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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앞둔 김태호 경남지사, 이색 행보 눈길

별도의 퇴임행사 열지 않고, 30일 창원 동읍 북한 이탈주민과 함께하기로

등록|2010.06.27 10:53 수정|2010.06.27 13:51
재임 중 '평양 장교리 소학교 건립'과 '경남통일딸기 생산' 등 남북교류사업을 벌였던 김태호 경상남도지사가 별도의 퇴임식을 열지 않고 북한 이탈주민과 함께하는 이색 퇴임행사를 갖는다.

김 지사는 오는 30일 오후 충혼탑 참배 뒤 집무실에서 사무인계서에 서명한다. 이어 김 지사는 경남도청 직원들과 작별인사를 나눈 뒤 창원시 동읍으로 이동해 북한 이탈주민과 함께하는 것을 끝으로 지사로서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다.

▲ 김태호 경남지사. ⓒ 경남도청


한나라당 소속인 김태호 지사는 거창군수로 있다가 2004년 6월 경상남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되었고, 2006년 재선했다. 3선 도전이 예상되었으나 김 지사는 지난 1월 25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지사는 지난 2월 11일 설날을 앞두고 북한 이탈주민들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 김 지사는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으며, 퇴임 이전에 그 약속을 지키기로 한 것. 이날 식사를 하던 북한 이탈주민들이 "퇴임 전에 다시 한 번 더 찾아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김 지사는 "설을 앞두고 고향에 가지 못하고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픈 여러분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도지사 퇴임 전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6일 경남도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 지사가 퇴임하는 날 일정을 알렸다. 김 지사는 퇴임사를 편지형식으로 도청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유관기관과 사회단체에는 서한문을 발송할 계획이다.

김 지사는 재임하면서 남북교류사업에 관심을 보였다. 경남도는 2006년부터 '통일딸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북한 평양에 있는 온실에서 딸기 묘종을 가져와 밀양과 사천의 농가에 분양, 이를 재배해 딸기를 생산하도록 한 것. 거기에 붙은 이름이 '통일딸기'다.

김 지사는 2007년 90여 명으로 구성된 '경남도민대표단'과 함께 국내 최초로 민항기를 이용해 김해공항∼평양 순안공항 루트로 방북길에 오르기도 했다. 2008년 9월 평양 장교리에 소학교를 건립했는데, 경남지역에서 20여만 명이 10억 원을 모아 이루어졌던 것이다.

김태호 지사는 북한 이탈주민과 다시 만나 "북한이탈주민 2만 명 시대를 맞아 이들의 성공적인 적응 여부가 향후 진정한 남북사회 통합의 성패를 가름하는 척도가 될 것"면서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확고한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시대적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할 것으로 알려졌다.

퇴임 편지 "단디 하겠습니다. 행복하십시오"

한편 김태호 지사는 26일 경남도청 홈페이지에 "도민여러분께 큰 절 올립니다"는 제목으로 퇴임과 관련한 편지를 올려놓았다. 다음은 편지 전문이다.

'태호야, 욕먹지 말고 일 좀 잘해라.' 고향 거창에 계시는 아버님의 불호령이 오늘도 떨어졌습니다. 아마 저녁 시간에 도정에 대한 비판적인 뉴스를 보신 모양입니다. 지난 6년, 되돌아보니 도민여러분께 참으로 감사하고 죄송스러운 마음뿐입니다. 더 열정적으로 일하고, 더 넓게 가슴을 열고, 더 세심히 귀 기울이고, 더 크게 희망하고, 더 멋진 도전을 할 걸. 아쉬운 마음만 가득합니다.

아직도 해결 못한 많은 과제들을 남겨둔 채 떠나게 되어 더욱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김태호에게 늘 따뜻한 마음을 주신 도민여러분께 한없는 감사를 드립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꿈, 무모해 보이는 도전조차도 오히려 더 큰 믿음으로 용기를 주신 참 뜻을 깊이 새기겠습니다.

남해안프로젝트를 비롯한 많은 정책들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입니다. 저의 부족함을 격려와 믿음으로 메워주신 그 고마움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영원한 경남의 아들입니다. 경남의 발전, 도민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언제 어디서든지 한 알의 밀알이 될 것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기죽지 말고 단디 하그래이. 어릴 적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는 저에게 대문 밖까지 따라나선 할머니의 말씀입니다. 도전, 열정, 용기를 갖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단디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저에게 큰 믿음과 사랑을 주신 도민여러분께 감사의 큰 절 올립니다. 도민여러분 사랑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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