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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이요? '깨방정 꽃미남'인 제가 죽일 겁니다"

[배우의 재발견⑫] <동이> 심운택으로 제2 연기인생 시작한 배우 김동윤

등록|2010.07.02 11:10 수정|2010.07.02 11:10

▲ 드라마 <동이>에서 심운택 역을 맡은 중고신인 김동윤. ⓒ MBC


<선덕여왕>의 '비담'을 떠올려보자. 일찌감치 '비밀병기'로 손꼽히며 숱한 여심을 흔들었던 최고의 조연 캐릭터 말이다. 사극계의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는 이병훈 감독의 전작들로 비춰본다면 그 비밀병기의 예는 <이산>의 홍국영이다. 

중반을 지난 MBC 월화드라마 <동이>의 비밀병기는 바로 심운택이다. 지난 24회에 첫 등장, 동이와 티격태격하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던 이 귀양살이 양반은 훗날 서인의 중심축으로 자리하며 동이의 든든한 조력자로 부상할 것으로 예고됐다. 특히나 심운택은 숙종 못지않은 '깨방정'과 귀여움으로 무장, 시청자들로부터 '깨방정2'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급부상 중이다.

심운택은 장희재(김유석)에게 붙잡힌 후,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기지를 발휘, 동이를 구하고 장희재의 음모를 함께 파헤친 바 있으며 이후 동이가 다시 입궁하면서 중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더불어 누리꾼들은 '동이-숙종-천수'의 삼각관계에 이어 이 능청스런 양반이 멜로라인에 가세하는 것 아니냐며 설왕설래 하는 중이다.

이병훈 감독과 김이영 작가의 비밀병기 심운택. 그 역을 맡은 이가 바로 데뷔 10년차 '중고신인' 김동윤(31)이다.  

중고신인 김동윤, '깨방정2' 심운택으로 발탁

누구에게나 처음은 언제나 설렘으로 기억된다. 첫 사극 도전에 더해 <허준> <대장금>의 '시청률제조기' 이병훈 감독의 간택을 받은 김동윤은 출연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어안이 벙벙할 정도다. 타고난 동안인 그가 생전 처음 수염을 달고 갓을 쓰고 도포를 입었다는 외양의 변화와 말고도 생방송을 방불케 하는 사극 현장에 적응하기가 어디 쉬웠으랴.

그런데도 자책, 자책이다. 뮤직비디오 스태프를 하다가 주인공으로 발탁, 얼떨결에 데뷔한 것이 벌써 10년이다. 인기시트콤 <두근두근 체인지>의 톱스타 '로미오'로 주목받았던 것이 무려 2004년. 그간의 순탄치만은 않았던 삶의 굴곡을 딛고 오랜만에 주목할 만한 배역을 따냈으니, 그 누구보다 설레고 또 긴장될 수밖에 없으리라.

그럼 김동윤에게 먼저 '깨방정2' 심운택에 캐스팅되기까지, 그리고 <동이>의 현장 분위기를 먼저 물었다. 

▲ MBC월화드라마 <동이>(극본 김이영, 연출 이병훈 김상협)에서 심운택 역을 맡은 배우 김동윤. ⓒ 유성호

- 촬영은 안 바빠요? 사극은 처음인데요.
"심운택이 아직은 의주에 있기 때문에 촬영 분이 없어요.(웃음) 사극은 처음이라 이렇게 힘든 작업인 줄 몰랐어요. 제가 광고부터 뮤직비디오, 영화, 드라마까지 촬영이란 촬영은 다 해봤거든요. 그 만큼 얻는 것도 많고 배운 것도 많죠. 준비는 많이 했는데 돌파구를 빨리 찾지 못해 NG도 엄청 많이 냈고요. 이병훈 감독님한테 많이 혼나기도 했는데 그래서 안 부르시나 싶기도 해요.(웃음)"

- 캐스팅은 어떻게 됐어요? 오디션을 본 건가요?
"네, 올 1월 MBC 본사에서 오디션을 봤어요. 제가 알기로 100명 넘는 남자 연기자들이 오디션을 봤고, 최종 10명을 추린 상태에서 이병훈 감독님과 1대 1 개인 오디션을 진행했어요. 거기서 허준과 홍국영의 대사를 즉석에서 리딩했죠. 실제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우리 사무실에 전화가 오기로는 이병훈 감독님이 저를 최고로 뽑으셨대요.(웃음)"

- 더 크게 웃어도 됩니다만.(웃음)
"그런데 10회가 넘어가도, 20회가 돼도 연락이 없었잖아요.(웃음) 그러다 갑자기 연락이 온 거예요. 심운택이 연기력도 필요하고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에 캐스팅도 신중했대요. 저한테는 과분한 역할이었죠. 연기력을 검증받지도 않았고, 인지도도 없고, 사극을 해 본 센스도 없으니. 또, 저랑 최종으로 남은 분들이 워낙 연기를 잘 하는 분들이었고요(물망에 오른 이들로 국제적 감독의 근작에 나온 젊은 배우와 사극에서 잔뼈가 굵은 선배 연기자의 이름을 들을 수 있었다)."

