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내서 아파트 사는 건 사회적 자살행위"
첫 주택문제 트위터 간담회, 100여명 이상 참여...'하우스푸어' 모습에 공감과 반성
▲ 지난 6월 주변 시세보다 20% 할인해 분양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 힐스테이트' 아파트의 공사가 한창이다. ⓒ 선대식
주택문제에 대한 이슈와 정보는 어디에 모여 있을까? 각종 포털사이트나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사이트를 가자니 '지금 아파트를 사라'는 내용만 가득하다. 그렇다고 언론의 부동산 기사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이날 저녁에 쏟아졌던 주택문제에 대한 이슈와 정보를 현재까지도 퍼 나르고 있고, 각종 트위터 관련 사이트에는 토론회의 해시태그(검색어)인 '#주토_'가 상위권에 위치하는 등 토론회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무리하게 빚 내서 아파트 사는 것은 사회적 자살행위"
이날 토론회의 백미는 트위터 사용자들이 전하는 집값 하락의 실체였다. 특히, 집값 폭등기에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샀지만 이후 집을 팔지 못하고 이자폭탄에 고통 받고 있는 '하우스 푸어'의 모습에 많은 이들의 공감과 반성을 낳았다.
금융기관에 다닌다는 한 트위터 사용자(@Kimhb7)는 "고객 중에 집이 경매에 넘어가고 아파트 가격이 떨어져서 가족에게 볼 면목이 없는 가장 한 명이 자살을 했다"며 "무리하게 빚을 내어 아파트를 사는 행위는 사회적 자살행위다, 3년 뒤 대박 낼 각오로 3년 거치형으로 빚을 잔뜩 받아 2006년 무렵 수도권에 아파트를 마련한 사람들은 지금 패닉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회사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3% 대로 사상최저 수준이지만, 이제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아파트 가격의 70% 이상이 대출인 채무자들은 극단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지경에 몰릴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이 이자 무서운 줄 모르고 집값이 곧 왕창 오르겠지 하고 빚을 왕창 내 분수에 맞지 않는 아파트를 사곤 한다"며 "대출만 20여년 하면서 최근에 느낀 것은 '이자는 일요일도 쉬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체가 두 달이 되면 원금 전체에 대해 20%의 이자가 붙는다, 자살 생각이 절로 난다"고 강조했다.
시간이 갈수록 트위터 사용자들의 활발한 참여로 토론은 뜨거워졌다. "파주 교하지구는 거의 죽음이다, 거래가 정말 없다"(@Gil_sonnim), "서울 송파구에 급매가 많이 나왔는데, 대출 없는 집 찾기가 힘들다"(@inhwany)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
또 다른 트위터 사용자(@gangsan)는 "도봉구 사는 후배에게 오늘 들은 얘기인데, 26평 아파트 호가가 5000만 원가량 떨어졌다, 저희 직장에 집 팔려는 분들은 집이 안 팔려서 고통이 크다"며 "가격을 1000만 원 내려도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상승미소'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경제칼럼니스트 이명로(@resmile2)씨는 "부동산 시장은 팽창했던 신용(대출)이 정체, 축소될 시점이 되었기에 (집값 하락이라는) 갈 길을 제대로 잡았다"며 "고령화 속도 세계 최고이고 2011년부터 경제활동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88만원 세대가 대부분인 신규 비정규직 취업세대 중 누가 신용을 확대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하우스 푸어' 수도권에만 100만 명... "거품 때문에 서민 고통 크다"
▲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 힐스테이트' 아파트 견본주택(모델하우스)에서 방문객들이 도우미에게 아파트 구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선대식
이날 토론회 참여자들은 향후 집값 대세 하락을 거스를 수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금이 내 집 마련의 적기'라는 부동산 언론의 투기에 속아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지 말라"는 충고도 이어졌다.
선대인 부소장(@kennedian3)은 "집값이 떨어지는 가운데 (집을 구매하게 되면) 빚 부담으로 생활이 곤궁해지는 '하우스 푸어'가 될 위험이 커진다"며 "2005년 중반 이후부터 무리하게 집을 산 사람들 가운데 현재 잠재적 하우스 푸어만 수도권에 100만 가구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선지자'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트위터 아이디 '@realprophet'는 "용적률 200%로 지어진 분당, 일산의 1기 신도시의 경우, 재건축에 돌입하면 종합비용 6억 원 이상이 필요한 소모품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며 재건축 시장의 실체를 전했다.
언론의 투기 선동을 비판하는 의견도 많았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기자(@leejeonghwan)는 "6·2 선거 참패 이후 일부 경제지들은 'MB가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려서 민심이 돌아섰다'면서 'DTI 등 금융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기상천외한 주장을 늘어놓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많은 이들은 집값이 하락할 경우, 중산층·서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트위터 아이디 '@delcui'는 "부동산 대폭락으로 모두가 일대 혼란기를 맞이하게 될 것 같은데, 이런 때에 죄 없이 피해보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곤 한다, 저 같이 이번에 전세금 못 찾는 사람들이 그들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정남수 김광수경제연구소 부동산경제센터장(@namsuj_kseri)은 "정말 안타까운 것은 현재 정부가 부동산 상황에 대한 인식이 터무니없다는 것"이라며 "일반 국민들은 집값이 비싸다고 생각하는데 정부 당국자들은 도대체 월급이 얼마이기에 적정 가격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선대인 부소장은 "부동산 거품은 더 이상 안고 갈 수 없는, 한국경제에 종양과 같은 존재라는 인식부터 해야 한다, 집값 거품 빠지면 서민이 더 괴롭다는 식으로 협박한다"며 "(그들이 정의하는) 서민도 힘들지만 부동산 거품 때문에 이미 서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너무나 크다, 정부가 부동산 부양에 쏟는 재원 1/3이면 서민들은 절대 고통스럽지 않다"고 강조했다.
"트위터 토론회는 미디어의 가능성을 알리는 신호탄"
▲ 30일 저녁 7시부터 2시간 동안 트위터에서 열린 주택문제 토론회에는 1일 오후까지 계속해서 의견이 쇄도하고 있다. ⓒ twtkr 갈무리
이정환 기자는 "오늘 트위터 토론회는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고, 김진애 민주당 의원(@jk_space)은 "좋은 첫 실험! 트위터 토론회 계속 실험해보자"고 전했다. "오늘 부동산 트위터 토론회는 한국에서 미디어의 가능성을 알리는 신호탄인 듯하다, 무섭고도 재밌다"(@hojai)는 의견도 있었다.
한편, 토론회 내용은 트위터에서 '#주토_'로 검색( http://tinyurl.com/36fzzd3 )하면, 최근 의견부터 살펴볼 수 있다. 토론회 이후에도 관련 의견을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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