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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공화국, 대재앙의 진원지 된다

[서평] 황석영의 신작 <강남몽>

등록|2010.06.30 18:44 수정|2010.06.30 18:44

책겉그림 〈강남몽〉 ⓒ 창비



어떤 것이든 인간의 탐욕이 가져오는 대가는 파멸뿐이다. 톨스토이는 이미 150년 전에 인간의 탐욕은 죽음 뿐임을 경고한 바 있다. 파홈이란 농부가 주어진 삶에 자족하지 못하고 더 넓은 땅을 소유하려다 결국 주검이 되고 만다. 그가 죽으면서 차지한 땅은 고작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2미터도 되지 않았다. 그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을 통해 꿈(夢)에 지나지 않는
인간의 탐욕을 보여 준 것이었다.

황석영의 신작 <강남몽>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아니 이 책은 150년 전보다 더 충격적인 쓰나미와 같은 재앙의 서사시로서, 정부수립 때부터 삼풍백화점 붕괴 때까지 남한의 개발주의가 가져 온 인간의 온갖 욕망과 그 파멸을 파헤쳐 주고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군에 부역하던 권력층들이 해방 뒤 새로운 변신을 꾀하며 고위 공무원 출신과 화류계 여성, 조직폭력배를 동원하여 땅값을 조장해 온갖 부귀영화를 누린 모습들을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아울러 강남개발과 맞물여 있는 여러 인간군상도 만날 수 있다. 일제의 정탐자에서 미정보국 요원을 거쳐 대기업가로 성공가도를 달린 기회주의자 김진, 여상을 졸업한 뒤 고급 요정을 거쳐 김진의 후처가 되었다가 백화점 붕괴로 끝내 주검이 되고 만 박선녀, 강남개발에 맞춰 부동산 사기로 막대한 돈을 검어 쥔 심남수, 개발독재 시대의 뒷배를 봐 준 조직폭력배 우두머리 홍양태와 강은촌, 그리고 참혹한 공사 현장을 누비며 살아 온 임판수 부부와 그 부부의 딸로서 백화점 점원으로 근무하다 백화점 붕괴 때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임정아가 그들이다.

결국 그 이 책은 뿌린 대로 거둔다는 권선징악의 진수를 보여준다. '전관예우'를 받은 이들과의 검은 커넥션 관계를 통해 강남개발에 뛰어든 박선녀는 많은 땅과 상가는 물론 백화점에까지 손을 뻗치지만 끝내 백화점 붕괴와 함께 생을 다하고 만다. 반면 백화점 안에서 가난한 월급쟁이로 성실하게 생을 살아온 임정아는 그 붕괴의 현장 속에서 끝까지 목숨을 건져 대비를 보인다.

토지에 대한 사적 소유권 없애고 보유권만 갖게 하자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은 달라졌을까? 아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부동산공화국이다. 그 시절엔 강남만 불었던 광풍이 이젠 강북과 서울 전체로, 그리고 경기와 4대강 유역의 구석진 땅 곳곳에까지도 몰아치고 있다. 예전엔 사람들이 은행에 착실하게 돈을 맡겼지만 지금은 부동산 투기에 그 돈을 쏟아부고 있다. 가히 우리나라 돈 1/3 이상이 부동산 쪽의 떡값과 술값과 조직폭력배값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누구도 부인치 못한다.

놀라운 건 이런 흐름이 5천 년 전 구약성경에도 등장한다는 것이다. 북쪽 이스라엘 땅에 아합이라는 왕이 있었는데, 그는 자신의 백성으로 살고 있는 나봇의 포도원을 빼앗은 인물이다. 물론 그가 직접 나선 것은 아니었다. 화류계 여성출신인 왕비 이세벨이 그를 도운 것이다. 그녀도 포악한 군사력을 동원하여 그를 쳐 죽이고 그 땅을 빼앗았으니, 요즘으로 치면 조직폭력배를 동원하여 그 땅을 손에 넣은 것과 전혀 다르지 않는 꼴이다.

그 같은 인간의 탐욕을 하나님께서는 수수방관하지 않으셨다. 그 같은 악행에 제동을 걸기 위해 하나님께서는 구약의 율법을 통해 희년제도를 도입토록 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누구나가 50년이 되면 사람도 땅도 본래의 자리를 찾도록 한 것이다. 땅 때문에 사람 사이에 차별이 있을 수 없게 했고, 땅 때문에 자자손손 놀고먹는 일도 없도록 한 것이었다.

어떤가? 부동산공화국의 열기가 식지 않는 우리나라에 적용해야 하는 건 아닐까? 그건 어려운 게 아니다. 땅으로 얻는 불로소득에 대해 막대한 세금을 매기면 된다. 그것만 도입하면 불황과 인플레이션도 함께 막을 수 있다. 늦지 않았다. 하루라도 빨리 토지에 대한 사적 소유권은 없애고 보유권만 지니도록 해야 한다. 그것만이 책 속에서나 이 현실에서 보여주고 있는 부동산공화국, 그 부패공화국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길이다.

부동산공화국에 열을 내면, 거대한 쓰나미 온다

다시 황석영의 <강남몽>으로 돌아가자. 그 책의 주인공 박선녀는 한 시대를 주름잡은 여인이었다. 걸출한 인물들, 조직폭력배와의 불륜을 통해 강남의 노른자 땅을 주물렀다. 그렇지만 그녀는 백화점 붕괴와 함께 그 운명을 다하고 말았다. 놀라운 건 그 여주인공과 같은 인생의 허무함을 맛본 여성들이 현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D그룹의 정부였던 한 여인은 그의 후사를 낳아 외국에까지 유학을 보냈다. 안타까운 건 그녀가 말기 암 환자로 인생을 정리해야 할 시점에 올라 있다는 것이다. 한때 그녀로 인해 그의 온 가족들은 떵떵거리며 살았고, 그녀의 뒤엔 조직폭력배들이 늘 지켜주고 있었다. 그런데 참혹한 건 그 그룹의 정실 후계자들이 그녀에게 준 고급 아파트를 빼앗으려 법적소송까지 벌인 것이다. 소설 속 애정라인과는 전혀 다른 가혹한 면모인 것이다.

그런 가혹한 것도 따지고 보면 부동산 개발과 결코 무관한 게 아니다.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온갖 불의한 세력들이 맞물려서 움직이는 까닭이다. 그리고 그 끝은 후손에게까지 파멸로 치닫게 된다는 경종을 낳고 있다. 150년 전의 파흠도, 5천 년 전의 아합과 이세벨도, 그리고 이 책 속에 들어 있는 박선녀라는 인물도 결코 다르지 않다. 정말로 우리나라가 부동산공화국에 열을 내면 낼수록 더 큰 쓰나미와 같은 대재앙의 지원지가 될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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