-  꽤나 기뻤겠어요. 그래서 미니홈피에 사진도 직접 올리고 한 거죠?
"용인 세트장에서 첫 신을 찍는데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감독님은 제가 준비해 온 것 말고 '더 재미있게 해 봐라'하시고. 차에서 잠깐 대기할 때 긴장이 풀어져서 콧수염만 떼고는 내 얼굴이 어떻게 나오나 한 번 찍어봤어요. 재미로 찍어 본 건데 미니홈피 사진이 쫙 퍼진 거죠, 기사도 나고. 화질도 별로 안 좋은 오래된 폰으로 올린 건데, 신기하더라고요.(웃음)"

- 그만큼 시청자들이 심운택에 관심이 많다는 방증이겠죠. 그럼 감독님은 왜 캐스팅 했다고 하시던가요? 
"글쎄요.(웃음) 작가 선생님들이 잘 봐 주신 것 같아요. 제가 연기를 잘 하거나 마스크가 출중해서는 아닌데…. 먼저 물망에 오른 분들이 촬영을 못하게 되기도 했고, 대본은 나왔고 촬영은 해야 되고.(웃음) 정말 좋은 기회가 우연찮게 왔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효주씨, NG 많이 내서 미안해요!"

사극 현장의 고충은 역시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다. 얘기를 나눌수록 분장부터 시간과의 싸움까지 열악한 드라마 촬영 현장이 그려졌다. 게다가 이병훈 감독과 같은 대가 앞에서 쩔쩔맬 수밖에 없을 31살 중고신인의 고충이 상상이 되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그가 신이 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심운택이란 캐릭터에서 기인한다. 실제로는 북촌 김춘택으로 알려진 인물로 훗날 서인의 중추였으며, 원조 '꽃미남'에 언변이 뛰어난 인물이었단다. <동이> 속에서는 코믹하면서도 임금에 맞설 진지함과 호방함을 겸비한 매력적인 캐릭터인 만큼 김동윤이 사랑해마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 첫 사극 분장은 어땠어요?
"촬영할 때 상투 틀어야 하는데 미간이 엄청 찌푸려져요. 눈 자체가 많이 당겨져서 화면으로 보니 눈을 크게 뜬 것처럼 나왔더라고요.(웃음) 뒷머리가 빠져나오면 안 되는데 머리가 짧아 분장팀이 더 힘들었죠. 또 24, 25회를 한 주 동안 찍는데 1주일 동안 10시간도 못 잤어요. 이동하는 시간에 차에서 잠깐 눈을 붙였는데, 어디 잠이 와요? 대사 외워야지. 대사가 너무 많고 어려워서 입에 붙게 달달달 수백 번을 연습했는데도 현장에서는 NG를 냈죠."

- NG를 얼마나 냈는데요?
"효주씨 한테 미안할 정도였죠. 감독님이 말씀하신 대로 연습을 해서 연기해도 현장 카메라 앞에서는 감독님 의도와 다른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촬영시간도 지연되고요. 그래서 긴장도 더 많이 하고 편안하지 못했어요. 감독님께 기가 죽었다고 할까요. 이제는 감이 왔는데, 그래서 빨리 촬영에 들어가야 되는데요.(웃음)"

- 그럼 언제쯤 심운택을 다시 볼 수 있어요?
"동이가 숙종을 만나 궁에 입궐했잖아요. 장희재의 음모가 밝혀지고 숙종이 그 파를 멸시하고 처단하면서 심운택도 궁에 입궐하지 않을까, 하는 건 순전히, 100% 제 생각이에요.(웃음)"

- 스스로 생각하는 심운택은 어떤 캐릭터예요?
"역사적으로는 김춘택이란 인물이에요. 원래 그가 숙종과 동이를 만나게 해 준 사람인데 드라마에선 각색이 된 거죠. 또 실제인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동이랑의 멜로가…. 작가선생님과 연출진에 의하면 심운택도 멜로가 있다고 하는데 동이라고는 상상도 못하겠어요. 또 저도 공부를 약간 했는데 흥미로워요. 김춘택이 실제로도 '꽃미남'이었데요. 길 가다가도 표정과 말 한마디로 여자들의 마음을 뺏을 수 있는 인물이었다고 해요. 앞으로 클럽 좀 많이 다녀야겠어요.(웃음) 제가 원래 여자들에게 다가서거나 그런 걸 잘 못해요. 지금은 없지만 여자 친구를 사귀어도 그렇고요."

