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영풍·알라딘 어디에도 배본 안 하는 책
[책읽기가 즐겁다 369] '작은 책'과 '작은 책마을'이라는 이름
작은 책방만으로 책마을을 살릴 수 있을는지, 큰 책방이 함께 있어야 책마을을 알뜰살뜰 살릴 수 있을는지 모릅니다. 다만, 큰 책방만으로는 책마을을 살릴 수 없으며, 작은 책방이 씨가 말라 가는 오늘날 흐름에서는 책마을이 오롯이 살아나기란 더욱 어려우리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큰 책방에서 마련해 놓고 있는 '점수쌓기(마일리지)'가 없어져야 한다고 느낍니다. 책 또한 물건이라 여길 수 있는 만큼 책을 살 때마다 어느 만큼 점수를 쌓아 나중에 덤을 선물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도 괜찮은 노릇이지만, 책을 찾아 읽는 우리들은 점수가 아닌 내 삶을 살찌우는 책 알맹이에 더 눈길을 둘 노릇이 아니랴 싶습니다. 더 많은 책을 더 많은 돈을 치르고 사들이는 우리들이 아니라, 다문 한 권을 찾아 읽더라도 내 삶을 가다듬고 내 넋을 보듬으며 내 몸을 새롭게 추스르는 책이 되어야 하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같은 책을 한꺼번에 열 권이나 스무 권씩 장만해서 둘레에 선물하는 때라면 좀더 눅은 값으로 사들일 길을 찾느라 출판사에 전화로 여쭐 수 있겠지요. 그러나 이때에도 우리들은 되도록 책에 적힌 값 그대로 장만해서 둘레에 선물해야 더욱 좋으리라 봅니다. 우리가 찾아서 읽는 책이 더없이 훌륭하고, 우리가 둘레에 선물하려는 책이 참으로 아름답다 한다면, 이 책을 쓰느라 애쓴 사람과 이 책을 펴내느라 힘쓴 일꾼이 땀값을 알뜰히 거둘 수 있도록 '책값 에누리하기'는 되도록 안 해야 올바른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달이 나오는 잡지 가운데 '작은 책'이 있습니다. '좋은 생각'이 있고 '아름다운 동행'이 있습니다. '마음 수련'이 있고, 제가 잘 모르는 수많은 잡지가 있습니다. 너나없이 곱고 멋지며 좋은 이름을 붙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들 잡지를 돌아볼 때에 참말 이 잡지에 붙은 이름 그대로 잡지 알맹이가 이루어져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허울은 훌륭하나 속살은 허술한 짜임새가 아닌지 궁금합니다. 참으로 작게 여미는 '작은 책'인지 궁금하고, 더없이 좋은 생각을 나누는 '좋은 생각'인지 궁금합니다. 어느 만큼 아름다운 길벗이 되는 '아름다운 동행'일까요. 우리들 마음을 갈고닦는 자리에서 얼마나 알찬 '마음 수련'일까요.
책을 펴내는 일터를 곰곰이 돌아보면 어느 곳이건 그지없이 좋은 이름을 붙이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이들 좋은 이름을 쓰는 출판사 가운데 '처음과 같이 작은 살림으로 작게 책을 내는' 곳을 뺀, '처음과 달리 크게 북돋운 살림으로 크게 책을 내는' 곳들은 당신들 이름에 걸맞게 한길을 곧게 걸어가고 있는지 여쭈어 보고 싶습니다. 먹고살기 힘들다는 핑계로 첫마음을 버리거나, 살아남아야 한다는 말마디로 참마음을 걷어차고 있지는 않느냐고 여쭙고 싶습니다.
그러나, 저부터 제 책 하나 엮어내면서 참마음을 어느 만큼 건사하고 있는지 늘 돌아볼 노릇입니다. 다른 사람 말을 하기 앞서 저부터 올바르거나 착하거나 참되거나 곱게 살아가며 책에 이러한 기운을 불어넣고 있는지 되새길 노릇입니다.
