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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택 때는 권한 이양, 곽노현 때는 권한 축소?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MB정부의 교육자치 역주행

등록|2010.06.28 13:30 수정|2010.06.28 14:13
지난 6.2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시도교육감 선거를 통하여 7월 1일자로 우리나라 교육사에서 최초로, 그것도 한꺼번에 6명이나 진보적인 지방교육수장이 취임을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와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안병만)는 공개적으로 교육감의 권한 축소를 거론하고 있다. 더 나아가 교육감 직선제의 폐해를 이야기하면서 정당공천과 직선제 폐지 등이 회자되기까지 하는 상황이다.

교육 대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교육감에게 과도한 권한이 주어져 있고, 그것이 공정택 서울교육감과 같은 비리 교육감을 초래한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런데 교육감 권한 축소를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이들이 얼마 전까지는 정반대로 교육감 권한 강화와 중앙정부의 교육권한 축소를 주장했다.

2년 전 '4.15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에서는 교육감 권한 강화 역설 

"수준별 이동수업 내실화 방안, 종교교육 교육과정 지도철저, 학업성적관리 종합대책, 실업계고 현장실습 운영 정상화 방안, 학교홈페이지 구축운영지침, 학생정보소양 인증제 시행계획, 계기 교육 수업 내용 지도 지침, 학사(수업 및 일과 운영) 지도 지침, 방과후학교 운영 계획, 초등학교 어린이신문 구독 , 학습부교재 선정지침, 사설모의고사 참여금지지침, 수능이후교육과정 운영 내실화방안, 독서논술교육 활성화계획, 교과교육연구활동운영지원계획, 초중고재량휴업활성화방안, 교육과정운영 기본계획, 초중등 주요업무 계획, 촌지 안주고 안받기운동 계획, 학교체육기본방향, 학교안전교육활성화방안, 교복공동구매지침, 황사피해방지종합대책, 학교안전교육계획, 학생 봉사활동 운영 지침, 교육공무원 육아휴직 처리 지침, 계약제 교원 운영지침, 교원연수운영 기본계획, 교원의 대학원수강 관련 행정처리요령"

▲ 이른바, '4.15학교자율화 조치'에 대한 교과부 보도자료. 세 가지 큰 방향 중 두 가지가 교육감의 권한 강화와 교과부의 기능 축소였다. 이랬던 그들이 김상곤 교육감과 진보 교육감의 등장에 교육감 권한 축소를 주장한다. ⓒ 김행수


2008년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는 학생들의 외침을 낳은 이른바, '4·15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으로 인하여 한꺼번에 폐지된 29개 지침의 이름이다. 이들의 폐지를 통하여 MB정부는 교육감과 학교장들에게 무소불위의 권한을 주고자 하였다. 당시 학생들과 교육시민단체들은 과도한 학교의 경쟁교육을 막고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까지 규제라고 규정하여 폐지하려는 정부 방침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이를 반발하였다.

그런데 MB정부는 자율화라는 이름으로 이를 강행하여 우열반이 합법화되고, 0교시와 강제야간자율학습 등이 일제히 부활되었다. 사설모의고사가 합법화되고, 어린이신문 구독도 부활하였고 교복공동구매는 축소되었다. 급기야 4.15자율화조치와 일제고사 실시가 맞물리면서 중학교 보충수업이 부활하고, 심지어 초등학교 야간자율학습까지 생겨난 상황이다.

당시 MB 정부가 이를 강행하면서 내세운 세 가지 큰 방향은 "학교가 다양하고 질 높은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운영 등 학교운영에 관한 권한을 학교장 등 학교 구성원에게 돌려주고, 초·중등교육에 관한 교육감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되, 국가는 국가기준의 설정 등 기획ㆍ조정, 학생의 건강·안전, 교육수요자의 권리보호 등의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는 데 있다"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교육의 자율성 강화와 지방자치의 내실화가 기본방향이었다.

비리교육감에겐 권한 이양, 진보교육감은 권한 축소

자율화와 규제 철폐는 MB정부가 모든 분야에서 일관되게 외쳐왔던 방침이고, 교육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던 초중등교육에 대한 여러 권한을 지방교육청에 이양하겠다는 방침을 수차례 밝혀왔다. 그런데 겉으로라도 일관되게 지켜왔던 이 원칙이 어느 날 하루 아침에 바뀌기 시작했다.

초·중등교육에 관한 교육감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되, 국가는 국가기준의 설정 등 기획ㆍ조정, 학생의 건강·안전, 교육수요자의 권리보호 등의 역할을 담당하겠다던 그들이 변한 것이다. 경기도 김상곤 교육감의 등장이 계기가 되었다. 공정택 서울교육감을 비롯한 보수 교육감들과 달리 김상곤 교육감의 등장 이후 일제고사,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징계, 무상급식의 확대, 혁신학교의 등장 등을 놓고 MB 정부와 사사건건 대립하게 되었다.

이 와중에 교과부는 김상곤 교육감을 '직무유기'로 고발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상곤 교육감이 뜻을 굽히지 않은 가운데 지방선거에서 6명의 진보 교육감이 한꺼번에 탄생하는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시국선언 교사 징계 문제에 이어 정치활동 혐의 교사에 대한 징계 문제로 당장 중앙정부와 마찰을 빚게 될 것이 뻔하다.

MB 정부의 지방교육자치는 '아바타 교육감' 만들기

MB 정부가 초중등교육에 대해서 자신 있게 교육감의 책임과 권한 강화를 이야기할 수 있었던 가장 든든한 근거는 공정택 서울 교육감이었다. 공교육감이 당선되고 가장 먼저 찾아간 것이 청와대였으며, 이후 그는 MB교육의 돌격대가 되어 앞장 서서 MB 교육정책을 실행해나갔다. 그래서 그는 교육계 '리틀 MB'로 불리기까지 했다.

이렇게 공정택과 그와 비슷한 교육감들을 믿고 자신 있게 교육감 권한 강화를 추진했는데 사실 이는 그들의 교육계 분신(分身), 즉 아바타를 여러 명 만드는 것에 불과한 것이라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공 교육감이 비리로 당선 무효가 되어 쫓겨나고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6명의 진보교육감이 탄생했으며, 뒤이어 공 전 교육감에게 인사비리와 뇌물 수수로 실형이 선고되었다. 이로서 MB의 교육계 아바타 만들기는 수정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래서 MB정부는 초중등교육에 대한 권한을 교육감에게 이양하겠다고 하던 그들의 방향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중앙정부의 방침을 허수아비처럼 따르는 교육감이 있을 때만 지방교육자치를 이야기하는 것은 진정한 교육자치가 아니다. 결국 MB정부의 지방교육자치는 비리교육감에게는 권한을 이양하고, 진보교육감에게는 있는 권한도 뺏겠다고 나선 꼴이다.

MB정부가 추구하던 지방교육자치는 '사이비 교육자치, 허수아비 지방자치'라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한 입으로 두 말 한다'는 비판과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자치에 대한 시대착오적 퇴행이라는 반발 속에 MB 정부가 시도교육감의 권한 축소를 위해 어디까지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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