- 게시판을 보니 동이와의 사각관계에 대한 응원과 만류 글이 교차하던데요.
"네, 천수와 숙종. 그리고 영달(이광수 분)이도 있잖아요. 하하. 주책이죠. '깨방정2', '콩운택'.(웃음) 글쎄요. 앞으로 대사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숙종을 죽여야죠. '깨방정' 운택으로 '깨방정' 숙종이 잊혀질 수 있도록. 대사 한 마디 한 마디 더 연구해서 귀엽고 익살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저만의 심운택을 만들어야죠."

심운택이 동이와 이병훈 감독을 말하다

▲ MBC월화드라마 <동이>(극본 김이영, 연출 이병훈 김상협)에서 심운택 역을 맡은 배우 김동윤. ⓒ 유성호


김동윤이 자신의 등장 회 차에 시청률 30%를 넘겼다며 머쓱하게 웃는다. 초반엔 시청률 난조로 고전도 맛본 <동이>는 후반부 캐릭터들이 탄력을 받고, 갈등이 고조되면서 시청률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중이다.

물론 그 중심엔 이병훈 감독과 '동이' 한효주가 자리하고 있다. 김동윤에게 <동이> 인기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두 사람에 대해 넌지시 물었다.

- 지금까지는 효주씨랑 주로 붙었어요.
"일단 처음엔 죄송했죠. NG를 너무 많이 내서. 하하. 세트에서 하나, 야외에서 하나, 두신이었는데 정신적 '그로기' 상태가 왔어요. 선배님들은 피곤하고 잠을 못자면 그러기도 하니까 마인드컨트롤 잘 하라고 조언해 주시더라고요. 그래도 효주씨한테 제일 미안해요. 정말 많이 도와줘서 고맙기도 하고요."

- 연기자로서는 후배이기도 하잖아요.
"그래도 주인공이기 때문에 감독님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잘 알아요. 심운택이란 캐릭터도 알고. 내가 못 찾은 방향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줘서 연기를 더 잘할 수 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정말 잘해요. 연기뿐만 아니라 '동이'를 잘해요. 그냥 '천동이'같아요. 타고난 것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요. 제 최고 단점은 타고난 끼가 없다는 건데 말이죠. 부럽죠."

- 이병훈 감독님은 워낙 거장이잖아요. 사극계 산증인이고 옆에서 지켜보니 어떻던가요?
"감독님을 처음 뵙기 전에 연예계에서 존경하는 분은 앙드레 김 선생님이었어요. 패션쇼도 많이 섰지만, 그 연세에 리허설도 많이 해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프로다운 면모를 보여주시거든요. 이병훈 감독님도 그만큼의 연륜과 경력을 증명이라도 해주듯이 리딩 할 때부터 지문 한 글씨, 대사 하나하나를 다 짚고 얘기해 주는 거예요. 왜 이병훈 감독님인 줄 알겠더라고요."

- 첫 인상도 궁금한데요.
"오디션에서 처음 만났을 때, 연기자 입장에서 깐깐하고 어렵고 피곤하겠다란 생각도 했었어요. 그런데 또 현장에서 보면 그 포스라는 것이 남달라요. 모니터도 안 보고 카메라 앞에서 연기자들의 감정을 같이 느끼고 리액션을 해 주세요. 그런 감독님 별로 안 계시거든요. 감독님은 연기자가 연기를 못하면 마이너스가 된다고 싫어해요. 연기자들이 연기를 잘 할 수 있게, 캐릭터에 잘 빠질 수 있게 디테일을 다 잡아주세요. 그런 감독님 처음 봐요. 또 체력도 강해서 밤을 새워도 끄덕 없으세요. 젊은 감각에 유머도 넘치시고요."

