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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준화로 인재 키울 수 없다"...그럼 삼성전자 직원들은?

[분석] 윤종용 삼성전자 상임고문의 '누워서 침 뱉기'식 고교 평준화 비판론

등록|2010.06.24 18:30 수정|2010.06.24 20:54

▲ 24일치 <조선> A14면 머리기사. ⓒ 조선PDF



고교 평준화를 깨뜨리기 위한 주고받기식 패스가 다시 시작됐다. 먼저 공을 잡은 선수는 윤종용 삼성전자 상임고문. 지난 23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연 대학총장 대상 강연에서다.

"평준화 제도는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어떻게 그 체제 속에서 우수 인재를 기를 수 있겠습니까."(<조선> 24일치 기사 재인용)

윤 고문의 발언을 확대재생산한 곳은 <조선>과 <연합뉴스>를 비롯한 친정부 매체들. <조선>은 24일치에서 다음처럼 보도했다.

"윤 (공학한림원) 회장은 '대학의 초일류화와 창의적 인재 양성'이란 기조강연을 통해 '(평준화가) 건전한 시민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인재를 키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 평준화가 글로벌화와 경쟁의 트렌드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예전에는 모두가 좁은 데서 경쟁했지만 이제는 세계를 상대로 경쟁을 해야 하는데, 어릴 때부터 경쟁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느냐'는 얘기였다."

'평준화가 인재를 키울 수 없으니, 평준화를 깨자'는 자신들의 생각을 윤 고문의 말을 빌려 보도한 셈이다.

윤 고문의 발언은 그렇다면 사실일까?  고교 평준화가 시행된 때가 74년이니까, 그 동안 우리나라는 36년 동안 인재를 만들지 못한 셈이 된다. 사회중추세력이며 평준화 중심세대인 30~40대 가운데 인재가 없다는 말로도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윤 고문 발언은 8만 삼성전자 직원 무시 발언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삼성전자도 큰일이다. 이 회사 직원 8만4000여 명 가운데 상당수가 평준화 세대인데, 평준화 때문에 인재로 자랄 수 없었으니 통탄할 일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윤 고문과 일부 친정부매체의 지적과는 다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PISA(국제학업성취도비교) 평가에서 우리나라 고교 1년생들이 종합성적 2위를 거뒀다. 평준화에서 벗어난 특혜고교들이 지금보다 적었던 2003년 PISA 평가를 보면 우리 학생들은 문제해결력 1위, 읽기 2위, 수학 3위, 과학 4위를 기록해 종합 성적 2위였다.

2004년 우리나라를 찾았던 베르나르 위고니에 OECD 교육 부국장은 "한 학교에 공부 잘하는 학생, 못하는 학생 등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을 함께 입학시켜 공부시킬 때 교육의 질이 높아진다"면서 우리나라 평준화 정책을 극찬하기도 했다.

PISA 시험에서 종합 1등을 차지한 핀란드 또한 평준화 체제를 굳게 지키고 있다. 어디 이 뿐인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들의 초중고 입학 기본 방식은 근거리 배정이다. 윤 고문과 일부 신문들이 그렇게도 걱정하는 평준화 방식(근거리 배정)이 세계적인 추세인 셈이다.

"스트라이커만 연습시키면 축구 이길 수 없어"

유명한 국제비교교육학자이기도 한 유인종 전 서울시교육감은 24일 다음처럼 쓴소리를 했다.

"경제마인드로만 교육을 해석하니까 잘못된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핀란드가 경쟁보다는 협력을 강조하는 평준화정책을 펴니 교육도 경제도 선진국이 된 것이다. 축구에서 이기려면 스트라이커만 아니라 미드필더와 수비가 모두 협력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런 것을 무시하고 스트라이커만 모이는 특별한 학교를 많이 만들려고 평준화체제에 대해 자꾸 공격을 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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