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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구울 때 연 분말 뿌리면 연기 확 줄어"

[인터뷰] '연(蓮)' 전도사로 나선 강화 선원사 성원 스님

등록|2010.06.23 11:19 수정|2010.06.23 13:03
강화 선원사 '성원 스님' 그를 소개하는데 '牛보살'을 빼놓을 수 없다. '牛보살'은 소가 혀를 입천장에 부딪쳐 내는 소리가 목탁 치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해 스님이 거두어 기르던 소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하지만 '牛보살'은 지난 4월 12일 강화도를 덮친 구제역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살처분되어 안타까움을 산 바 있다. 선원사에서 기르던 '우보살'과 '신우보살', '광양우보살' 등 소 3마리가 이날 오후 살 처분돼 사찰 소유의 뒷산에 매몰되었기 때문. 스님은 구제역에 희생된 이들 '牛보살'에 대해 49일재를 지내주는 등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바로 성원스님의 소와 얽힌 인연이다. 하지만 성원스님은 '牛보살'과의 인연보다는 '연'과의 인연(因緣)을 더 강조한다. '연'이 현대인에게 새로운 먹을거리의 장을 열어주는 것은 물론, 농산물 개방에 흔들리고 있는 우리 농촌의 활로를 열어준다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는 것.

지난 10여 년간 연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각종 응용제품 상품화에 나서고 있는 '세계 연 연구소장'이기도 한 성원 스님. 그가 그토록 열정적으로 '연'을 널리 알리는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 인터뷰는 지난 18일 '연' 관련 건강음식 만들기 프로그램을 녹화하는 인터넷TV '푸드 투데이' 녹화 장에서 이루어졌다.

이날 녹화 진행은 트로트 가수인 한가은과 (사)세계음식문화연구원 양향자 교수가, 게스트로는 '얼쑤'로 인기를 끌고 있는 쌍둥이 가수 '윙크'와 김치명인 유정임 대표 그리고 성원스님이 참가했다.

- 연과의 인연(?)은 언제부터인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는가.
"원래 불교는 연과 관련이 깊다. 그런 가운데 저는 자연스럽게 연과 접하고 있었다. 10여 년 전 농가들이 농산물 개방화 물결에 휘말리면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우리 농촌이 사는 길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 친근감을 느끼던 연을 접목하면 어떨까 생각하게 된 게 계기였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연과의 인연은 처음에는 선원사 주변에 있는 연못 1천여 평에 소량으로 재배를 시작해 이제는 3만여 평의 연못과 논에 연을 재배하고 있다. 연은 잘 알다시피 수생식물이다. 이 점에 주목한다면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바로 연 하나 심는 만큼 물이 담수된다는 점인데 즉, 연의 재배면적이 늘어나는 만큼 물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물이 늘어나는 만큼 온도가 떨어진다. 지구온난화를 고민하고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심는다고 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논리일 것이다. 논이든 밭이든 연이 정화 작용을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특히나 연이 환경오염 정화와 함께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연결이 되는지를 직접 재배하면서 가까이에서 지켜본 결과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하지만 연이라는 식물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만큼이나 오염 속에서도 질기게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연은 다른 식물과 마찬가지로 인위적인 오염에는 취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정화라는 차원에서 연은 매우 뛰어난 식물임이 틀림없다. 연을 재배하면서 지켜보니까 연은 농약과는 거리가 먼 식물이었기 때문이다.

연 밭에 가보면 일반 논에서는 사라진 지 오래인 미꾸라지를 쉽게 볼 수 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우리 연 밭에서 일하시는 분 중 한 분은 소일거리로 작년에 연 밭에서 나오는 미꾸라지를 잡아서 팔았는데 세탁기를 사시는 것을 보았다. 선원사 연 밭에서 일하시는 분들 중 그 분만 미꾸라지를 잡은 게 아닌데도 미꾸라지를 팔아서 세탁기를 살 정도니 어느 정도나 미꾸라지가 많은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이 살아있다는 그 생생한 증거일 테니 말이다."

▲ 이날 촬영에 임한 성원 스님과 출연진들. 왼쪽부터 쌍둥이 가수 '윙크', 양향자 교수, 가운데 성원 스님, 트로트 가수 한가은, 유정임 김치 명인 ⓒ 추광규


- 미꾸라지가 연 밭에 그렇게 많이 산다면, 자연 생태적으로 연이 훌륭하게 기여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우리 선원사에서 연을 한 3만여 평 재배하고 있는데 미꾸라지를 비롯해 우렁이도 많이 서식하고 있다. 그렇게 한 10여 년 환경이 살아나다 보니 온갖 동식물들이 모여들더라. 미꾸라지와 우렁이를 먹기 위해 왜가리는 물론 백로 뜸부기 등 새들의 천국이 되고 심지어는 수달까지 오더라. 연 하나로 생태계가 건강해지면서 가까이서 지내는 인간에게도 새로운 기를 불어 넣더라는 것이다.