- 본인도 힘들었을 텐데. 심운택이란 캐릭터는 롤모델을 찾기도 힘들었을 것 같고요.
"<이산>에서 홍국영 역을 했던 한상진 선배를 롤모델로 생각하고 있어요. 약간은 능글맞은. 한상진 선배도 내공이 있고 경험이 많은 분이라 그런 노련미가 있었을 거예요. 이병훈 감독님이 칭찬을 많이 했던 분이고 또 그런 연기를 좋아한다고 들었고."

- 앞으로 심운택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어요?
"심운택이란 인물이 24회에서 너무 귀여운 캐릭터로 나왔잖아요. 또 자기 목숨까지 걸고 동이를 구해주는 백마 탄 왕자였고. 무엇보다 돈키호테 같은 인물이에요. 벼슬자리까지 있었던 사람인데… 깨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았을 시대잖아요. 웃음 줄 때 웃음 주고 진지할 땐 진지한 캐릭터라 더 좋은 것 같아요. 물론 저에게는 연기자 인생에 있어서는 잊지 못할 캐릭터고요. 또 이 드라마로 인해서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주면 고맙고 행복하겠죠. 톱스타가 되는 건 바라지도 않고, 앞으로가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산전수전 다 겪은 31살 생활인 배우

사실 김동윤을 처음 만난 건 2005년 겨울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 <울어도 괜찮아요?>의 전주 한옥마을에서 촬영현장 만난 그는 스물 대여섯의 나이에 교복을 입고 고등학생 분장을 하고 있었다. 눈이 소복이 쌓인 야외 현장은 무척이나 추웠지만, 주연에 발탁된 이 신인은 연신 싱글벙글한 얼굴로 촬영장을 누볐었다.

"첫 영화인데 조연이나 단역도 아니고 주연으로 캐스팅 됐다, 어깨에 천근만근 추를 달고 있는 것처럼 부담이 된다"가 당시 그의 소감이었다. 현장 뮤직비디오 스태프에서 그 뮤직비디오 주인공으로 깜짝 캐스팅된 것이 그의 데뷔였다. 이후 몇 편의 뮤직비디오와 광고를 거친 끝에 시트콤 <두근두근 체인지>로 주목을 받고, 이듬해 상업영화의 주연자리로 당시 촉망받던 <올드보이>의 윤진서와 함께 캐스팅 된 터였다.

그러나 <울어도 괜찮아요?>는 결국 이러저러한 이유로 개봉이 좌절됐고, 이후 김동윤 또한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이렇다할 작품을 내놓지 못한 채 빛을 보지 못했다. 그 후 5년의 시간은 그에게 30대란 타이틀과 함께 녹록지 않은 수많은 경험을 안겨다 줬다.

▲ MBC월화드라마 <동이>(극본 김이영, 연출 이병훈 김상협)에서 심운택 역을 맡은 배우 김동윤. ⓒ 유성호


- <두근두근 체인지>와 <울어도 좋습니까?>은 좋은 기회였잖아요. 그런데 좌절이 왔어요.
"정말 힘든 시기였어요. 시트콤 이후 신인으로 이름을 알리고 좋은 기회였거든요. 그때 사무실이 JYP였는데 연기자 파트에 매니저가 없었어요. 그래서 만날 예능만하고, 오디션은 못 보고. 회사에서는 마침 3집을 들고 나온 비나 오랜만에 컴백한 GOD만 신경 쓰고요. 매니저들도 다 '백업'나가고. 음악프로그램 MC도 재미있었고 많이 배우기는 했지만 영화, 드라마 미팅은 하나도 못했거든요. 그 영화도 제가 운전하고 오디션보고 직접 배역 따낸 거였어요."

- 그런데 개봉이 안 됐어요. 개봉이 돼야 순차적으로 홍보도 하고 얼굴도 알렸을 텐데요.
"그럼요. 그랬으면 저도 달라졌겠죠. 상업영화 주인공이라는 타이틀이 있으니까. 그 영화에 '올인'하고선 계속 기다렸죠, 3년이고 몇 년이고. 그런데 오히려 잘 된 것 같아요. 한 번 더 뒤를 돌아볼 수 있게 돼서. 솔직히 제가 그렇게 연기를 잘 한 것도 아니었고 또 전적으로 윤진서씨 영화였거든요. 제가 준비가 안 된 상태였다고 생각해요. 만약 그랬다면 어떻게든 제가 배역을 딸 수 있었겠죠. 그래서 그 이후에 다시 연기수업을 시작했어요. 스케줄 안 하고 화술 연습도 하면서 연기수업을 계속 받았죠. 올해까지도요."

