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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장사 가슴처럼 '떡' 벌어진 떡잎들

[사진] 보름 동안 지켜본 메주콩의 성장 과정

등록|2010.06.22 10:26 수정|2010.06.22 10:26
망종(芒種)과 하지(夏至)가 들어 있는 6월의 농촌은 모내기, 보리타작, 농작물 옮겨심기 등으로 정신없이 바쁩니다. 특히 중순 전·후 며칠은 메주콩을 심는 시기인데요. 너무 이르거나 늦게 심으면 콩이 잘 열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제(21일)는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夏至)였습니다. 하지가 되니까 밥상에 올라오는 반찬부터 달라지는데요. 된장·간장에 박아두었다가 꺼내먹는 깻잎, 고추, 마늘장아찌 등이 무더위가 성큼 다가왔음을 알려주는 듯합니다.

▲ 모종판의 메주콩들. 하루쯤 물에 불렸다가 심는다고 하더군요. ⓒ 조종안


▲ 아주머니가 모종판에 물을 주고 있습니다. 모종판은 항상 물기가 있어야 뿌리가 잘 내린다고 합니다. ⓒ 조종안


간장·된장을 해마다 담가 먹는 안집 아주머니는 올해도 메주콩을 심었는데요. 지난 5월 27일 시내에서 볼 일을 보고 들어오는데, 모종판에 메주콩을 2~4알씩 넣고 뿌리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상토를 뿌리고 있었습니다.

아주머니는 모종판을 사랑스러운 자식 돌보듯 했는데요. 모종삽으로 상토를 골라주는 손에는 정성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갯가에서 실컷 놀고 들어와 옷을 홀라당 벗고 잠든 아들의 배 위에 삼배 담요를 덮어주는 어머니 손을 떠오르게 하더군요.     

모종판은 배추, 상추, 콩 등을 밭에다 심기 전 보름 정도 키우는 농작물 인큐베이터와 같은 곳인데요. 메주콩이 담긴 모종판을 손 삽으로 골라주고, 귀한 손님에게 차를 대접하듯 컵으로 물을 떠다가 부어주었습니다. 

아주머니는 모내기가 끝나면 논두렁이랑 밭에 옮겨 심을 거라며 콩 농사는 새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귀띔했습니다. 쪼아 먹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작년에는 직파를 했는데 새들이 파먹느라 밭을 뒤집어 놓아 콩을 두 번 심었다면서 직파보다는 육묘를 해서 옮겨 심는 게 안전하다고 했습니다.

지역마다 토양이 다르고 기후도 다르고, 강수량과 바람이 부는 방향도 달라서 파종과 수확 시기가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파종하기 좋은 날은 정답이 없다고 합니다. 다만, 비가 내려서 땅이 촉촉해졌을 때 옮겨 심는 일은 불변이라고 하더군요.

▲ 모종판 흙을 뚫고 나오는 메주콩 떡잎. 자연의 위대함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 조종안


▲ 콩나물 대가리를 연상시키는 메주콩 떡잎들. 리듬에 맞춰 춤추는 것 같았는데요. 예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 조종안


모종판에 뿌린 콩이 떡잎이 나와 밭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자라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해서 보름 가까이 하루도 빠짐없이 지켜보았는데요. 노랗고 딱딱한 메주콩이 연두색을 띈 생명체로 변해서 흙을 뚫고 나오는 모습은 볼수록 신기했고, 경이롭기까지 했습니다.

떡 벌어진 백두장사 가슴 같은 떡잎을 보니까, 건강을 지켜주는 파수꾼처럼 믿음직스러웠는데요. 자연의 힘은 무한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고, 훗날 메주콩이 주렁주렁 열릴 거라고 생각하니까 떡잎이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메주콩은 감자를 수확하고 그 밭에 심는 게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파종은 6월 중순경이 좋다고 하는데요. 감자를 심지 않았을 경우나 따로 메주콩을 경작할 경우에는 10일 전후가 알맞다고 합니다. 

상토 작업을 마친 아주머니는 새들이 용케도 알고 찾아와 쪼아 먹는다며 모종판을 비닐로 덮어주었습니다. 2-3일 지나니까 떡잎이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보는 재미도 있지만, 대견스럽게 보였는데요. 어린싹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을 정도로 정겹게 다가왔습니다.

▲ 파종 1주일 정도 지난 모종판. 줄기가 제법 퍼지면서 작은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 조종안


▲ 열흘 정도 지난 모종판. 흙을 힘겹게 뚫고 나온 싹들이 옮겨 심어도 될 정도로 성숙하게 자란 모습이 무척 대견스럽게 보였습니다. ⓒ 조종안


열흘쯤 지나니까 순 자르기를 해줘야 할 정도로 잎이 많이 나오고, 줄기도 생기면서 무성한 숲을 연상시켰는데요. 모내기가 끝나고 비가 내려서 땅이 촉촉해졌을 때 밭이나 논두렁으로 옮겨 심을 거라고 했습니다.

같은 콩이라도 서리태(검은콩)는 밤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이 적기이며 50cm 간격으로 심고, 메주콩은 40cm 간격으로 심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늦콩, 끝콩'으로 불리는 그루갈이 메주콩은 예로부터 보리를 베고 난 밭이나 논두렁에 심어왔다고 합니다. 

된장, 고추장은 물론 떡이나 반찬으로도 사용되는 콩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랄 뿐만 아니라, 다른 농작물에 비해 재배도 수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해마다 농약을 하지 않고 콩 농사를 지었다는 아주머니는 콩 1kg을 심으면 10kg 넘게 수확한다며 활짝 웃었습니다.

메주콩 파종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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