이처럼 연이 친환경적이지만 아직까지 연이 어떻게 우리 몸에 좋은지 또 우리 몸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그리 많이 연구되어 있지는 못한 것 같다. 다만 현재까지 이루어진 연구결과물만을 놓고 본다면 연이 들어감으로써 피를 맑게 한다는 점이다.

이는 피지방이 분해되어서 불포화 지방산으로 바뀌기 때문이라고 한다. 동의보감에서조차 이를 단순하게 '피를 맑게 한다'라고만 표현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그리고 실제 체험하면서 느낀 바로는 이 같은 연의 효능은 상상 그 이상이다."

- 스님이 내세우는 연의 가능성을 설명해 달라.
"저는 '생연' 즉 가공하지 않은 연에는 관심이 없다. 그 분야는 이미 많은 분들이 유통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생연 유통만으로는 연의 가능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저는 연의 건조법과 분쇄법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건조와 분쇄를 거쳐 만들어진 제품을 가지고 차도 만들고 과자도 만들고 마사지 팩으로도 만들어 보고 있다. 이 가운데 가루로 만든 '연 분말'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연 분말'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연 분말'을 산업적으로 살펴본다면 먼저 '김치'와 접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김치가 세계적 식품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안고 있는 문제점중 하나가 '발효'문제다. 김치는 발효식품이기에 적당한 발효는 필수적이지만 그것이 바로 세계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 예를 들어 보겠다. 우리가 자주 접하게 되는 김치 중 오이를 주재료로 하는 '오이소박이김치'가 있다. 쉽게 무르는 바람에 수출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오이소박이김치를 담글 때 '연 분말'을 넣게 되면 유통기한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연 분말은 넣기 나름이지만 제가 넣는 양은 '조미료'를 넣는 정도의 분량을 첨가했다. 이렇게 했을 때 통상적인 방법으로 담근 오이소박이김치는 일주일이 채 안 되는 기간에만 아삭아삭한 맛이 유지되는데 반해, 연 분말을 넣으면 두 배 이상 그리고 냉장고와 같은 저온에서는 서너 배는 물론이고 심지어 10배 이상까지도 아삭아삭한 맛이 유지된다는 것을 직접 실험해서 알게 되었다. 실제 이 같은 연 분말을 넣은 오이소박이김치를 옆에 계신 김치명인 유정임 대표가 상품으로 만들어 수출을 하고 있기도 하다.

불교 TV 쇼핑몰에서 우리 선원사에서 재배한 연을 가지고 유정임씨가 대표로 있는 김치회사에서 김치를 만들어서 판매를 하고 있기도 한다. 또한 일반김치에 넣었을 때도 맛이 향상됨은 물론 시거나 물러지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유통기한이 늘어남은 물론 맛까지 향상되고 있다.

연 분말이 들어감으로써 시는 것이나 무르는 것을 억제하는데 이는 연에 칼슘 성분이 많아서 이 같은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즉 연 분말에 다량으로 들어있는 철분 성분이 김치의 발효를 억제한다고 한다. 작년에 김치에 연 분말을 첨가하는 김치제품을 개발해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향후 김치 산업에서 큰 변수로 되지 않을까 판단한다."

▲ 이날 촬영 중 만들어진 각종 연 음식.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연근 호박전', '연근 샌드위치', '고추장 연근조림', '연근 분말이 첨가된 김치' ⓒ 추광규


- '연 분말'을 현재까지는 김치에만 접목했는가.
"연 분말을 산업적으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제가 고기를 먹지 않는 스님이지만 연 분말은 구어서 먹는 육식문화에도 특히 유용하게 접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확한 실험실에서 실시한 데이터는 아니지만 고기를 구워서 먹을 때 소량씩 고기 위에 연 분말을 뿌리면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관찰할 수 있다.

바로 고기가 타면서 나오는 연기의 양이 확연하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또한 고기의 맛도 월등하게 좋아진다고 한다. 연기의 양이 줄어드는 것은 고기를 직접적으로 불에 닿게 하여 굽는 직화방식의 경우에는 50~60%까지 연기가 줄어들고, 철판이나 불판 등을 이용한 간접구이 방식의 경우에는 70% 정도까지 연기가 덜 난다.

특히 철판이나 불판에서 고기를 구울 때는 연 분말을 뿌려가면서 굽게 되면 육질을 부드럽게 하는 연육 작용을 함으로써 고기 맛을 향상시킨다는 연구결과를 얻기도 했다. 고기가 불에 닿으면 열에 의해 지방이 녹아내리면서 지방이 수분과 함께 빠져 나온다. 이때 연기가 발생하는데 반해, 연 가루를 뿌리면서 고기를 굽게 되면 연 가루가 수분과 지방을 흡수해서 수증기로 날려 보내기 때문에 연기가 줄어드는 작용을 하게 된다. 