- 배우 분들은 그런 점이 힘든 것 같아요. 자기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금전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그렇다고 얼굴이 알려져서 어디서 일반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전 그래도 농촌드라마 <산너머 남촌에는>으로 용돈이라도 버는데, 그런 친구들이 하나 둘이 아니거든요. 회사들이 강남 쪽에 다 몰려있는데, 연기 수업하고 오디션 보고 하면서 그 외모에 얼마나 많은 유혹이 있겠어요. 특히 여자분들은요. 20대 중반이 넘고 성인이 됐는데도 집에 손 벌리기도 그렇고. 또 연예인 하는 친구들 중에 그렇게 넉넉한 친구들도 별로 없더라고요."

- 그런 시간들을 겪었기 때문에 지금은 이렇게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거겠죠.
"심지어 빚에 시달리기도 해 봤어요. 그러면 심리적으로 연기에 집중을 못하게 돼요. 어떤 직업이든 돈을 따라가면 안 되는데, 또 돈을 따라가게 되고요. 나도 모르게 회당 얼마를 받아야 될지 계산을 하고 있고. 그게 참 가슴이 아팠어요. 내가 이렇게 변하는 구나, 어쩔 수 없이. 연예인들이 정말 빛 좋은 개살구일 때가 많아요. 그래서 전 지금도 ~ing(현재진행형)예요. 과거에 겪은 것이 아니라. 하하. 지금도 서른 한 살이면 아버지에게 용돈도 드리고 해야 되는데. 이 일을 10년을 했으면 어느 정도 보상을 받아야 하는데 벌어놓은 것도 없고요."

- 아버지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아버지가 종교라는 얘기를 다른 인터뷰에서 본 것 같아요.
"종교를 부교(父敎)라고 해요. 아버지가 어머니 없이 우리 3형제를 어렸을 때 도시락 싸고  출근하시면서 키우고, 혼자 고기 한 번 먹은 적 없는 훌륭한 분이세요. 생각하니까 또 눈물나려고 하네요. 빨리 성공해서 아버지 에쿠우스 사드리고 싶다고 항상 얘기해요. 검소하신 분이라 수입차는 안 좋아하시거든요.(웃음) 아버지에게 효도하는 게 목표고 저도 빨리 자리 잡고 결혼해서 아버지 모시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동윤아, 이제 제2의 인생이 필 거야"

류승완 감독의 <짝패>에는 이런 명대사가 나온다. "강한 놈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놈이 강한 것이여." 20대 김동윤은 스포트라이트도 받아봤고, 상업영화의 주연 자리도 꿰차봤으며, 울며 겨자 먹기로 출연한 <러브 레이싱>이라는 케이블 드라마에서 출연로를 떼이면서 생활고도 겪어봤다. 이제 <동이> 심운택으로 주목받고 있는 김동윤은 그러나 여전히 겸손하고, 또 겸손하다.

"솔직히 <동이> 매 회 한 장면이라도 나왔으면 하는 심정이에요.(웃음) 심운택이란 캐릭터가 좋은 거지 제가 잘 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고요. 이제 도움닫기를 잘 해야 되는 건데요. 현장에서 이병훈 감독님을 비롯해 여타 감독님들이 이구동성으로 그러세요. '야, 동윤아.  니가 여기서 심운택을 잘하면 있잖아, 그러면 넌 제2의 인생이 필 거야'라고."

앞으로 CF도 찍고, 늦었지만 신인상은 물론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거라고 미래를 그려줘도 그의 표정엔 변화가 없다. 그것보단 항상 관객을, 시청자를 만나는 배우로 살고 싶고, 또 다시 영화 현장에 복귀하고 싶고, 언젠가는 자신의 작품을 직접 찍어보리라는 소박한 꿈들이 먼저다. <동이>의 심운택은 그런 김동윤에게 있어 인생의 도움닫기에 매끄러운 발판이 되어 줄 것이다.

"요즘 영화를 많이 봐요, 남는 시간이 많으니까 하하. <똥파리>란 영화를 정말 좋게 봤는데, 그런 연기도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그런 바닥 같은 생활도 해봤 거든요.1년 안의 목표요? 제가 축구를 엄청 좋아하는데, 이번 월드컵은 심운택에 집중하느라 광장 응원도 포기했어요. 모든 걸 포기하고 올해는 심운택, 그리고 <동이>에만 열중해야죠. 그리고 올해 말 중에 또 다른 인물에 '올인'하는 것이 제 목표죠. 항상 쉬지 않고 열심히 하는 연기자가 되는 것, 그게 전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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