것이 행복의 잣대가 되어 버렸다.

내 삶의 주도자가 되기 위해 벼룩 되기!

▲ <코끼리와 벼룩-찰스 핸디, 생각의 나무> ⓒ 생각의 나무

사회에서 정해진 잣대대로 사는 것이 이로운 세상에서 나의 시간, 돈, 에너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삶이 가능할까? <코끼리와 벼룩>의 저자 찰스 핸디는 가능하다고 얘기를 한다.

저자는 코끼리와 벼룩의 비유를 들면서 거대 기업에 충실한 직장인과 내 삶을 스스로 운영하는 프리랜서의 삶을 얘기한다. 그리고 코끼리의 시대는 가고 벼룩이 판을 치는 시대(포트폴리오 인생)가 올 것을 증명하고 있다.

포트폴리오 인생이 가능하다는 것을 저자는 자신의 과거 경험으로 시작한다.

"우리의 과거는 불가피하게 우리의 현재와 미래의 일부분이다. 생애의 후반기에 접어들어 벼룩의 생활을 영위하려면 먼저 나 자신에게 충실해져야 한다. 자기가 아닌 다른 어떤 것을 염원하거나 가장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나는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는가?"

찰스 핸디 또한 거대 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거대 기업의 일원으로 살아가면서 자신이 느낀 것을 1부에서 서술하고 있다. 그는 코끼리의 삶 속에서 개인의 생각과 의견이 희생되는 순간을 목격하게 된다. 기업의 효율성 때문에 모든 개인의 생각과 의견을 하나로 만드는 것은 이후 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은 벼룩의 창궐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제 회사는 그 누구도 단독 소유자가 될 수 없다.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바꾸는 사람들의 집단(회사)이 누군가가 임의로 소유할 수 있는 재산이라는 생각은 낡아빠진 생각이다. 앞으로 점점 더 많은 프린랜서들이 자신의 지식을 철저히 통제하기 위하여 회사를 상대로 수수료를 청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의하기 애매모호한 지적재산은 점점 더 벼룩들에게 속하게 될 것이고 점점 더 많이 코끼리들에게 임대될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코끼리의 삶에서 벼룩의 삶으로 사회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그것을 통해 현재 기업의 문화 뿐만 아니라 개별-지역화 되고 있는 사회적 흐름 또한 2부에서 설명하고 있다.

또 3부에서는 벼룩의 삶을 구성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벼룩의 삶의 조건과 책임져야할 생활의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거대 기업에 들어가지 않고 먹고 살게 된 얘기, 달라진 결혼 생활, 나의 가치를 키우는 학습과 그것을 나누는 자원봉사 활동 등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쉽게 서술하고 있다.

찰스 핸디가 꿈꾸는 세상은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세상

찰스 핸디가 언급한 포트폴리오 인생이 극대화 되면 극단적 개인주의 현상이 사회를 해치지 않을까? 너도 나도 자신의 개인 이익을 위해서만 일을 하고 인생을 꾸려간다면 사회는 더욱 팍팍해질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포트폴리오 인생은 나만 잘사는 것이 아니라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생활 방식이라고 말하고 있다.

"경쟁적 개인주의 대신에 다양한 개인주의의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우리는 남들보다 뛰어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는 다르게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것은 승자독식의 형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승자가 되는 그런 방식이다."

저자가 언급한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세상이 오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 인생을 뒷받침 하는 조건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한 노동에 삶의 전부를 투자해야 하지 않을 정도의 기본 소득을 보장해주는 것, 국민이라면 누구나 보편적으로 누려야 할 건강, 교육, 주거 등의 권리를 보장하는 조건이 필요하다.

이런 조건들이 뒷받침 된다면 찰스 핸디가 언급한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생활 방식은 사회의 틀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 코끼리의 삶 속에서 먹고 사는 노동에 한 평생을 다 보내며 나의 가치, 관계, 고민들을 놓쳤다면, 벼룩의 삶은 먹고 사는 노동을 최소화 하고 평소 꿈꾸었던 가치와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삶을 구성하게 해줄 것이다.

"행복은 할 일이 있는 것, 바라볼 희망이 있는 것, 사랑할 사람이 있는 것. 이 세 가지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 알라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코끼리와 벼룩-찰스 핸디, 생각의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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