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민주노동당에 가입하고 당비와 후원금을 납부해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경기도 내 전교조 소속 국공립 교사 18명 전원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경기도교육청은 18일 "지난달 12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받은 '범죄사실통보서'와 '공소장'에 의거, 해당 교사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와 법률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신중하게 검토했다"며 "그 결과 문제가 된 교사들의 행위는 공무원의 정치운동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제65조 등 현행 법령을 위배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는 징계사유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국가공무원법 제65조 1항은 "공무원은 정당이나 그밖의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사 정당 가입은 실정법 위반... 하지만 파면·해임은 너무 과해"

하지만 경기도교육청은 "배제징계(파면, 해임)와 직위해제 등을 요구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징계방침으로 일괄 중징계 조치하는 것은 교육감의 인사권 남용으로 귀결될 우려가 있고 해당 교사들의 적극적 정당 활동 증거도 부족하다"며 "감봉, 견책 등의 징계 요구가 타당하다고 판단돼 최종적으로 경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경기도교육청은 "교과부 방침대로 일괄 중징계 처분이 이뤄지면 교육현장과 우리 사회에 불필요한 반목과 갈등,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해당교사들의 자성을 요구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김 교육감은 민주노동당 가입교사 징계문제로 많은 고민을 해왔다. 그는 그동안 여러 인터뷰에서 "실정법 위반 여부를 엄정하게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사실관계를 명확히 따져야 하고, 형평성에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고 밝혀왔다.

즉 국공립 교사들이 민주노동당에 가입한 게 사실이면 실정법에 따라 징계위 회부는 불가피하지만, 파면·해임하라는 교육부의 중징계 방침은 따르지 않겠다는 뜻이다.

또 김 교육감은 그동안 시국선언 교사 징계와 이번 민주노동당 가입 교사 징계 문제를 구분해 봐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시국선언 교사 징계 문제에는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법리 다툼의 소지가 있지만, 정당 가입 교사의 경우 명백하게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 교육감은 작년 11월 "법원의 최종 결정을 보고 판단하겠다"며 시국선언 교사 징계를 유보했다. 이 때문에 김 교육감은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불구속기소 됐으며 오는 7월 중순 1심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다. 법원 1심 선고에서 유죄가 결정되면 김 교육감의 직무는 그날로 정지된다.

곽노현 당선인 측 "우리도 경징계 가능성 커"... 진보교육감과 교과부 충돌할 듯

한편 이날 김 교육감의 정당 가입 전교조 교사 징계위 회부 결정은 서울·강원·전남·전북·광주 등 다른 지역 진보교육감들의 행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인 측은 18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교과부의 징계, 파면 요구는 너무 과하다"며 "우선 교사들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실정법 위반 여부를 잘 따져,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곽 당선인 측은 "우리 역시 경기도교육청의 결정처럼 감봉, 견책 등 경징계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 진보 교육감 당선인들 역시 대체로 이와 비슷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법원의 최종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징계를 유보하거나, 명확한 사실 관계를 따진 뒤 경징계 처분을 내린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징계 유보 혹은 경징계' 결정을 내리는 진보 교육감과 파면·해임 등 중징계를 요구하고 있는 교과부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