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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보고서' 미국 건넨 국방부, "외부에 알리지 말라"

주한 미 대사관 '251쪽 보고서' 확인... 또 드러난 '거짓말'

등록|2010.06.24 17:31 수정|2010.06.24 17:31

▲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지난 15일 국회 외교안보통일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도 천안함 관련 상세보고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남소연


정부가 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또 드러났다.

<내일신문>은 24일 "천안함 침몰사고에 대한 251쪽 분량의 공식보고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는 주한 미국 대사관 측이 직접 확인한 사실이다. 그동안 정부는 천안함 관련 상세 보고서 존재 자체를 부인해왔다.

<내일신문>은 "주한 미국 대사관 관계자는 지난 21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보좌진을 대상으로 개최한 비공개 설명회에서 '한국 국방부로부터 받은 공식문서는 251쪽 분량의 보고서'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라며 이 사실을 알렸다.

해당 설명회에 참석한 민주당 국방위 보좌관 중 한 명도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 보고서가 클린턴 장관이 말한 400쪽짜리 보고서인지는 확실치 않다"면서도 "국방부가 251쪽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해 유엔사령부로 보냈고 유엔사령부에서 미 대사관으로 간 것으로 파악했다, 오늘 보도된 내용은 사실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이 언급한 400쪽 분량의 상세보고서가 해당 보고서와 동일한 것이라면 '백령도 초병의 물기둥 관측 진술 왜곡' 등 정부가 천안함 사고와 관련해 '거짓말'을 거듭하고 있단 얘기다. 이로 인해 현재 천안함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야당의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사관 측 관계자가 해당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한국 국방부에서 보고서 존재 여부를 외부에 알리지 말아 달라고 요청해왔다"고 밝혀, 향후 파장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당장 민주노동당은 논평을 통해 "김태영 국방장관이 국회와 국민들 앞에서 부끄러움도 모르고 뻔뻔한 거짓 연극으로 모두를 속인 것"이라며 "이래놓고도 천안함 발표에 의혹을 제기하는 의원과 국민들을 '적' 대하듯 하고 오만한 자세로 일관했나"고 김 장관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민노당은 또 "국민들이 천안함 발표를 신뢰하지 않는 것은 참여연대 서한이나 네티즌의 말 때문이 아니라 김태영 장관과 같은 거짓말의 대가가 있기 때문"이라며 "긴 말 필요없다, 김태영 장관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국방부, "거짓말 못한다"더니... "상세보고서, 외부에 알리지 말라" 요청

▲ 천안함 사건 후속대책 논의를 위해 방한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5월 2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함께 나서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주한 미 대사관이 지난 21일 설명한 상세보고서의 공식 명칭은 '천안함 침몰 민군합동조사단 보고서(Civilian Military Joint Investigation Report on The Sinking of R.O.K Ship Cheonan)'.

이에 대해 미 대사관 관계자는 비공개 설명회에서 "국방부가 작성, 유엔사에 보낸 자료"라며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조사결과 보고서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잘 씌어져 있으며 그 결론에 동의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대사관이 이례적으로 야당 의원 보좌진을 상대로 비공개 설명회를 연 것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언급한 '400쪽 분량의 보고서'에 대한 논란 때문으로 보인다.

클린턴 장관은 지난달 26일 방한한 자리에서 "400쪽에 달하는 (천안함) 조사 보고서는 매우 철저하고 상당히 전문적이며 매우 설득력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클린턴 장관의 발언은 즉각 야당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민주당은 "미국에는 400쪽짜리 보고서를 주고 국회에는 고작 7쪽짜리 보도자료만 줬다"며 상세 보고서 공개를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까지도 상세 보고서는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천안함 진상조사 특위에서 "힐러리 장관이 받은 상세 보고서 존재 유무를 특위 이름으로 공식 확인해달라"는 최문순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없는 것을 없다고 하지, 저는 거짓말을 잘 못한다"며 상세보고서의 존재를 부인했다.

김 장관은 이어, "클린턴 장관과 직접 협조해 보시면 좋을 것 같다"며 "저희가 지금 작성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정운찬 국무총리도 상세보고서의 존재를 부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정 총리는 지난 15일 대정부 질문에서 "국방부는 물론, 다른 어떤 부처에서도 천안함 피격 사건과 관련, 400쪽짜리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미국 등에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보고받았다"며 "저도 물론, 그 같은 보고서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미국 대사관 직원도 그 상세보고서를 봤다고 한다"고 재차 캐묻자, 정 총리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부에서는 힐러리 장관이 말씀하신 400쪽짜리 보고서를 작성한 적 없다, 믿어주시기 바란다"고 재차 상세보고서 존재를 부인했다.

"잠수함 침투 정보 있는데 수상함 한 척만 운용, 미 구축함이라도 당했을 것"

한편, 미국은 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해 "정보의 문제가 아닌 전술적 작전의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침몰 원인과는 별개로, 한국군의 작전 기동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비공개 설명회를 연 미 대사관 관계자는 "북한 잠수정의 은밀한 침투·공격 가능성에 대한 정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초계함 한 척이 그곳에서 홀로 작전했다는 것이 문제"라며 이 같이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잠수함 위협이 있다고 판단되면 수상함 한 척으로만 기동하지 않는다"며 "천안함과 같이 수상함 한 척이 홀로 작전했다면 미국 구축함이었더라도 똑같이 당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미 항공모함 등을 동원한 대규모 한미연합훈련 실시가 두 차례 연기된 이유에 대해서도 "연기됐단 보도 자체가 잘못됐다"며 "아직 훈련 계획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 한국 정부와의 시각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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