이처럼 구워서 먹는 육고기 식생활 문화에서 연기가 줄어듦으로써 많은 환경적 경제적 이익이 있을 것이다. 첫째로는 구워서 먹는 고기 섭취의 경우 암 발생 요인으로 꼽히는 시커멓게 탄 고기 부위가 현저하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둘째로는 고기를 구우면서 발생하는 연기의 양이 줄어듦으로써 환경적으로 매우 유용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셋째로는 고기를 먹고 난 후 불판을 세척할 경우에도 세제가 필요 없을 정도니 무척이나 친환경적이라는 점이다. 넷째로는 연 분말이 첨가되면 고기가 식은 후에 더 맛이 있다는 점이다. 즉 고기가 식으면 통상적으로 맛이 없는데 돼지고기 삼겹살은 물론이고 프라이드 치킨 같은 경우에도 연 분말을 넣고 튀기면 식은 후에 오히려 맛이 더 낫다고 한다. 이 같은 점에 착안한다면 다양한 음식에 연 분말 응용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 농가에서 연 재배는 어떻게 시도하면 되겠는가.
"제가 여러 군데서 강의를 하면서 강조하는 것이 있다. 바로 지금까지 제가 직접 연구한 모든 성과들을 공개하고 여러분들도 연의 가능성에 주목하라고 강조를 한다. 연의 이 같은 가능성에 주목한다면 전 국토의 논에 연을 몽땅 심는다고 하더라도 수요에 비해 그 공급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문제는 아직까지 우리 국민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연을 먹는 논리를 모른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연을 재배해도 수요가 없기에 특정지역에서만 재배되고 생연으로 유통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연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주목한다면 우리는 연을 새롭게 바라봐야만 할 것이다.

현재 우리 농촌의 경우 농사를 지은 후 도시에 팔아먹는 것만을 고민하는 '도시형 유통농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이다. 쌀 농가의 경우 자신들이 지은 쌀을 자신들이 소비한 후 남는 것을 팔아야 되는 것처럼 연 재배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먼저 먹고 남는 연을 팔아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묵혀 두고 있는 논이 전국적으로 상당한데 이런 곳에 먼저 연 재배를 시도하면 어떻겠는가 생각한다. 사람 손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은 한번 심어만 놓으면 계속해서 해마다 반복적으로 수확이 가능하다.

통상적으로 농약과 비료에 범벅이 된 논에서는 연 재배가 한동안 어렵다. 농약으로 논 자체가 죽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은 정화능력이 있다. 따라서 일반 논에 연을 재배하고자 한다면 처음 몇 년간은 작황이 부진할 것을 각오해야 한다. 투자를 한다는 마인드로 재배면적을 조금씩 늘려간다면 가능성은 향후에 크게 열릴 것이다."

▲ 선원사에서 기르던 '우보살'과 '신우보살', '광양우보살' 살처분 되기 직전의 모습이다. ⓒ 선원사 제공


-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
"제가 있는 선원사에서 인연을 맺은 '牛보살'과의 인연을 말하겠다. 지난 4월 12일 아침에 소를 살펴보니 전형적인 구제역 증세를 보이고 있더라. 그래서 곧 바로 면사무소에 신고를 하고 살 처분 단계를 밟았다.

이날 오후에 살 처분일 하시는 인부들 여섯 분이 오셨는데 이분들이 소를 끌고 가는 것을 걱정하시더라. 우보살의 경우 코뚜레를 해놓지 않은 상태여서 끌고가는데 크게 애를 먹을 것을 염려하는 거였다. 특히 우리 선원사에서 우보살을 살 처분장으로 끌고가려면 계단을 한참동안 내려가야만 하는데 통상적으로 소는 계단을 내려가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인부들에게 제가 그러면 우보살님들을 모시겠다고 말을 건넨 후 외양간에 있던 우보살들에게 말을 건넸다. '우보살님들 저와의 연은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내세에는 부디 좋은 연으로 맺어지기를 바랍니다'고 합장을 하면서 말을 건넸다.

이후 외양간 문을 열고 제가 앞서서 가니까 우보살들이 순순하게 제 뒤를 따라서 계단을 내려와 인부들에게 인계되었다. 그 후 가장 정이 많이 들었던 우보살이 저희 선원사를 떠나면서 뒤를 한번 돌아보고는 이내 인부들을 따라가더라. 연(緣)이다. 그것이 인연일 것이고 제가 연(蓮)과 인연을 맺은 것도 어차피 부처님이 저에게 맺어준 연이 아닌가 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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