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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 유가족 "영혼이여, 전쟁도 아픔도 없는 곳으로"

한국전쟁전후함안지역민간인희생자유족회 '미군폭격-보도연맹원-형무소사건' 합동위령제 열어

등록|2010.06.30 15:35 수정|2010.06.30 15:35

▲ 한국전쟁전후함안지역민간인희생자유족회는 30일 오전 함안문화원 대강당에서 "합동위령제"를 지냈는데, 한 유족이 단상에 붙은 희생자 명단을 보고 있다. ⓒ 윤성효


경남 함안지역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30일 오전 함안문화원 대강당에서 열렸다. '한국전쟁 전후 함안지역 민간인 희생자 유족회'(회장 이춘근)가 미군폭격·국민보도연맹·형무소사건 희생자들을 기리는 합동위령제가 열었다.

이날 위령제는 식전행사로 종교의식에 이어 합동위령제가 열렸다. 함안기독교연합회 이상식 목사와 함안불교사암연합회가 기독교·불교의식으로 고인을 위로했다. 초헌관 조영규 함안군수, 아헌관 홍종태 미군폭격희생자 유족 대표, 종헌관 구준광 국민보도연맹희생자 유족 대표가 고유제를 지냈다.

▲ 한국전쟁전후함안지역민간인희생자유족회는 30일 오전 함안문화원에서 합동위령제를 지냈는데,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보낸 조화가 입구에 놓여 있다. ⓒ 윤성효

노래패 '맥박'은 "눈물을 거둬라"를 불렀다. 행사장에는 김태영 국방부장관과 이영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등이 보낸 조화가 놓여 있었다. 강병기 경상남도 정무부지사 내정자를 비롯해 함안지역 유족들이 참석했다.

이춘근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그동안 유족 모두는 아픈 가슴을 몰래 쓰다듬으며 모진 한을 감추고 살아왔다"면서 "하지만 이제 이 분들의 죽음에 대한 가치는 재평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영령들의 억울한 희생 위에 오늘의 조국번영을 이룩할 수 있었기에 여기 모신 영령 어느 누구도 더 이상 조국과 민족에 대역죄인이 아니라 이 민족을 나락에서 건져주신 영원한 구국자요 그 시대의 영웅으로 칭송받아야 마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영규 함안군수는 추도사를 통해 "영령들이시여 부디 구천을 맴돌던 혼을 거두고 풍진 세상에서의 모진 기억은 훌훌 털어버리시고 전쟁도 아픔도 없는 영원한 안식처로 편히 귀의하시길 빈다"면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여러분들의 명예회복에 힘써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두관 경상남도지사 당선인은 강병기 정무부지사 내정자가 대신 읽은 격려사를 통해 "민주정부 수립 이후 10여년에 걸친 활발하게 이루어진 민족화해와 교류확대의 온기는 끊어졌다"면서 "국민들은 다시 반목의 시대로 역류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60년이 지나도록 민족이 화해하고 단합하는 온전한 체제를 만들지 못한 것은 우리의 자손들에게 큰 짐을 안기는 것"이라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적극 나서서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한국전쟁전후함안지역민간인희생자유족회는 30일 오전 함안문화원에서 합동위령제를 지냈는데, 유가족들이 방명록에 기록하고 있다. ⓒ 윤성효


미군폭격, 국민보도연맹원, 형무소사건 희생자 많아

함안에서는 한국전쟁 전후 미군폭격과 국민보도연맹원, 부산·진주·마산형무소 사건으로 민간인들이 희생되었다. 이는 진실화해위가 조사를 벌여 진실규명결정서를 낸 상태이며, 정부 차원의 위령사업을 제시하기도 했다.

진실화해위는 2009년 5월 '함안지역 미군폭격 사건'과 관련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면서, 신청자 중에 미군폭격으로 희생 사실이 확인된 사람은 81명이고, 신청하지 않았지만 확인된 사람은 94명이며, 희생사실이 추정되는 사람은 25명이라고 밝혔다.

▲ 한국전쟁전후함안지역민간인희생자유족회는 30일 오전 함안문화원에서 합동위령제를 지냈는데, 강병기 경상남도 정무부지사 내정자(오른쪽)와 이춘근 회장이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 윤성효

1950년 8월 3일부터 9월 20일 사이 함안 군북면 장지리·유현리·원북리·사촌리·월촌리·수곡리·영운리·하림리·박곡리, 법수면 강주리·국계리, 가야읍 산서리, 여항면 여양리 등에서 주민과 피난민들은 미군 폭격으로 집단 희생되었다.

진실화해위는 "희생자 중에는 제네바협약(1949년)에서 특별한 보호․존중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규정된 노인, 15세 미만의 아동, 7세 미만 아동의 어머니, 부상자, 병자, 허약자, 임산부 등의 비율이 80% 가까이에 이르고, 갓난아이에서부터 8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일가족이 거의 몰살 당한 경우고 있어 폭격의 무차별적인 피해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또 진실화해위는 2009년 11월 '함안 국민보도연맹 사건' 관련 결정서를 통해, 희생자로 확인된 사람은 54명이고, 추정되는 사람은 2명이라고 밝혔다. 함안경찰과 국군, CIC는 1950년 7~8월 사이 보도연맹원과 예비검속 대상자들을 소집․연행해 함안 북촌면 성고개와 대산면 대산지서 인근 야산, 산인민 문암국교 뒷산, 마산 앞바다 등지에서 집단 희생시켰다.

진실화해위는 형무소(부산·마산·진주) 사건 관련 결정서를 통해 민간인 상당수가 희생되었는데, 이 중에는 함안지역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다. 함안지역 유족들은 진실규명과 위령사업을 위해 오래 전부터 활동해 왔다. 1990년대 말부터 지역 언론에서 함안지역 민간인 학살 사건들이 다루어지기 시작하면서 대책위가 꾸려지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2000년부터 함안 군북면 장지리 장명동회관 앞에서 합동위령제를 지내오고 있다. 지난해 진실화해위 결정 이후 합동위령제가 처음으로 열린 것이다.

▲ 한국전쟁전후함안지역민간인희생자유족회는 30일 오전 함안문화원에서 합동위령제를 지냈는데, 유가족들이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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