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 재보선에 금민 전 사회당 대표 출마
'기본소득' 대안으로 제시... 진보대연합 논쟁 재현될까
▲ 지난 5월 15일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 개소식에서 심상정, 노회찬, 금민(오른쪽에서 두번째) 세 사람이 나란히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 박정훈
6.2 지방선거의 결과는 'MB심판'이었다. 그러나 그 심판의 내용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분명하지 않다. 민주당의 승리는 국민들이 차악을 선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고, 민주당과 일찌감치 행보를 같이했던 민주노동당은 진보의 가치를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진보신당은 보다 복잡하다. 심상정은 당과의 협의 없이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후보를 지지하면서 중도 사퇴하였고, 노회찬 후보는 공교롭게도 한명숙 후보패배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다.
이런 와중에 또 하나의 선거가 치러진다. 미니 총선이라고 불리는 7.28 재보선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 주목받고 있는 곳은 은평 재보선. 얼마 전 대표적인 MB인사로 불리는 이재오 현 국민권익위원장이 출마의 뜻을 내비쳤다. 지방선거 승리의 바람을 타려는 민주당 소속의 명사들도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민주당의 전략공천 후보로 김근태가 지목되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눈길을 끄는 예비후보가 한 명 더 있다. 지난 1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고는 '나를 밟고 진보로 가라'였는데, 사람들은 진보를 밟고 노무현 시대로 돌아가려 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화제가 됐던 금민 전 사회당 대표다.
재미있는 것은 정작 금민 예비후보는 민주대연합, 진보대연합이 아닌 '진보대안후보'를 자임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대연합이나 진보대연합과 같이 조직과 세력을 중심으로 한 이합집산이 아닌, 분명한 대안의제를 중심으로 모이자는 것이다. 금민후보는 기본소득을 그 대안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기본소득은 투기, 불로소득에 대한 중과세로 얻은 재원으로 모든 국민에게 일정한 소득을 지급하자는 내용이다. 무상급식이 모든 아이들에게 아무런 조건없이 보편적으로 급식을 제공하여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듯이, 기본소득으로 모든 국민들에게 아무런 조건없이 보편적으로 소득을 지급하여 서민의 삶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지난 1월에는 한국에서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되기도 했고, 지방선거에서는 아동, 노인 기본소득을 중심으로 한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후보들의 연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김세균 서울대 교수 등, 많은 진보적학자들 역시 기본소득을 지지하고 있다.
기본소득과 같은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가지고 승부해야 한다는 것이 금민 예비후보의 생각이다. 공교롭게도 은평은 그러한 경험이 있다. 바로 2008년 총선에서 '사람중심 진짜 경제'라는 대안을 가지고 나온 문국현 후보가 당시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이재오 후보를 누른 것이다.
지난 16일 사회당에서 펴낸 정책 공약집에서는 '은평의 선택은 옳았다'라며 문국현 후보의 성과를 인정했다. 다만 문국현후보의 대안은 좋은 경영자나 정규직의 자발적 양보를 요구하는 방식의 우파적 방식이고, 기본소득은 사회구조의 모순을 해결하는 방식의 좌파적 대안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은평선거에서의 금민후보의 파격적인 주장은 현재 난관에 봉착해있는 진보진영의 통합논의에 숨통을 틔워준다. 내용 없이 민주당에 끌려가는 것도, 협소한 운동세력 안에서의 독자성을 고집하는 것도 진보를 재구성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뚜렷한 정책대안과 의제를 중심으로 모이자는 그의 주장은 진보의 가치를 지키면서, 한나라당과 이명박정권이 너무 싫어서 차악으로 민주당을 선택한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트위터에서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나왔다. 노무현 시대 이후의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이 진보의 역할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이번 서울시장선거에서처럼 은평에서도 민주당의 전략공천이 이루어지고, MB심판의 압력이 높아지면 금민 후보가 제2의 노회찬이 될 수도 있다. 은평에서 진보진영의 문국현이 나올 수 있을지, 아니면 제2의 노회찬이 나올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 blog.naver.com/peoplefor 에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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