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임종을 예견하는 고양이가 있다
[서평] 데이비드 도사의 <고양이 오스카>
▲ <고양이 오스카> 표지 ⓒ 이레
더욱이 가족은 물론이거니와 의사들도 환자가 언제 숨을 거둘지 모르는데 기껏해야 고양이가 그렇게 한다니 그 황당함이 오죽했을까. 그럼에도 간호사들은 그것이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것을 경험한 환자들을 만나보라고 한다. <고양이 오스카>는 그렇게 시작하고 있다. 믿기 힘든, 그러나 실제로 벌어졌던 '작은' 기적이 그렇게 시작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유독 '오스카'만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설명되지 않는다. 의사들은 오늘은 괜찮을 것이라고 말하며 환자의 가족에게 집에 가라고 쉬라고 한 날에 오스카만이 환자의 상태를 눈치 채고 병실을 지켰다는 사실은, 그런 이유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데이비드 도사도 그랬다. 사람들을 만나며 오스카의 '신비로운' 능력에 대한 칭찬을 들을수록 그 이유를 몰라 조금은 답답해한다. 하지만 데이비드 도사는 곧 깨닫는다. 오스카에게 고마워했던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중요한 것은 그 능력이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중요한 것은 오스카 덕분에 환자가 조금이나마 안정을 취할 수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환자들의 가족이 오스카에게 고마워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자신의 어머니, 아버지가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들어갔고 그 후에 자신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일이 많아질 때 가족들은 많이 힘들어했다. 가족들이 그러할진대 친척이나 지인들은 오죽했을까. 친척이나 지인들은 점점 환자에게 관심을 끊는다. 환자의 가족들만이 외로이 환자를 지켜야 했다. 그나마 환자를 지키면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요양원에 맡긴 그들은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나 혹은 고통을 외면하고 싶어 했다. 조금씩 환자에게 거리를 두는 것이다. 죄책감을 느끼면서 말이다.
그것이 심해서 임종의 순간까지 이어졌다면 어떨까. 의사나 간호사도 모르는 사이에 홀로 임종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 기분이 어떠했을까. 가족 중에 누구 혼자 남아서 임종을 함께 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환자에게 얼마나 미안한 일이었을까. 상상만 해도 가슴이 찢어지는 일이다. 그런 순간에 고양이 한 마리가 침대 위에 올라 환자를 지켜줬다고 한다면 어떤가. 그것처럼 고마운 일이 또 있을까?
<고양이 오스카>는 신비로운 능력을 지닌 오스카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지만 그보다 더 기억에 남는 건 치매 환자들을 지켜봤던 가족들의 어떤 고백들이다. 치매 환자를 지켜보며 겪어야 했던 그들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비통함과 후회가 담긴 그것들은 그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가 갑작스럽게 그것을 맞이하는 인생의 후배들에게 좀 더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귀한 당부이자 조언이기 때문이다.
고양이 오스카가 그렇게 신비로운 일을 하려고 했던 것도 실상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사람들이 좀 더 후회하지 않도록, 좀 더 용기 낼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말이다. 어쩌면 고양이 오스카의 신비스러운 능력은 그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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