이번에 제 1인잡지 "우리 말과 헌책방" 9호인 <작은 책방이 살리는 책마을>을 내놓으며 곰곰이 생각에 잠깁니다. 제가 틈틈이 내놓는 1인잡지 "우리 말과 헌책방"은 지난 8호인 <오래된 책은 아름답다> 때부터 시중 새책방이나 인터넷책방에 배본을 안 하고 있습니다. 잡지 7호까지는 시중 새책방이나 인터넷책방에 배본을 했으나, 8호부터는 오로지 정기구독만 받기로 했고, 동네 한켠에서 알뜰히 꾸리는 몇 군데 책방에만 '손수 배달'을 해 주기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제 1인잡지 "우리 말과 헌책방"은 교보, 영풍, 알라딘, 예스24, 인터파크 어디에서도 찾아보실 수 없습니다. 점수쌓기를 하고 제값팔기(정가제)를 안 하는 책방에는 "우리 말과 헌책방"을 배본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책값이란 책을 쓰고 만드는 사람들 땀방울에 값하면서 다음 책을 내놓을 힘을 얻는 보람으로 붙여야지, 점수쌓기와 깎아팔기를 따져서 비싸게 올려붙이는 숫자놀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글쓴이와 출판사 일꾼이 살고, 여기에 책방 일꾼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아름다운 책마을이 되도록 더 작게 책을 내고 더 작게 책을 팔며 더 작게 책을 나누어야 하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오늘날 우리 누리에서 교보, 영풍, 알라딘, 예스24, 인터파크 같은 곳에 책을 들여놓지 않고서 어떻게 책을 팔아 먹고사느냐고 걱정할 만합니다. 그렇지만 굶어죽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꽤 즐겁게 책을 팔고 책을 나누며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잘 팔리는 책을 내놓아야 먹고살 만하지 않습니다. 많고 적고가 아닌 알맞게 사랑받고 알맞게 나눌 수 있는 책으로 알맞춤한 살림을 꾸리면 넉넉하고 즐겁습니다.
저는 저 스스로 자전거를 타고 움직이거나 아이를 안거나 손잡고 걸리며 함께 천천히 걸어다니기를 좋아합니다. 제가 쓴 책을 즐겁게 찾아보려 하거나 만나려 하는 분들이라면 저처럼 자전거를 즐기거나 두 다리로 걸어다니면서 이 땅에서 알차고 신나며 보람있게 일하고 놀고 어울릴 수 있기를 꿈꿉니다. 스스로 아름다운 삶을 꾸리며 스스로 아름다운 책 하나 곁에 놓고, 스스로 아름다운 넋을 추스르며 스스로 아름다운 사랑을 꽃피우는 고운 길을 어깨동무하고 싶습니다.
▲ 제가 혼자서 써서 내놓는 1인잡지 "우리 말과 헌책방" 9호인 <작은 책방이 살리는 책마을>입니다. ⓒ 최종규
같은 책을 한꺼번에 열 권이나 스무 권씩 장만해서 둘레에 선물하는 때라면 좀더 눅은 값으로 사들일 길을 찾느라 출판사에 전화로 여쭐 수 있겠지요. 그러나 이때에도 우리들은 되도록 책에 적힌 값 그대로 장만해서 둘레에 선물해야 더욱 좋으리라 봅니다. 우리가 찾아서 읽는 책이 더없이 훌륭하고, 우리가 둘레에 선물하려는 책이 참으로 아름답다 한다면, 이 책을 쓰느라 애쓴 사람과 이 책을 펴내느라 힘쓴 일꾼이 땀값을 알뜰히 거둘 수 있도록 '책값 에누리하기'는 되도록 안 해야 올바른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달이 나오는 잡지 가운데 '작은 책'이 있습니다. '좋은 생각'이 있고 '아름다운 동행'이 있습니다. '마음 수련'이 있고, 제가 잘 모르는 수많은 잡지가 있습니다. 너나없이 곱고 멋지며 좋은 이름을 붙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들 잡지를 돌아볼 때에 참말 이 잡지에 붙은 이름 그대로 잡지 알맹이가 이루어져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허울은 훌륭하나 속살은 허술한 짜임새가 아닌지 궁금합니다. 참으로 작게 여미는 '작은 책'인지 궁금하고, 더없이 좋은 생각을 나누는 '좋은 생각'인지 궁금합니다. 어느 만큼 아름다운 길벗이 되는 '아름다운 동행'일까요. 우리들 마음을 갈고닦는 자리에서 얼마나 알찬 '마음 수련'일까요.
책을 펴내는 일터를 곰곰이 돌아보면 어느 곳이건 그지없이 좋은 이름을 붙이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이들 좋은 이름을 쓰는 출판사 가운데 '처음과 같이 작은 살림으로 작게 책을 내는' 곳을 뺀, '처음과 달리 크게 북돋운 살림으로 크게 책을 내는' 곳들은 당신들 이름에 걸맞게 한길을 곧게 걸어가고 있는지 여쭈어 보고 싶습니다. 먹고살기 힘들다는 핑계로 첫마음을 버리거나, 살아남아야 한다는 말마디로 참마음을 걷어차고 있지는 않느냐고 여쭙고 싶습니다.
