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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장 조사 총리실, 이젠 꼬리자르기?

"민간인 사찰 불법 여부는 판단 못해"...직원 4명, 검찰 수사의뢰

등록|2010.07.05 12:27 수정|2010.07.05 16:45
[기사대체 : 5일 오후 4시]  

▲ 5일 오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실이 입주해 있는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중앙청사 별관 입구에서 한 직원이 청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날 국무총리실은 '민간인 사찰' 의혹을 받고 있는 이인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을 비롯한 관련 직원 3명을 직위 해제하고 해당 사건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 유성호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자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 총리실이 자체조사를 벌이고, 직원 4명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총리실이 민간인 사찰의 불법성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을 미루는 등 '반쪽짜리' 조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무총리실은 5일 민간인 사찰을 주도한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을 비롯해 관련 직원 3명을 직위해제하고, 이인규 지원관을 포함해 4명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조원동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은 이날 오전 서울 정부중앙청사에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및 품위유지의무 위반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조 사무차장은 또 검찰 수사를 의뢰한 배경에 대해 "조사 과정에서 형법상 직권남용, 강요, 업무방해 등 불법행위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해 명백히 진상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지난 2008년 9월 인터넷에서 이미 확산되고 있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는 이유로 민간인 신분의 김종익씨에 대한 전방위적인 불법사찰을 벌인 뒤, 동작경찰서에 수사 의뢰했다. 공직자윤리지원관실은 공직자들의 비리를 감찰하는 기관이다.   이와 관련 조 사무차장은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제보를 받은 즉시 김씨의 조사 대상 적격여부에 대한 확인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피조사 대상기관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자료를 징구 받을 경우 조사대상 적격 여부에 대한 확인이 보다 엄중했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민간인 사찰' 불법성 측면은 "권한 없다"   그러나 예상대로 자체조사에 나선 총리실의 한계는 명확했다. 조 사무차장 스스로도 총리실 내부 직원에 대한 조사만을 펼쳤기 때문에 사안의 진위여부를 파악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었다는 점을 브리핑 내내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총리실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복무 의무'에 대해서만 판단을 내렸다. 정작 중요한 '민간인 사찰'의 불법성 측면은 '권한없음'을 이유로 언급하지 않았다. 핵심은 비껴간 반쪽짜리 조사결과다.  

▲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실이 입주해 있는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중앙청사 별관. ⓒ 유성호


