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진자운동 민심 그리고 민주당의 고민

조병현의 패러독스 이야기

등록|2010.06.16 17:40 수정|2010.06.16 17:40
우리나라의 선거의 특성을 설명하려면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몇 가지 개념으로 그 이해를 도울 수 있다. 먼저 물리학의 '진자(振子)운동' 개념이다. 진자운동이란 일정한 주기로 흔들리는 물체의 운동을 말한다. 어느 한 곳에 멈추지 않고 이곳에서 저곳으로 반복해서 움직인다. 즉, 시계의 추처럼 한 곳에 고정되지 않고 매번 이곳에서 또 다른 방향으로 이동한다.

 또 다른 하나는 중국의 고사에서 볼 수 있는 '새옹지마(塞翁之馬)'개념이다. 인간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화(禍)인 것 같으나 시간이 지나면 도리어 복(福)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선거의 경향과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 선거와 총선거 및 지방선거가 1~2년의 간격을 두고 교대로 실시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정확한 선거결과는 아니지만 큰 흐름에서 볼 때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대선이나 총선거에서 부진하면 지방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보이고 지방선거에서 부진하면 역시 다음 총선거에서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실제로 1987년 6월, 온 나라가 민주항쟁으로 민주화 운동이 거세게 일고 있을 때 당시 민정당 노태우 대표는 6·29선언에 힘입어 그해 12월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러나 1988년에 치러진 제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의석 총299석 중 125석만을 차지하면서 정국은 여소야대가 됐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3당 합당이라는 강수를 꺼냈으나 1992년 14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총 299석 중 149석을 얻는데 그쳐 다시 과반수 의석확보에 실패했다.

그렇지만 1992년 12월 제14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여당인 민자당의 김영삼 후보가 당선됐다. 그러나 3년 뒤 치러진 1995년 지방선거에서 야당은 15개 광역단체장 중 여당은 5곳을 차지했고, 야당인 민주당과 자민련은 각각 4곳, 무소속이 2곳을 차지했다. 이런 승기는 1997년 대선과 얼마 후 치러진 1998년 지방선거에서도 전국 16개 시·도지사 중 수도권 3개지역 등 전국적으로 10곳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역시 2000년 총선거에서 한나라당이 133석을 확보해 115석에 그친 새천년민주당을 제치고 다수당이 됐다. 하지만 같은 해 대선에서는 한나라당의 후보가 아닌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가 당선됐다.

역시 2002년 지방선거 결과 광역단체장 16곳 중 한나라당이 11곳을 차지했다. 특히 수도권에서 전승했고 서울에서는 구청장 25곳 중 22곳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됐다. 하지만 2004년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열린우리당이 비례대표 23명을 포함해 152명의 국회의원을 당선시키면서 원내 제1당을 차지했다.

진자운동의 법칙은 2006년 치러진 4회 지방선거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나라당은 서울 구청장 25명과 지역구 시의원 96명 전체가 당선됐으며, 특히 단체장은 호남과 제주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이겼다. 이런 승기는 2008년 총선에까지 이어져 한나라당은 친박연대를 포함해 167석, 민주당은 81석을 얻는데 그쳤다. 하지만 2010년 5회 지방선거에서는 16개 단체장 중 민주당이 7곳을 차지했고 한나라당이 6곳을 얻었다.

진자운동 위에 선 민주당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1~2년을 주기로 선거가 치러지고 있다. 2010년 5회 지방선거를 마쳤으니 2년 후 2012년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다. 선거결과에 따라 향후 정국의 방향이 결정되는 중요한 선거다. 이번 5회 지방선거에서 나름대로 선전한 민주당은 2012년 총선거에서 어떻게 될까, 과연 진자운동의 법칙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민주당은 지금 진자운동을 하는 추 위에 서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긴 민주당이 승리의 기쁨에서 나와 어떻게 해야 진자운동을 멈추게 하거나 방향을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전북연합신문 17일자 게재 예정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