그러나, 저부터 제 책 하나 엮어내면서 참마음을 어느 만큼 건사하고 있는지 늘 돌아볼 노릇입니다. 다른 사람 말을 하기 앞서 저부터 올바르거나 착하거나 참되거나 곱게 살아가며 책에 이러한 기운을 불어넣고 있는지 되새길 노릇입니다.
▲ 제 1인잡지 8호. 지난 8호를 낼 때부터 큰 책방과 인터넷책방에 배본을 안 하고 있습니다. ⓒ 최종규
책값이란 책을 쓰고 만드는 사람들 땀방울에 값하면서 다음 책을 내놓을 힘을 얻는 보람으로 붙여야지, 점수쌓기와 깎아팔기를 따져서 비싸게 올려붙이는 숫자놀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글쓴이와 출판사 일꾼이 살고, 여기에 책방 일꾼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아름다운 책마을이 되도록 더 작게 책을 내고 더 작게 책을 팔며 더 작게 책을 나누어야 하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오늘날 우리 누리에서 교보, 영풍, 알라딘, 예스24, 인터파크 같은 곳에 책을 들여놓지 않고서 어떻게 책을 팔아 먹고사느냐고 걱정할 만합니다. 그렇지만 굶어죽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꽤 즐겁게 책을 팔고 책을 나누며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잘 팔리는 책을 내놓아야 먹고살 만하지 않습니다. 많고 적고가 아닌 알맞게 사랑받고 알맞게 나눌 수 있는 책으로 알맞춤한 살림을 꾸리면 넉넉하고 즐겁습니다.
저는 저 스스로 자전거를 타고 움직이거나 아이를 안거나 손잡고 걸리며 함께 천천히 걸어다니기를 좋아합니다. 제가 쓴 책을 즐겁게 찾아보려 하거나 만나려 하는 분들이라면 저처럼 자전거를 즐기거나 두 다리로 걸어다니면서 이 땅에서 알차고 신나며 보람있게 일하고 놀고 어울릴 수 있기를 꿈꿉니다. 스스로 아름다운 삶을 꾸리며 스스로 아름다운 책 하나 곁에 놓고, 스스로 아름다운 넋을 추스르며 스스로 아름다운 사랑을 꽃피우는 고운 길을 어깨동무하고 싶습니다.
1인잡지 "우리 말과 헌책방"을 살 수 있는 책방 |
.- 인천 배다리 책쉼터 <나비날다> .- 서울 명륜동 인문사회과학책방 <풀무질> (살가운 작은 책방을 차츰 알아보며, '다리품 팔아 찾아가 책을 만날' 수 있는 길을 마련할 생각입니다) |
▲ 혼자 쓰고 혼자 내고 혼자 봉투에 풀 발라 우체국에 갖다 주어 보내고 하는 1인잡지란 퍽 힘이 들지만, 어떠한 '큰 책방 입김'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니, 아주 홀가분하며 즐겁게 내놓을 수 있습니다. ⓒ 최종규
잡지 9호 <작은 책방이 살리는 책마을> 차례 |
가. 헌책방 - 〈숨어있는 책〉 발자국 - 〈숨어있는 책〉 일꾼과 나눈 이야기 - 예전 이야기나눔 몇 대목 - 〈숨어있는 책〉 나들이 ㄱ, ㄴ - 〈숨어있는 책〉 풍경 하나, 말 하나 나. 책과 삶 - 작은 책방이 살리는 책마을 / 골목마실 / 신개념 헌책방 - 반갑고 기쁘며 좋은 책은 / 아픈 목소리 / 책방에 가는 아빠 - 글을 쓸 때에 / 문학과 글쓰기 / 젊은 대학생을 보며 - 내 사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인천사람 책읽기 / 이지연 다. 우리 말 - 내가 좋아하는 말 - 함께 살아가는 말 - 한 바닥 이야기 (16꼭지)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 '-적' 없애야 말 된다 - 좋은 말 새로 읽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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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는 다음과 같은 책을 써냈습니다.
<사진책과 함께 살기>(포토넷,2010)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
<책 홀림길에서>(텍스트,2009)
<자전거와 함께 살기>(달팽이,2009)
<헌책방에서 보낸 1년>(그물코,2006)
<모든 책은 헌책이다>(그물코,2004)
<우리 말과 헌책방 (1)∼(9)>(그물코,2007∼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