우선 총리실은 이번 조사에서 "김종익씨가 민간인인지 몰랐다"는 이인규 지원관의 주장을 100% 받아들였다.   이인규 지원관은 지난 2일 총리실의 '불법사찰 의혹 조사반'에 나가 조사를 받으면서 "총리실에서 김씨를 조사할 때는 민간인 신분인지 몰랐다고, 조사가 끝난 뒤 민간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경찰에) 이첩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원동 사무차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조사 대상이었던) 김씨에 대해 조사를 벌인지 두 달이 경과한 시점에야 (민간인인지) 알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나 총리실에서 조금이라도 진상조사 의지가 있었다면 이인규 지원관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우선 이인규 지원관은 김씨에 대한 조사자료를 서울 동작경찰서로 이첩한 2008년 11월17일보다 두 달 이상 앞선 2008년 9월12일 그가 국민은행 하청회사인 A사의 대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당시 이 지원관은 김씨의 사업과 관련해 국민은행 부행장을 면담하고, A사의 회계관련 자료 일체까지 입수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지원관은 김씨가 A사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사실상의 압력까지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실은 그가 직접 결재해 동작경찰서에 보낸 문서에 자세히 적시돼 있다. 특히 총리실에서 이 문서만 확인했다면 이 지원관이 얼마나 민간인을 상대로 집요하고 광범위한 불법사찰을 지속했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조 사무차장은 또 "민간인임을 확인한 이후에 동작경찰서에 공문으로 수사 의뢰를 했는데, 이것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통상적인 업무 범위 내인가 하는 것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것 역시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브리핑이 끝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통상적인 업무 범위'라는 지점에 질문이 집중되었다. 조 사무차장은 통상적인 업무 범위의 의미에 대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 내용에는 공직자와 관련된 공직사회 기강 확립, 제도 개선 등이 포함돼 있다"며 "따라서 대통령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하는 조치까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로 봤어야 하는지에 대해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공직자를 대상으로 감찰을 벌이게 되어있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 범위를 확대 해석해서 면죄부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조 사무차장은 또 이 지원관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직보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당시 사무차장과 국무총리실장에게 구두 보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총리실이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영일·포항 공직자 모임인 '영포회'와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영포회 가입 여부는) 조사 범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답했다.   '늑장 조사'로 시작된 총리실의 책임 회피 행태가 자체조사 결과를 통해 사건의 진의 왜곡과 꼬리자르기 의혹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은 조원동 사무차장과 기자들의 일문일답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동작경찰서에 수사 의뢰 한 것 자체가 민간인에 대한 불법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의뢰한 것인데, 이것이 통상적인 수사 범위라는 말인가? "민간인임을 알고 조사했으면 불법이지만, 이번에 조사한 것을 통해서는 불법이냐, 아니냐를 판단하기 어려웠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수사 당국에 수사를 의뢰 했는데, 이 과정에서 민간인임을 알고 했다면 불법이고 그런 사실관계에 의해서 한 것은 문제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불법이냐 아니냐는 총리실이 판단할 수 없고, 자격도 없다."   - 동작경찰서에 수사 의뢰한 것이 어떤 지점에서 통상적인 업무 범위라고 판단한 것이냐. "조사 과정에서 민간인임이 밝혀졌기에 더 이상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수사하면 안 되겠다고 판단해서 이것을 동작경찰서로 넘긴 것이다. 특히 사안이 대통령의 명예훼손과 관련된 부분이라서 중요하다고 인지했다. 인지 과정에서 명예훼손은 누구든지 개인자격으로 경찰에 고발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기관의 입장에서 수사 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부분이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공직자나 유관자에 한해 업무가 제한되어 있어, 통상적인 업무에 수사 의뢰한 것이 포함되느냐, 안 되느냐는 법률적으로 이견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 그럼, 민간인이 대통령을 명예훼손 했다면 (총리실에서) 수사 의뢰할 수 있다는 것인가? "개인도 대통령 명예훼손에 대해 수사 의뢰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건은 기관이 수사의뢰를 한 것이다. 기관의 업무를 보면 공직자와 관련된 공직사회 기강 확립, 제도 개선 등이 있다. 따라서 대통령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한 조치까지도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광의의 업무로 봤어야 했느냐는 다툼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 앞으로도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민간인에 대한 수사 의뢰를 할 수 있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이인규 지원관은) 제보자 공공기관 종사자라고 이야기 했고, 그 제보를 믿고 공공기관 종사자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총리실에서는 그것의 진위를 가릴 능력은 없다. 다만,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앞으로 이러한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제보를 받고 조사에 착수한다고 해도 처음부터 민간인이냐 등을 확인하는 매뉴얼 부분을 분명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조사가 정확하게 진행되느냐를 감시 감독하는 체제를 갖추는 문제도, 앞으로 조직의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 김씨가 대표로 있던 회사가 유사 공공기관으로 볼 수 있는 회사냐. "결과적으로 김 대표가 있었던 회사는 민간회사다. 지금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조사를 한 시점에 기관이 민간회사인지 알고 있었냐 하는 부분은 우리가 판단하기 어렵다. 우리도 확인할 수 없다."   - 국민은행은 공공기관이냐? "국책기관으로 제보가 되었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국책기관이 당연히 아니다. 이런 부분이 처음부터 제대로 조사 되었다면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 구분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는 분명히 복무 의무를 성실히 수행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관련 사실을(민간인인지를) 알고 있었느냐는 계속적으로 공방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이어서, 수사당국이 판단할 수 있도록 검찰에 수사 의뢰하겠다."   - 조사에 나서게 된 것이 익명의 제보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기관이나 상급자의 지시가 있었던 것인가?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경찰에 수사 의뢰를 보낼 때, 보고가 지휘 라인을 통해서 전해졌나? "진위를 따지는 데 한계가 있다. 공직윤리관실의 4명에 대해서 조사했는데, 보고 지휘에 대해서 당시 사무처장하고 실장에게 구두 보고 했다고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이 부분에 대해 확인하려면 보고를 받았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김영철 전 사무처장은 작고했고, 조중표 전 국무총리 실장은 이 문제에 관해서 조사할 수 없는 입장이다. 총리실 직원에 대한 조사지, 전체 사건에 대한 진위를 따지는 조사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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