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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 표절 파문 확산... "견적이 안 나온다"

4집 앨범 14곡 중 7곡 '표절 사기' 논란... 사전대책 없나

등록|2010.06.21 21:05 수정|2010.06.22 11:40

▲ 4집 'H-Logic'의 표절을 시인한 이효리 ⓒ 엠넷미디어


"어떻게 이효리 정도 위치에 있는 가수한테 이런 곡을 줄 수 있을까. '바누스 바큠'이 웃기려고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올해 초 씨엔블루의 <외톨이야> 표절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던 '와이낫'의 리더 주몽(본명 전상규)의 말이다.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이효리 4집 수록곡 중 일부를 원곡과 비교해서 들어봤다는 그는 2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건 뭐라고 해야 할지 견적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대놓고 베꼈다는 것"이다.

주몽은 지난 3월 씨엔블루의 '외톨이야'의 공동작곡가 김도훈·이상호씨를 상대로 "표절로 인해 저작자로서의 권리를 침해받았다"며 50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반복되는 표절논란, 이제는 '표절사기'까지?

이효리가 또 다시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표절 사기'를 당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오전 이효리는 자신의 팬카페를 통해 자신의 4집 앨범 수록곡 중 '바누스 바큠'으로부터 받은 7곡 모두가 '표절'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발매된 이효리 4집의 수록곡은 총 14곡. 그 중 절반이 표절인 셈이다.

이효리는 "처음에는 데모곡이 유출된 거란 (바누스의) 말을 믿었고 또한 회사를 통해 받게 된 곡들이라 의심을 하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계속해서 (바누스의) 말들이 의심스러운 점들이 있어서 조사한 결과 그 곡들이 바누스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전했다. 이효리의 소속사인 엠넷미디어는 '바누스 바큠'의 리더인 바누스(이재영)를 사기죄로 고소할 예정이다. 김민종의 '귀천도애' 이후 수많은 표절 논란이 있었지만, 가수나 제작자가 표절 작곡가를 '사기죄'로 고소한 경우는 없었다.

▲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이정환

이에 대해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인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2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표절 논란이 일어났을 때 작곡자나 가수, 제작자가 사태를 모면하기 위해서 (논란을) 봉합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가수와 제작자가 작곡가에게 책임을 묻는 단계가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표절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잊을 만하면 제기되던 표절 논란이 이제는 '표절 사기' 논란으로까지 비화된 것이다.

'사기죄'로 고소를 당할 만큼, 바누스의 표절은 대담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그네', 'I'm back', 'Bring it back', 'Feel the same', 'Highkight', 'How did we get', 'Memory' 등 7곡은 이효리의 4집 음반 발매 당시부터 누리꾼들 사이에서 표절의혹이 제기됐다. 캐나다 여성그룹 '쿠키 쿠튀르'는 이효리의 'Bring it back'이 자신들의 곡 'Boy, Bring it back'을 표절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누스 측은 오히려 자신의 곡이 불법도용 당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영국에 있을 당시 가이드 녹음한 음원들이 유출되어, 해당 뮤지션들이 이를 불법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법적대응'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곡들에 대해 이효리는 "모든 곡들이 외국곡이어서 원작자를 찾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며 "그 중 두 곡은 다른 원작자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이미 원작자와 접촉해 논의 중이고, 나머지 곡들은 저작권 협회에 등재돼 있지 않아 아직 정확한 원작자를 찾지 못했지만, 원작자를 찾는 대로 잘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후속곡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씨엔블루는 다음 앨범 나와서 활동하고 있는데..."

2집 'Get Ya'에 이어 또 다시 반복된 표절 논란에 대해 이동연 교수는 "이효리의 활동 방식은 표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효리처럼 트렌드를 선도하는 가수는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유럽이나 미국 팝가수들의 음악적 성향을 참고하지 않을 수 없고, 작곡가 입장에서도 새로운 트렌드에 대해 은연중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또한 "가수들의 활동 기간이라는 게 '반짝'이기 때문에 그 기간만 넘어가면 활동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돼서 표절이 반복되더라도 넘어간다"며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 '와이낫'의 리드보컬 주몽 ⓒ 홍현진


주몽 역시 "우리나라 가요계에서 표절을 안 할 이유가 없다"며 구조적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작곡가는 스스로 안 베껴야 하고, 제작자는 표절 의혹이 있는 작곡가에게 의뢰를 안하면 되고, 듣는 사람들은 표절 작곡가를 '일벌백계'하면 되는데, 잠깐의 비난 여론이 있을 뿐이고 돈을 버는 데는 지장이 없으니까 표절이 계속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표절 의혹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상황을 지적하면서 "방송사 PD도 표절 의혹이 있으면 (그 곡을) 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몽은 "씨엔블루는 다음 앨범 나와서 활동하고 있는데 (표절 소송은) 첫 번째 공판이 9~10월에야 진행되고 결론이 나려면 내년이나 되어야 한다"며, 기자에게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냐"고 되물었다. 이효리가 자신의 팬카페에 글을 올린 20일, 씨엔블루는 신곡 'Love'로 지상파에서 처음으로 1위를 수상했다.

"베낀 음악이나 듣고 앉아있는 우리는 뭐냐"

이효리 측의 대응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주몽은 "이효리가 쓴 곡이 아니더라도 이효리라는 이름 석 자가 우리나라 연예계에 끼치는 영향이 큰 만큼 '표절이 맞는 것 같다'라고 인정하고, 남탓을 하거나 도망가려고 하지 않았다"며 높이 평가했다. 트위터 아이디 @abbaumma는 "기존의 무조건 모르쇠로 일관하던 다른 가수들에 비해 잘못을 인정한다는 게 어려운데, 그걸 했다는 것에서 이효리는 대단하다"는 글을 남겼다.

이처럼 표절 논란이 표절 사기 논란으로까지 비화되고 있지만 표절곡을 사전에 걸러낼 수 있는 장치는 여전히 없는 상황이다. 곡이 발표되고 나서야 누리꾼들이 표절 논란을 제기하는 정도다.

이동연 교수는 "네티즌 수사대가 강하니까 마스터링을 하기 전에 네티즌들을 상대로 공개검증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지만, 작곡자들한테는 자존심이 상할 수 있고 음원이 노출되는 문제도 있을 수 있다"며 한계점을 지적했다. 계속되는 표절논란에 대해 한 누리꾼(@cinemAgora)은 "이효리 표절 사태는 대중음악계의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포함한 자존감 문제"라며 "베낀 음악이나 듣고 앉아있는 우리는 뭐냐"며 답답함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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