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한 김태영 "군이 거짓말 하는 집단이냐"
[대정부질문] '군기문란' 질의에 울분 토로... "군인 가족들 보고 있다"
▲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15일 국회 외교안보통일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김태영 국방장관 : 거기에 대해선 원인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지금 일방적으로 군이 매도되고 있다. 군은 부정직한 집단, 사실을 왜곡·조작하는 집단이 아니다.
감사원 조사결과에 대한 군의 울분이 15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다시 폭발했다.
김태영 국방장관이 윤상현 의원의 '군인의 혼 상실', '군기문란' 질의에 더 이상 참을 수 없단 듯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윤 의원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감사원 감사결과에서 드러난 '불편한 진실' 앞에선 군의 모습이 전혀 군답지 않다"며 "군율에 따른 벌을 기꺼이 청하되, 후에 반드시 오명을 씻어 국가에 공헌하겠다는 당당한 모습을 보였어야 군인이라 할 수 있었다"고 군을 비판했다.
그는 이어, "(군이) 이젠 아예 눈앞에서 일어나는 적의 침략마저 스스로 감춰 주려고 했다, 군 지휘부가 '포화 속으로' 달려가기는커녕, '거짓말 속으로' 숨어버렸다"며 "이런 군기문란을 도대체 어찌 수습해 나가야 하는가"라고 덧붙였다.
질의가 시작될 때부터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던 김 장관은 곧장 반격했다. 그는 "자꾸 군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몰아가시는데, 모르겠다"며 "여러 번 말한 것처럼 감사원 감사 결과는 군의 특수성과 군의 운영방식에 대한 정확하지 못한 이해에서 나온 것이 많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군은 거짓말을 하는 집단, 사실을 왜곡·조작하는 집단이 아니다"며 "군이 규정과 방침, 상황을 모두 고려해서 사안을 처리하고 있는데 거기다 은폐·조작이란 표현을 쓴다는 자체가 군에 대한 심각한 매도"라고 주장했다.
김 장관은 이어, "그렇게 군을 매도해서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라며 "지금 이 방송을 보고 있는 군 장병과 군인 가족들이 울분을 얼마나 터뜨리고 있는지 기억하셔야 할 것"이라고 흥분했다.
예상치 못한 김 장관의 강한 반격에 당황한 윤 의원은 "군 입장에선 그럴지 모르겠지만, 언론 보도와 감사원 결과만 접한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못한다"며 서둘러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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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영 국방 "대북전단 120여만매 이미 제작"김태영 국방장관은 15일 국회 외교·안보·통일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대북 심리전을 위한 전단 120여 만매가 이미 제작됐다면서 사용시기는 유엔 안보리 문제 등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 박정호
육군 대장 출신 서종표 의원 "감사원 조사 잘못됐다, 국정조사해야"
사실 김 장관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감사원 감사결과를 기본적으로 존중한다, 지적된 부분은 겸허히 수용해 개선책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며 차분한 태도를 유지했다. 앞서 지난 11일 국회 천안함 진상조사특위에서 보였던 모습과는 상당히 비교되는 태도였다.
당시 "감사원 감사 결과는 군의 특수성 등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조목조목 감사결과를 반박했던 김 장관은 이날 야당 의원들의 잇단 비판에도 "감사원의 조치를 전반적으로 수용한다"며 "단지 관점과 해석이 달리하는 것이 일부 있다"고만 답했다.
다분히 지난 특위 때의 발언과 태도 등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거센 역풍을 맞았던 것을 의식한 듯했다. 하지만 윤 의원이 이날 "군이 적의 침략마저 스스로 감춰 주려고 했다"는 등 자극적으로 공격하자, 김 장관은 작심한 듯 "군인 가족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폭발하고 말았다.
이날 대정부질문에서는 군 장성 출신 야당의원도 김 장관을 편들고 나섰다.
육군 대장 출신 서종표 민주당 의원은 천안함 사건 관련 "감사원 조사가 잘못됐기 때문에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대로 '군의 조작·은폐'로 천안함 사건이 정리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서종표 의원은 "속초함장이 사격을 가한 대상을 적 잠수함이라고 보고하고 제2함대사령관은 그를 새떼로 판단한 것은 전술적 조치에 따른 것"이라며 "제2함대 사령관은 예하부대의 보고를 다시 분석해 사령관으로서 결심을 내렸는데 그것을 조작·은폐라고 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된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이어, "부대에선 어떤 것이라도 지휘관이 전부 다시 판단해서 보고하는 것"이라며 "감사원 감사 결과대로라면 앞으로 군 지휘부는 예하부대 소대장이 말한 대로 그대로 보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감사원이 조작·은폐란 용어를 선택한 것은 엄청난 안보 상황, 군에 대한 신뢰에 피해를 입힐 것"이라며 국정조사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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