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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바지 주머니에 들어간 고슴도치

등록|2010.06.26 19:06 수정|2010.06.26 19:06
제가 하는 일은 가정을 방문해 모둠으로 독서토론 수업을 하는 것입니다.

지난 25일 수업 시작 전 아직 두 명의 친구가 오지 않아서 기다리는데 방문한 집 아이가 애완동물로 키우는 고슴도치를 수업하는 방으로 가져왔더군요. 아직 수업 시간도 안됐고 고슴도치 하고 놀고 있는데 녀석이 자꾸 어디론가 숨어들어갔습니다. 제가 안아주니 자꾸 남방 앞단추 틈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더군요. 배가 근질근질할 정도로.

아이들이 제 주머니에 한번 넣어보라고하더군요. 별 생각 없이 바지 주머니 입구에 머리를 넣으니 녀석이 꾸물꾸물 기어들어갔습니다. 처음에는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녀석이 몸을 둥그렇게 공처럼 말고 가시를 바짝 세우더니 나오지를 않는 겁니다. 손을 넣으면 넣을수록 더 깊이 들어가서 잠을 자고 있는 겁니다. 마치 밤송이가 양말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말이죠. 게다가 가시 방향이 역방향으로 돼 있어 꺼낼수가 없었습니다. 들어갈 땐 슬슬 들어가도 나올 때는 딱 걸리는 겁니다 (예를 들어 우산을 작은 틈에 넣고 약간 펼친 다음 그 틈으로 빼려는 상황과 동일함)

딱딱하고 뾰족한 녀석의 가시가 안으로는 허벅지를 찌르고 밖으로는 옷을 뚫고 나왔습니다.  한 아이는 등긁개로 때려서 꺼낸다고 했지만 그럴 수도 없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바지를 벗어 거꾸로 쳐들어 쏟아내는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친구집에 어른도 없고 게다가 수업받는 4학년 여자아이가 셋이나 됐으니 어떤 이유에서든지 설령 장소가 화장실이라고 해도 그럴 수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어떤 오해가 어떻게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허벅지에 엄청난 통증이 밀려들었지만 조금씩 빼내야했습니다. 결국 고무장갑을 끼고 주머니를 뒤집어 까면서 천천히 녀석의 몸을 끌어당겼습니다. 아주 천천히 조금씩 다치지 않게 말이죠.

한참만에야 겨우 그렇게 꺼낼 수 있었습니다.

집에 와서 살펴보니 허벅지에 살점이 떨어져나가고 핏발이 설 정도로 몇 군데 긁혔더군요. 단순하게 긁힌 정도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상처가 컸습니다. 제 몸매가 좀 호리호리했기에(?) 망정이지 허벅지가 두꺼워 바지가 더욱 조였다면 아마도 가위로 바지주머니를 오려 내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역시 옷을 벗을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아무리 고슴도치가 귀엽고 재밌고 또 신기하거나 궁금하다고 해서 소매나 바지 주머니 등에 넣는 '무모함'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슴도치는=밤송이'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 주머니에 들어간 고슴도치. ⓒ 윤태


▲ 꺼낼수록 더 깊이 들어가는 녀석 ⓒ 윤태


▲ 천천히 꺼내는 중입니다 ⓒ 윤태


▲ 고슴도치가 이렇게 무서운줄 처음 알았습니다. ⓒ 윤태


덧붙이는 글 블로그에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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